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신천지라는 거짓 낙인(烙印)에 우는 사람들
〔비로봉에서〕신천지라는 거짓 낙인(烙印)에 우는 사람들
  • 심규정
  • 승인 2020.03.06 18:09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코로나19 사태 속에 몹시 나쁜 바이러스가 SNS 바다에서 쌩쌩 부는 찬바람과 함께 파도치고 있다. 바로 가짜뉴스의 경우다. 일일이 다 열거할 순 없지만, 개신교 집사인 병원 원장을 향해, 일부 마트를 향해, 음식점을 향해, 빵집을 향해, 특정 개인을 향해 “신천지다”라고 낙인을 찍었다.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해명과 수사 의뢰를 통해 이런 악소문은 슬그머니 꼬리를 감추었지만, 우리 사회를 혼란에 빠트린다는 점에서 유감 천만이다.

코로나19 기승으로 시민들이 얼마나 몸서리쳤던가. 손에 쥔 핸드폰에서 비상벨과 함께 문자가 울리면 “아이코 확진자가 또 나왔군”, “휴...”하는 한숨과 함께 어두운 표정을 짓곤 했다. 이젠 핸드폰을 쳐다보기 겁난다는 시민들도 있다. 이런 반갑지 않은 일상 속에서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괴괴한 소문들은 공포감을 더욱 배가시켰다. “○○○가 신천지라고 하던데”, “○○○부인이 신천지래”라는 간접화법은 “○○○는 신천지다”라는 직접 화법으로 바뀌어 확대 재생산됐다. ‘아’다르고 ‘어’다르다고 넘실대는 파도처럼 이 사람 저 사람 거치면서 완전히 다른 말로 변해 피해자들에게는 괴물로 다가왔다.

 경기침체에 손님이 뚝 끊겨 운영난을 겪는 데다 헐뜯는 소문까지 나도니, 그야말로 가게는 파리가 날릴 정도였다고 한다. 일부 피해자들은 “경찰에 고소할까도 생각했지만, 괜히 더 시끄러워질 것 같아서 참았다”라거나 “직접 행정기관에 전화해 신천지 신도 명단에 이름이 있는지 확인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필자 핸드폰에는 가짜뉴스를 반박할 수 있는 증거파일이 구급차를 타고 날라들었다.

 문제는 이런 가짜뉴스가 잊힐 만 하면 재현된다는 점이다. 모 병원의 경우 지난 몇 년 전 비슷한 소문에 시달렸는데, 이번에 또 다시 뱀처럼 꿈틀거리며 기어 나왔다. 모 마트도 몇 년 전 또 다른 종교단체 연관설이 퍼지더니 이번엔 신천지 연관설이 연막탄처럼 피어 올랐다. “칼에 베인 상처는 금세 아물지만, 말에 베인 상처는 평생 아물지 않는다” 는 동서고금의 잠언을 되새김질 해본다. 마음속에 상처가 되고 깊은 흉터가 되었다고 피해자들은 하소연한다.

 지금 여론 전파의 대세가 SNS라면, 조선 시대에는 괘서(掛書), 1980년대는 대자보가 있었다. 모두 민심이 흉흉할 때 어김없이 등장했다. 지금은 코로나19, 조선 시대에는 귀족과 관리의 부패.농단, 1980년대는 독재정권이 부당함이란 키워드가 모두의 눈과 귀를 붙들어 맸다. 물론 사실관계에 기초해 여론에 불을 댕겨 시대의 물줄기를 확 바꾼 순기능도 있지만, 이번 코로나19처럼 가짜뉴스가 진실의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미혹(迷惑)하는 것은 역병(疫病)과 같은 것이라 단언할 수 있다.

 이젠 공기도 믿을 수 없어 마스크를 착용하고, 땅은 점점 피부병을 앓아 신음하고, 우리 일상에서 떼래야 뗄 수 없는 핸드폰은 가짜뉴스로 와글와글거리니, 사회가 점점 삭막해지고 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피해자들의 마음을 긁고 할퀴는 날카로운 문장과 말의 파편은 가루처럼 바스러져 흔적도 없이 사라져야 한다. ‘뻥’이 전염병처럼 일상이 된 요즘이라지만, 상처에 소금을 마구 뿌려대는 냉혈한을 예방하는 백신은 언제 볼 수 있을까. 피해자들의 이마에 골진 천(川)자 주름이 활짝 펴지길 기대하며...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한마디 2020-03-11 00:13:49
요즘 우리 모두의 마음까지 흉흉해지고 있는 것 같아요ㅜㅜ 근거 없는 말과 소문으로 서로에게 상처 주는 게 아니라 이럴 때일수록 더욱 마음을 모아 바이러스 문제도 경제위기도 함께 이겨내면 좋겠습니다!!!

anne brown 2020-03-10 23:07:22
오랜만에 제대로된 기사를 읽는 것 같네요.. 가뜩이나 혼란한 시국에 가짜뉴스들이 넘쳐대니 누구를, 무엇을 믿어야 할 지 두려움만 가중되고.. 무엇보다 국민이 더 똘똘뭉쳐 어려움을 이겨나가기도 바쁜 시점에 서로 손가락질하고 헐뜯기 바쁘니 너무나 안타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좋은 기사들이 많이 나와 부디 국민 모두가 사태의 본질을 꿰뚫고 결속을 다져 하루빨리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