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승길도 맘 편히 못가니...” 유가족 분통
“저승길도 맘 편히 못가니...” 유가족 분통
  • 심규정 기자
  • 승인 2020.02.16 22: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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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역화장장 하늘나래원 오전 9시 늑장 가동
유가족들 “밖에서 1~2시간 허비”분통
전국 화장장 6시~8시 대부분 운영 ‘대조’
△새벽 발인을 마친 운구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새벽 발인을 마친 운구차들이 줄지어 대기하고 있다

지난 14일 오전 7시를 조금 넘긴 시간. 광역화장장인 원주하늘나래원 앞. 운구차와 유족을 태운 버스가 도착했지만, 문은 굳게 잠겨 있었다.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른뒤 한 직원이 문을 열자, 유족들이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화장은 할 수 없었다. 화장을 시작하는 시간(예약기준)9시부터이기 때문이다. 결국 1시간 30분을 대기하다 화장을 시작할 수 있었다. 모든 장례절차를 마치고 경북 울진의 장지로 떠난 시간은 11. 한 유족은 발인이 새벽 시간인 경우 유족들은 9시까지 기다려야 한다유족들 편의는 오간데 없는 것 아니냐고 분통을 터트렸다. 이날 화장 시작 1시간 전부터 입구에는 운구차 4대가 화장을 위해 줄지어 서있는 모습이 목격됐다. 이 때문에 장지가 먼 곳인 경우 아까운 시간만 화장장에서 허비하는 셈이라고 유족들은 불만을 토로했다. 한 상주는 빨리 화장절차를 마무리 짓고 장지로 모셔야 하는데, 이게 뭐냐고 반문한 뒤 어머니를 운구차에 2시간 가까이 방치하고 있는 것 같아 마지막까지 죄를 짓고 있는 심정이라며 가슴을 쳤다. 이날 보건복지부 화장예약시스템에 따르면 화장장마다 빠르면 새벽 630분 부터, 늦으면 9시까지 다양하게 운영되고 있다. 서울추모공원이 630분으로 가장 빨랐다. 대부분 7~8시대에 집중됐다.

△로비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
△로비에서 직원들이 출근하기를 기다리고 있는 유족들

도내 8곳 가운데 춘천안식원·속초시화장장·강릉솔향하늘길이 각각 8, 동해시공설화장장이 830, 원주하늘나래원·정선군하늘화장터·인제하늘내린도리안이 각각 9시로 파악됐다. 원주지역 보훈단체는 최근 원창묵 시장에게 이같은 불편을 호소하며 대책마련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원주하늘나래원 관계자는 인근에 위치한 환경사업소 쓰레기 매립장을 드나드는 트럭이 새벽부터 이용하고 있다화장시작 시간을 일찍 당길 경우 유가족 차량과 트럭이 겹쳐 큰 혼란을 초래할 수 있어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 상조업체 직원은 새벽시간대 매립장 이용차량은 드물다진입로가 비좁은데다 입구에서 바로 좌회전이 불가능할 정도로 기반시설 공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이미 예견된 불편 아니냐고 말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한 문상객은 물건을 잘못 다루다 오른손 바닥에 피를 흘린채 응급조치를 위해 관리사무실을 두드렸지만 아무 인기척이 없었다. 이내 어두운 표정으로 여기저기 기웃거리는 모습도 목격됐다. 이날 유족들의 편의는 뒷전으로 밀린 현실에서 광역화장장이란 화려한 위상이 어색하고 낯설게 다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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