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 지역언론, 그리고 공론장의 역할과 과제
[특별기고] 지역언론, 그리고 공론장의 역할과 과제
  • 정의철
  • 승인 2020.03.08 19: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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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철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정의철 [상지대학교 미디어영상광고학부 교수]

최근 ‘기레기’, ‘가짜뉴스’라는 말이 횡횡할 정도로 언론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별 문제의식 없이 해 왔던 취재처와 보도자료 중심 보도, 권력기관의 발표에 의존하는 받아쓰기저널리즘, 속보·특종 경쟁의 산물인 선정적 보도와 인권 무시 관행, 상업성과 정파성에 치우친 보도 등에 대한 언론 수용자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언론의 문제는 상업화된 전국단위 언론들의 시청율/구독률 경쟁과 자사이기주의가 원인인 측면이 크다는 점에서 일상을 공유하는 지역에서 환경감시와 공론장 역할을 수행하는 지역언론의 필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반면 정치·경제·문화·교육 자원과 인력의 수도권 집중화 속에 지역의 침체와 함께 지역언론이 겪는 위기는 심각한 실정이다. 이 결과 중앙집권적 문화 배분 속에 문화적 획일화가 심해지고 있고, 지역민의 소통의 권리도 위축되면서 풀뿌리 민주주의가 위협받고 있다. 국가균형발전을 위해서는 지역발전이 당연한 과제이고, 무엇보다 지역언론 활성화를 통해 지역사회의 역동성과 민주주의를 강화해야 한다. 지역언론의 위기는 역설적으로 생생한 삶의 현장과 평범한 주민이 주체가 되는 주민밀착형 언론에 대한 목마름으로 이어진다.

거대포털의 뉴스와 광고수입 독과점 등 지역언론에 불리한 미디어생태계는 동시에 디지털 기반 저널리즘과 주민참여 활성화를 통한 돌파구 마련을 가능하게 할 수 있다. 디지털 미디어 환경에서 지역민은 언론소비자만이 아니라 참여자로서 나설 수 있다는 점에서 지역민과 소통하면서 이슈를 발굴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생활밀착형 ‘주민저널리즘’의 전망을 밝게 한다.

인구 30만이 넘는 도시에서 지역주민을 위한 정보제공과 권력에 대한 감시를 위한 주민밀착형 언론이 존재해야 함은 너무나도 당연하다. 강원권 전체를 다루기보다는 원주라는 생활공동체에 더욱 밀착하는 이슈들을 발굴하고, 구체적인 대안을 논의하는 공론장을 위해서 원주신문의 역할이 중요하다. 창립 6주년을 맞는 원주신문의 비상을 위해 주문할 것들이 있다. 먼저 돌발적 이슈에 끌려다니는 냄비저널리즘이나 시류에 편승하고 대세를 따르는 취재 관행과의 단절과 함께 주민들이 절실히 느끼는 문제들을 발굴하고 꾸준히 취재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이끌어 내는 신문이 되기를 기대한다.

지역신문의 역할은 정론직필에만 있지 않다.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의견을 제시하는 것에서 나아가 ‘내부자’의 시선으로 지역 현안에 다가가고, 분석하면서 의제설정을 넘어 시민이 체감하는 변화를 견인하는 역할이 요구된다. 이 과정에서 기자들의 개인기에 의존할 것이 아니라 매호 기획단계에서부터 주민과의 소통을 강화함으로써 원주신문이 표방하는 ‘시민저널리즘’에서 나아가 ‘주민저널리즘’의 토대를 강화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의 문제에 더욱 관심을 가져주길 당부한다. 먼저 고졸청년들의 취업과 지역사회 정착을 위한 대책 마련에 대해 기획취재를 통해 다루면 좋겠다. 중고등학생들에게도 따뜻하게 다가가 이들의 목소리를 반영하면서 교육문제의 해법도 찾아주길 바란다.

지역의 결혼이주민과 장애인, 독거노인, 소년소녀가장, 한부모가정에도 관심을 갖고 불편한 점을 미리 진단하고 대안을 제시하면 좋겠다. 원주에는 종합대학이 네 개나 있다. 미디어 관련학과도 있고, 다른 학과들도 지역신문과 결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 대학생, 청년, 청소년들을 포함한 주민들을 ‘주민기자’로 참여하도록 하고, 형식적인 독자위원회가 아니라 열정적으로 기사에 대해 의견을 개진하는 ‘주민비평단’을 운영함으로써 독자와의 소통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디지털화와 소셜미디어 활용을 통해 주민들과의 접점을 높이는 방안, 대학신문/방송/관련학과와 연계해 기사의 내용과 형식을 다변화하는 노력도 시도할 수 있겠다. 제3자적 시선으로 보도하는 관행은 주민밀착형 언론에서 유익한 방법이 아니다. 계몽주의와 객관적 저널리즘, 부정적 뉴스 중심 관행에서 탈피해야 한다. 주민저널리즘과 탐사저널리즘의 결합을 통해 지역현안에 대한 분석과 지역발전을 위한 구체적 대안 제시에 집중하면서 주민들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지면을 확대해야 한다. 날카로운 비판도 좋지만 훈훈한 미담과 서민들에게 필요한 생활정보 등 ‘좋은뉴스’를 발굴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 모든 역할을 다하기에는 인력과 재원에서 한계가 클 것이다. 신문은 사적인 기업인 동시에 공론장을 제공하는 공적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지역신문을 위한 지원정책들이 절실하다. 지역주민밀착형 신문을 살리고 발전시키기 위한 공적지원 방안에 대해 중앙정부는 물론 지자체에서도 고민해야 한다. 기존의 ‘지역신문발전기금’을 대폭 늘리고, 인터넷 매체나 마을단위 신문 등 작은 단위의 지역신문들도 지원받을 수 있도록 대상을 확대해야 한다.

지역사회와 연대해 지역에 필요한 사회공헌활동과 캠페인을 전개하면서 동시에 원주신문을 알리고, 긍정적 이미지를 확산하는 노력과 함께 자체적인 발전기금 조성 등 능동적으로 재원을 확보하는 시도도 요구된다. 원주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원주신문이 지역공동체 공론장으로서 그 임무를 당당하게 감당하기를 기대하며, 원주신문의 비상을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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