〔문화칼럼〕일본 시골마을 카미야마(神山)가 원주에 주는 메시지
〔문화칼럼〕일본 시골마을 카미야마(神山)가 원주에 주는 메시지
  • 전영철
  • 승인 2020.01.19 22: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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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전영철(창의문화도시지원센터장)

인구 6,000명밖에 살지 않는 자그마한 일본의 시꼬꾸(四國) 도쿠시마(德島)현의 카미야마(神山)이라는 정이 요즈음 지역을 공부하고 고민하는 사람들에게 하나의 연구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논자가 이 지역을 알게 된 것은 충격적인 사진 한 장이었다. 작은 냇물이 흘러가는 바위에 발을 강물에 담근 청년이 노트북을 무릎위에 얹어놓고 작업을 하는지 노는지 도대체 알수 없는 사진이었고 밑에 있는 설명을 읽고 나서야 정체를 알게 되었다.

산산이 겹겹인 아침마다 산에 걸친 구름을 보면서 시작하는 이 마을은 쌀의 신을 모신 신사가 있을 정도로 적절한 농토와 산림으로 이루어진 마을이다. 아와오도리라는 춤으로 유명한 도쿠시마 시에서도 무려 한 시간을 산속으로 달려야 이 마을에 도착한다. 그런데 이 마을이 일본에서도 가장 핫한 지역으로 조명받게 된 계기는 무엇이었을까? 오사카의 방송송신탑의 전파를 중계 받아 텔레비전을 볼 수밖에 없었던 이 오지에 혁명을 가져 온 것은 텔레비전을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통신케이블을 통해 보게 되면서 동시에 초고속통신망이 현 전체에 퍼지게 되면서 공간에 상관없이 일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되었다.

세계를 대상으로 한 예술가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의 운영과 전통가옥을 개조하여 동경에 또는 오사카에 있는 IT기반의 회사나 멀티미디어 소프트웨어 기업의 위성사무실이라는 명칭으로 유치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자율적으로 귀촌한 사람들은 수제피자집을 내고 수제맥주집을 만들고 시골생활에서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맛집과 멋집을 두루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갔다. 지금은 전체 인구의 1/10인 540여명 정도가 외부로부터 유입된 인구로 구성되기에 이르렀다. 각지에서 이곳에 위성사무실을 두고 있는 기업체가 처음에 네 개로 시작해 현재는 열 여섯 개 까지 늘었다고 한다.

지역에서 하고 있는 공공정책의 핵심은 크게 서너 가지로 압축된다. 첫째, 물을 지키기 위한 산림프로젝트이다. 나무가 있어야 계곡물이 계속 흐른다는 기치아래 나무를 가공해 고가의 수제 컵으로 만드는 프로젝트나 나무가공 프로젝트가 펼쳐지고 있다. 둘째, 푸드 허브 프로젝트이다. 쌀의 마을답게 쌀을 기반으로 한 수제빵과 다양한 지역의 식자재로 만드는 음식을 개발하고 이를 진화시켜 나가는 모델을 쓰고 있다. 셋째, 아티스트 레지던시 운동을 통해 예술가들의 영감을 지역에서 받아들이고 자그마한 산에 그 기록들을 아카이빙한 예술공원을 수년에 걸쳐 조성해 가고 있다. 넷째, 이주자 지원정책을 워크 인 레지던시라는 이름으로 펼치고 있다. 한달간 이주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공유오피스에서 우리나라 돈으로 약 10만원 정도를 지불하고 공유사무실을 쓰면서 지역에서 정착가능한지를 실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그린베레라는 민간 비영리법인(NPO)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다.

이러한 기반위에 민간기업은 숙박과 온천 등의 관광, 임업가공, 농업과 농산물가공 등의 기업을 영위하고 주민은 여기에서 파생된 다양한 일자리에서 일을 하고 있는 구조이다. 편리한 도심을 놔두고 여기에 기업의 위성사무소를 둔 기업들은 라이프스타일이 자유분방한 크리에이티브한 인력을 확보하고 지역의 문화를 콘텐츠로 가져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오히려 위성사무소는 기업을 구할 수 있는 강력한 수단이었다고 말한다. 또한 콘텐츠를 생산하는 기업이 동일본지진을 겪으면서 사무실의 분산을 하나의 방안으로 생각하였다고 한다.

원주는 치악산이라는 저평가된 산을 가진 도농복합도시이다. 원주는 농촌지역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지역의 커다란 기회요인을 주고 있다. 신림, 판부, 호저, 소초 등 농촌지역은 일본의 카미야마의 지역이 어떻게 진화하고 살아남는지를 잘 살펴보고 지역에서 이러한 메시지를 어떻게 적용할지 고민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핵심적인 키워드는 젊은 창의적인 인재의 라이프스타일은 자연과 더불어 사는 삶을 최고로 여긴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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