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미래통합당이 사는 길
〔비로봉에서〕미래통합당이 사는 길
  • 심규정
  • 승인 2020.04.26 20: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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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21대 총선에서 민주당에 원주갑·을 선거구 2석을 모두 내준 미래통합당이 심한 무기력증에 빠진 모양새다. 재앙에 가깝다는 말까지 나도니 충격파는 가히 상상 이상이다. 뼛속까지 보수인 한 인사는 “선거전부터 패배를 예상했다. 그러나 달리 뾰족한 대책도 없었다”고 털어놓을 정도다. “지금 방탄소년단 시대인데, 태진아·설운도의 트로트만을 고집하니 관객이 모이겠냐”는 한 인사의 장탄식은 지금 미래통합당 서포터즈들의 정서를 웅변하고 있다.

패인에 대한 내부의 진단평을 구체적으로 들여다 보자. 코로나19라는 위기일발의 상황에서 못살겠다고 아우성인데, 정권교체론, 이념공세에 집착하는 모습에서, 그리고 새로운 인물이 보이지 않은 후보캠프 인사들의 면면을 보면서 ‘시대가 바뀌고 조연이 바뀌면 구각(舊殼)은 깨야 한다’는 말은 미래통합당에게 여전히 먼 훗날의 이야기쯤으로 치부되는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었다.

특히나 이름 꽤나 있는 인사가 내부 견제심리 때문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사실상 뒷전으로 밀려나 있었다느니, 일부에서는 문고리 3인방 어쩌구 저쩌구 사분오열된 모습이 이어졌다느니, 이러니 선거는 하나마나한 결과라는 흉흉한 이야기까지 나왔다고 한다. 모래성 같은 집안이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상대후보 측은 시·도의원들이 일기당천(一騎當千)의 기개를 엿볼 수 있었지만, 미래통합당 후보 측에 이런 모습은 온데간데 없었다.

역대 선거 성적표를 보면 사실상 미래통합당에게 경고등을 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012년 19대 총선에서 미래통합당의 전신인 새누리당 김기선·이강후 의원이 당선된 이후 4년 뒤 20대 총선에서 새누리당 김기선. 더불어민주당 송기헌 의원이 당선돼 얼추 1대 1의 힘의 균형추를 맞췄다. 그런데 이번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 이광재·송기헌 후보가 당선되면서 파란색으로 물들게 했다. 역대 선거에서 보수 일색이던 강원도에서 진보정당 국회의원 2명을 배출한 것은 지역정치권에 의미있는 반전이다. 시장 선거는 민주당 원창묵 시장에게 내리 3패를 당하는 오점을 안았다.

아무튼 미래통합당에 새로운 선거전략 마련이라는 난해한 숙제를 안겼다. 미래통합당의 쓰라린 위기감은 단순 이번 총선 결과만을 감안한 것은 아닌 듯하다. 당장 2022년 대통령 선거(3월 9일), 지방선거(6월 1일)라는 빅이벤트가 기다리고 있다. 미래통합당 내부에서는 이번 총선에서 40% 이상의 득표력을 보인 것을 그나마 유일한 위안거리라는 분위기다. 희망적 메시지로 볼 수 있겠지만, 지금과 같은 여론이라면 미래통합당은 대안정당이 되기엔 의구심이 많아 보인다. 그동안 외부의 변화, 여론에 둔감하거나 만성적인 착시현상을 앓는 것처럼 보였다. 니편내편에 의지하는 정치공세로는 표심을 살 수 없다. 산토끼는 커녕 집토끼만 끌어앉는 전략으로는 연전연패만 거듭할 수 있다. 물론 앞으로 정부, 여당의 실정이라는 요행이 있으면 승리를 기대할 수 있겠지만.

1당 독주, 이를 테면 견제받지 못한 권력, 일방적으로 몰아붙인 정책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 지 우리는 숱하게 경험했다. 제대로 된 야당의 견제역할이 그 어느때 보다 중요하다. 그래야 지역발전, 건강한 지역사회를 유지할 수 있다. 미래통합당은 지금의 재앙적 결과를 환골탈퇴의 계기로 삼아야 한다. 밑바닥부터 다시 시작해야 한다. 대파대립(大破大立)에 가까운 창조적·파괴적 혁신이 긴요하다. 외피만 화려하게 치장한다고 내피가 가려지는 것은 아니다. 새 흙에 새 뿌리가 착근하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 극언(極言)하건데, 유전자 가위를 동원해 골수에 박힌 ‘웰빙 DNA’까지 뽑아낸다는 각오가 없는 한 고지를 점령당한 패잔병의 신세는 계속 노정(路程)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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