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유정 作 / 가는 봄
[시가 있는 아침]유정 作 / 가는 봄
  • 임영석
  • 승인 2020.05.16 19:43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가는 봄

-유정柳呈 作

 

손꼽아 세어보면,
아아 내 혼잣 사랑도 여러 사연을 지니었구나.
-소옥이
-영이
가는 봄 적막한 들에 피하여 와서
민들레 노란 꽃 꽃이파리 훑어선
-연순이
푸른 푸른 하늘에 던지옵네.
나생이 하얀 꽃 꽃이파리 훑어선
-정자
마파람 은빛 바람에 날리옵네.

 

문덕수 編 ‘한국의 명시를 찾아서’, ‘혜원출판사’에서

 

 

세월이 흐르고 흘러도 봄은 오고 오는 봄은 간다. 가면서 남기는 것이 있지만 그것을 가슴에 새겨 살아가지 못하는 것이 현실이다. 봄이 오며 꽃을 피우는 목적이 있을 터이다. 또한 꽃을 보고 무엇을 느껴보라고 말하는데도 그 꽃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이쁜 모습에만 눈이 간다. 이게 다 다른 아름다운 것에만 눈이 떠 있다는 증거일 것이 다. 유정 시인의 시 ‘가는 봄’은 혼자서 가슴에 새겼던 여럿 사연들을 되새겨 보고 있다. 손한 번 잡지 못하고, 편지 한 줄 써 보내지 못했던 사연도 있을 것이고, 봄밤 다 지나가도록, 봄비 다 지나가도록 청청 울고 있는 개구리울음에 기대어 그리운 이의 목소리를 생각했던 밤도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세상이 좋아지고 공원도 많아지고 꽃밭도 많아졌지만 그리움이 깃들어지는 추억의 땅은 좁아지고 있다. 유정 시인의 가는 봄은 그런 추억의 땅을 거닐어 보고 싶은 생각을 갖게 한다. 빙그레 혼자 웃는 달빛이 세상에서 가장 고운 빛으로 빛나고 있음을 엿보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도 누군가에겐 능수버들처럼 푸른 고백을 하고 싶다는 마음을 흔들고 있는지 모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