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민주주의의 의식, 투표율
[세상의 자막들]민주주의의 의식, 투표율
  • 임영석
  • 승인 2020.04.26 20: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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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시인>
△임영석<시인>

일반 국민이 직접 선거를 통해 자신들이 살아가는 세상의 지도자를 뽑는다는 것은 정말 운이 좋고 행복한 나라에 태어났다고 생각해야 할 것이다. 아직도 세상은 사회적 신분 제도가 유지되어 평등성이 확보되지 않은 나라도 많고, 제도나 이념 때문에 투표권이 제한된 나라들도 많다. 정치적 성향을 떠나 투표 그 자체를 하고 있다는 것은 민주주의 제도를 마음껏 누리는 행복이다.

지금 이렇게 보편적으로 누리게 된 이면에는 많은 사람들의 희생과 노력이 있었다. 그리고 많은 국민의 열망이 내 손으로 국가를 바로 세워야 한다는 열망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본다. 세월은 흐른다. 아무리 똑똑하고 훌륭한 사람도 세월 앞에 무너지게 되어 있다. 그러나 국가의 힘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는다. 더디고 느리게 보이지만 우리는 1945년 광복 전, 후로 국가의 이념을 통찰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 음지에서 양지에서 있는 힘을 다해 노력해 왔다.

어느 특정한 집단이기주의로는 민주주의가 성립되지 않는다. 민주주의는 그 국가의 국민이 올바른 삶을 지향하고 개인의 자유를 존중하고 인권을 평등하게 만들겠다는 의지가 없이는 불가능하다. 군사정부를 거치고, 민주화라는 요동치는 사회적 시간을 거치고, 경제 발전이라는 노력의 땀을 흘리며 세상을 바꾸어 왔다. 많은 사람이 자유, 평등, 언론자유 등을 말하지만, 이 세상이 이만큼 발전이 되기 위해 참 더디고 목마른 외침을 외친 사람들이 수없이 스쳐간다.

이념이 다르면 적대적으로 바라보고, 생각이 다르면 색안경으로 바라보고 살았던 시대가 엊그제처럼 코앞에 있었다. 그러나 국민이 지자체 단체장을 뽑고, 국회의원을 뽑고, 대통령을 뽑으면서 민주주의 질서도 경제의 발전 못지않게 발전되고 성숙되었다고 본다. 정치인이 만든 제도가 어떻든 국민은 차악이라도 최선의 선택을 통해 국민의 뜻을 표현했다. 선거에 이기고 지는 문제로 국민은 선택하지 않는다. 올바른 길인지 바르지 않은 길인지를 보고 선택을 한다고 본다.

과거를 돌아보면 지식인이라는 얄팍한 사람들이 세상을 좌지우지하려고 그들의 지식을 정치에 개입시켰다. 그리고 국민의 눈과 귀를 현혹했다. 그러나 이제는 국민 누구나가 쉽게 그것이 옳은지 그른지 알 수 있는 인터넷 시대에 살고 있다. 민의의 물결이 어디로 흐르고 흘러가야 하는지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결정하는 시대에 살고 있다. 자유를 억압하던 시대, 평등을 억압하던 시대, 사람의 인권을 권력이 장악하려 하던 시대가 있었다. 온전히 국민의 저항과 힘으로 되찾기 위해 희생했던 사람들의 과거를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내가 소중한 투표용지 하나를 건네받고 투표를 했다는 것은 지난날 자유를 외친, 평등을 외친, 인권을 외친 사람들의 피의 값이다.

《풀이 눕는다. / 비를 몰아 오는 동풍에 나부껴 /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 풀이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 발목까지 / 발밑까지 눕는다. /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 날이 흐려서 풀뿌리가 눕는다. 》
                                      - 김수영 시 「풀」 전문

민중의 끝없는 저항의식을 담은 김수영 시인의 시다. 실망도 많고, 아쉬움도 많고, 우리 사회가 더 올바른 세상을 향해 가야 함을 느꼈던 시간이었다. 이 땅의 아이들은 어른들이 실시하는 선거를 통해 많은 것을 배운다. 꼼수는 ‘이런 것이다’라고 제대로 가르친 선거였다. 알고도 속고 모르고도 속아 준 국민 의식은 정치를 앞선다. 먼저 눕고 일어나는 법을 오랜 시간 익혀왔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선거가 민주주의를 지키는 척도다. 투표율이 높았다는 것은 민주주의 의식이 높다는 증거라 생각한다. 우리 국민 민주주의를 지켜내려는 투표율만큼은 참 훌륭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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