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재난 영화 ‘코로나19 도가니’
〔비로봉에서〕재난 영화 ‘코로나19 도가니’
  • 심규정
  • 승인 2020.03.01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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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코로나19’ 창궐세가 가히 역대급이다. 얼마전 문재인 대통령이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해 “머지않아 종식 될 것”이란 언급과는 달리 확진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코로나19’라는 무시무시한 괴물과 악전고투하고 있는 보건당국은 노심초사, 전전긍긍하고 있다. 

시민들은 혹시 주변에 의심증상이 있는 사람이 있지 않을까 마치 시한폭탄을 안고 사는 것처럼 극도로 경계하고 있다. 극단론자들은 ‘노아의 홍수’라는 섣부른 예단까지 내놓고 있다. 방역망이 한계에 부딪치면서 외출을 기피하고 약속을 취소하는 등 우리의 일상을 완전 뒤바꿔 놓았다. 스산한 도시의 분위기는 준 아노미 상태라 해도 무방할 것 같다. 마치 재난 영화를 보고 있는 듯 한 착각에 빠지곤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달 26일 ‘코로나19’에 직격탄을 맞은 대구시를 방문했다. 문 대통령은 지역상공인과의 간담회에서 시민들을 위로하고 대책을 제시했다. 이날 문 대통령의 발언 가운데 ‘코로나19’를 빗대 ‘정체를 알 수 없는 신종 감염병’이라고 말한 대목이 큰 의미로 다가왔다. 질병사에서 전혀 드러나지 않은데다 원인균 규명이 아직 명확히 이뤄지지 않았다. 커다란 수수께끼 같다고 볼 수 있다. 불청객 ‘코로나19’의 등장은 앞으로 우리가 또 다른 바이러스와의 전쟁에 나설 수밖에 없는 불길한 전조다.

미국 캘리포니아대학교(UCLA)의과대학 재레드 메이슨 다이아몬드 교수는 일찌감치 인류의 문명을 바꾼 3가지로 총, 균, 쇠(Guns, Germs, Steel)를 꼽았다. 풀리처상을 수상한 이 책에서 그는 유행병을 일으키는 균에 주목했다. 모든 대중성 질병의 근원은 동물로부터 진화된다고 강조했다. 지금까지 그랬지만 앞으로도 ‘코로나19’와 같은 새로운 바이러스는 부지불식간(不知不識間)에 닥쳐올 수 있다. 문제는 이런 바이러스(세균)의 전파속도가 빠르다는 점이다. 잠복기가 있는데다 생활공간이 밀집된 인구의 조밀성, 이로 인한 열악한 위생 환경, 차량·비행기·선박 등에 의한 이동의 속도성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바이러스(세균)는 스케일이 크고 글로벌화 될 수밖에 없다. 지피지기 백전불태(知彼知己 百戰不殆)라고 했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번 싸워도 위험하지 않다고 했는데 우리는 적을 너무 모른다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정체불명의 바이러스가 언제 우리의 일상을 잠식할지 모르는 현실에서 과연 이를 치유할 수 있는 기술력이 뒤따를 수 있을지도 고민거리다. 그야말로 빛의 속도로 모든 기술이 발달한다고 하지만, 완숙단계에 도달하기까지는 시행착오 등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기술의 진화가 전염병에 저만치 뒤쳐질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과거도 그렇고, 지금도 그렇지만 우리는 바이러스와의 전쟁에서 사실상 중과부적(衆寡不敵)임을 확인했다. 따라서 전염병의 기선을 제압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당국이 매뉴얼에 따라 아무리 물 샐틈 없는 방역시스템을 가동한다고 하더라도 수많은 사람들을 통제하기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코로나19’ 사태는 장기화 국면이다. 이러다 나라가 거대한 ‘코로나19’ 번식장으로 전락하는 것은 아닌지, 불안감이 엄습하고 있다. 물론 보건당국의 선제적 대응도 필요하지만, 불확실하고 불가항력이 상존하고 있다는 점에서 더더욱 두통거리가 될 것 같다. 중요한 것은 나 자신의 건강은 스스로 지켜야 한다는 점이다. 개개인이 일상에서 주변을 구석구석 살피는 세심한 주의가 필요하다. 우리에게 뒷머리를 무겁게 하는 난해한 숙제를 안긴 ‘코로나19’. 이 ‘코로나19 도가니’라는 재난 영화의 엔딩장면이 어떻게 페이드아웃(fade out)될 지,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의 몫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2020년은 이래저래 마음이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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