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기고]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
  • 김정수
  • 승인 2020.04.26 20: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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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수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지원팀장]
△김정수 [원주시장애인종합복지관 직업지원팀장]

어릴적 장애물 경기를 기억하시나요? 장애물 경기의 ‘장애’는 “어떤 사물의 진행을 가로막아 거치적거리게 하거나 충분한 기능을 하지 못하게 함”이란 뜻을 갖고 있습니다. 또 다른 ‘장애’의 뜻은 “신체 기관이 본래의 제 기능을 하지 못하거나 정신 능력에 결함이 있는 상태”라는 뜻을 갖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장애는 어떤 뜻을 갖고 있을까요? 저는 장애물 경기의 ‘장애’와 장애인의 ‘장애’가 같은 장애라고 생각합니다.

예를들어 수어(수화)로만 소통하는 나라가 있다고 가정해봅니다. 청각에 문제가 없는 사람, 즉 비장애인들이 소통에 어려움을 겪을 것이고 결국 그 나라에서는 듣고 말하는 것이 원활한 사람들이 소통의 ‘장애’를 갖게 되는 상황이 생깁니다. 그렇게 장애는 우리의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는 것이 많은데 많은 사람들이 장애인 당사자의 신체기관, 정신능력에만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장애인을 위한 환경개선에 따르는 비용과, 일부 비장애인의 불편한 목소리가 환경개선의 속도를 느리게 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가 됩니다.

제가 복지관에서 일하면서 만난 분 중에는 친구들과 나들이를 가다가 교통사고를 당해서, 다이빙을 하다가 목을 다쳐 전신마비가 되신 분들도 계십니다. 실제로 장애인의 89%는 후천적으로 사고나 질병 등에 의해 장애를 갖게 됩니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이 자신이 ‘장애를 갖고 살아갈 수도 있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으며, 불의의 사고 등으로 장애를 갖게 되면 받아들이는 시간이 오래 걸리기도 합니다.

실제로 제가 청소년 자원봉사자들을 교육하면서 “너는 왜 장애인이 되기 싫니?”라는 질문을 던졌을 때, ‘무슨 뚱딴지같은 소리냐’는 표정의 친구들이 많았습니다. 청소년들의 대답 중에서는 “장애인이 되면 사람들이 안 좋게 보는 것 같아서요”, “밖을 다니기가 불편해서요, 아직도 장애인이 바깥을 다니기 어려운 세상이잖아요”라는 대답을 들었습니다.

비장애인과 장애인이 함께 더불어 살아가고,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세상을 우리 후손들에게 물려주어야 하지 않을까요? 그렇다면 장애인만 위한 것이 아닌, 장애인과 비장애인 모두가 살기좋은 세상을 만드는 정책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유니버셜 디자인(universal design)’ 누구나 손쉽게 쓸 수 있는 제품 및 사용 환경을 만드는 디자인, 즉 ‘모든 사람을 위한 디자인’입니다. 유니버셜 디자인의 대표적인 예로는 가족사랑 화장실입니다. 휴게소에서 흔히 볼 수 있는데, 예전에는 ‘장애인 화장실’로 장애인만 사용하게 되어있었으나 요즘은 ‘가족사랑 화장실’로 바뀌어 장애인뿐 아니라 혼자 화장실 이용이 어려운 노약자, 어린이도 함께 이용할 수 있어 많은 사람이 편리해졌습니다. 우리가 다니는 인도의 턱이 낮아지면 휠체어장애인만 편한 것이 아니라 유모차, 손수레, 실버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편리한 인도가 되지 않을까요?

차이가 차별이 되지 않는 유니버셜한 원주를 기대해봅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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