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칼럼이 114회나 연재된 지금 새삼스럽게 “클래식이란 무엇인가?”라는 주제로 글을 쓰려니 겸연쩍은 마음이 들기도 하지만, 거꾸로 생각해 보면, 클래식 음악에 대한 다양한 주제들이 다루어진 바탕에서 여러 종류의 음악들을 비교하면서 “클래식이 무엇인가” 생각해 보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필자가 다니던 대학교에는 ‘고전음악감상회’라는 동아리가 있었다. 그 동아리 이름에서 알 수 있듯 한국 사회에서는 ‘클래식 음악’을 ‘고전 음악’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클래식 음악 = 고전음악”이라는 등식도 가능하다는 얘긴데…
이러한 용어들을 소개하기 전에, 먼저 꼭 언급하고 싶은 것은 우리 사회에서 ‘클래식 음악’이란 용어는 넓은 의미의 그것과 좁은 의미의 그것이 있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먼저 넓은 의미의 고전음악을 소개하려 한다)
1) 넓은 의미의 고전 음악
‘고전’이라는 의미를 딱 잘라 말하기는 어렵겠지만, 사회 통념상 ‘고전’이란 말은 “예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이란 의미가 있다. 그러면 옛날부터 전해져 내려오기만 하면 덮어놓고 다 ‘고전’인가?
꼭 그렇지만은 않다.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겠지만, 음악이라는 범주로 한정시켜 말하자면, 수십 년 혹은 수 년에 걸친 세월을 거치며 현재까지 전해져 내려오는 음악들은 대부분 당대의 ‘마스터피스(master piece)’였을 확률이 크다.
물론 당대에는 관심을 끌지 못하던 음악이 오랜 세월이 지난 후에 빛을 보게 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당대에 인기가 없다고 해서 예술성도 없던 것은 아니기에 그 음악을 이해해 줄 수 있는 시대가 되니 빛을 보게 된 것이다.
거꾸로 당대에는 사람들의 엄청난 사랑을 받았지만, 현대에는 세인들의 관심 밖으로 사라진 곡들도 수두룩하다. 이런 곡들을 ‘고전 음악’이라고 부르지는 않는다.
이야기를 좀 더 확대해 보자
비틀즈의 ‘예스터데이’처럼 오랜 세월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아온 대중음악들도 이젠 서서히 ‘고전 음악’의 반열에 합류시켜야 한다는 인식이 커지고 있다. ‘예스터데이’는 1965년에 나온 노래로서 55년이라는 세월 동안 한결같은 사랑을 받은 음악이니 그러한 생각도 무리는 아니다.
실례(實例)로 쇼팽의 ‘마주르카’나 차이코스프키의 교향곡 등 대가들의 작품에도 당시 유행하던 대중적인 음악들이 많이 인용되곤 했었다.
“넓은 의미의 ‘고전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 이번 칼럼에서, 뜬금없는 이야기 같지만, 작곡 될 때부터 ‘클래식’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세상에 나오는 곡들도 많이 있다.
이러한 경우는 작곡자가 ‘클래식 음악’에 대한 전문적인 공부를 하여, ‘클래식 음악’의 여러 기법과 양식들을 고스란히 전수받았고, 자신만의 독창성(Originality)을 첨가한 작품들이며, 이 또한 ‘클래식 음악’의 범주로 품어 준다.
표현이 다소 거창하게 들릴 수 있으니, 쉽게 말해서 음대에서 클래식 작곡을 전공하고 전통적인 양식에 현대적인 기법과 자신만의 독창성을 적용하여 만든 곡도 ‘클래식 음악’에 속한다.
덕분에 허접한 필자의 작품들도 ‘클래식 음악’이라는 범주에 들어갈 수 있게 되었으니 이것 참 황송한 일이다.
얘기가 나온 김에 오늘은 용기를 내어, 필자의 작품 하나를 소개하고자 한다. 작년 11월 ‘강원작곡가포럼’에서 주관한 ‘제9회 신작 가곡 발표회’에서 초연되었던 ‘봄 시내 돌고 돌아’라는 노래이다. (임상규 작사, 최왕국 작곡)
춘천시 서면에 위치한 의암호로 발길을 들인 물줄기들과 서면의 아름다운 노을을 표현한 노래로서, 가사의 이미지를 음악적인 색깔로 표현한 작품이다.
곡 초반인 0분 27초에 나오는 피아노의 3연음부는 돌돌돌 흘러가는 물결을 표현한 것이며, 이 음형은 곡 전반에 걸쳐서 계속 나오고 있다. 또한 1분 44초부터 나오는 화성 진행과 멜로디는 잔잔한 의암호에 비치는 아름다운 노을을 묘사한 부분이다.
요즘 한창 인기절정인 테너 김세일 교수의 부드럽고 청아한 목소리가 곡의 분위기를 한층 더 아름답게 만들어 준다.
https://youtu.be/j09By8OIkwo (클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