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고난 극복 뒤 ‘희망’은 반드시 찾아온다
[살며 사랑하며]고난 극복 뒤 ‘희망’은 반드시 찾아온다
  • 임길자
  • 승인 2020.05.16 19:4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어떤 배가 항해를 하다가 폭풍을 만나 항로를 이탈해 버렸습니다. 아침이 되자 바다는 고요해졌고, 배는 해안이 아름다운 어떤 섬 옆에 떠 있었습니다. 배는 해안에 닻을 내리고 잠시 쉬기로 했습니다. 그 섬에는 예쁜 꽃들이 만발하고, 맛있는 열매와 아름다운 나무 그늘이 있었으며, 즐겁게 지저귀는 새들이 여유를 누리고 있었습니다. 배 안에 타고 있던 손님들은 다섯 그룹으로 나뉘었습니다.

첫 번째 그룹은 자기들이 섬에 내려가 있는 동안 순풍이 불어서 배가 떠나버릴지도 모르니, 아무리 이 섬이 아름다워도 우리는 목적지에 빨리 가야 한다며 상륙하지 않고 그대로 배에 남아 있었습니다. 두 번째 그룹은 서둘러 섬에 내려가 향기로운 꽃향기를 맡고, 나무 그늘에서 맛있는 과일을 먹은 뒤 원기를 회복하자 곧바로 배로 돌아왔습니다. 세 번째 그룹은 섬에서 너무 오래 있었기 때문에 마침 바람이 불자 배가 출항하겠다고 생각해 허겁지겁 돌아오는 바람에 소지품을 잃거나 자기들이 차지하고 있던 배 안의 좋은 자리도 모두 빼앗겨 버렸습니다. 네 번째 그룹은 바람이 불자 선원들이 닻을 올리는 것을 보고도 아직 돛이 돌려지지 않았고, 또한 선장이 자기들을 남겨 놓고 출항할 리가 없다는 등의 이유를 붙여서 오랫동안 섬에 남아 있었습니다. 그러나 정말로 배가 해안을 떠나려 하는 것을 보고는 서둘러 헤엄쳐 기어올랐기 때문에 바위나 배를 기어오르다 상처를 입어 그 상처는 항해가 끝날 때까지 아물지 않았습니다. 다섯 번째 그룹은 맛있는 과일을 너무 많이 먹으면서 아름다운 섬에서 너무 들떠 있었기 때문에 배가 출항할 때 울리는 종소리도 듣지 못했습니다. 그 때문에 숲속의 맹수에게 잡아먹히거나 독이 든 과일을 먹어 병에 걸려서 모두 죽고 말았습니다. 이 이야기 속에 나오는 배는 인생에서 선행을, 섬은 쾌락을 상징하고 있었습니다. 우리 각자는 어느 그룹에 속하는지?

가정의 달인 5월의 한 복판에 있습니다. 마을 뒷산은 하루가 다르게 녹음이 깊이를 더해 가고, 들판에 야생화들은 저마다의 폼으로 오고 가는 이들의 걸음걸이에 향기를 보태는 요즘입니다. 근로자의 날을 시작으로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18일은 47번째 성년의 날이자, 올해로 40주년이 되는 5․18민주화 운동 기념일입니다. 19일은 발명의 날, 20일은 세계인의 날로 다양한 민족․문화권의 사람들이 서로 이해하고 공존하는 다문화 사회를 만들자는 취지로 2007년부터 법정 기념일이 되었지요. 21일은 부부의 날, 25일은 재해예방에 대한 국민의 의식을 높이고 방재 훈련을 효율적으로 추진하기 위해 제정한 방재의 날입니다. 그리고 31일 날은 ‘바다와 함께 꾸는 꿈, 바다와 함께 여는 미래’를 주제로 24번째 맞이하는 바다의 날입니다. 바다는 모두 다 받아준다 하여 “바다”라고 이름 지었다지요. 

그 어느 때 보다 사람들의 향기로 채워져야 할 5월임에도 불구하고 현실은 여전히 어렵고 두렵습니다. 들불(wildland fire)처럼 나타난 코로나19는 지난 몇 달 동안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을 잿더미로 만들었습니다. 누군가 보고 싶고 만나고 싶을 때, 마음을 내고 시간을 쪼개면 언제든 가능할 수 있었던 사회적 관계들을 철 지난 과거의 이야기로 돌려놓았습니다. 우리가 세상을 살아가면서 맞이하게 되는 모든 일은 사사롭지 않습니다. 눈에 보이지도 않으니 만질 수도 없고, 사람에 따라 느낌도 저마다 다르다 보니 막을 수도 거부할 수도 없이 두렵고 무서움에 떨면서도 맞닥뜨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통령을 비롯한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과 희생과 고생으로 조금 진정국면을 맞이하듯 했지만, 한 두 사람의 작은 방심이 또다시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나 하나쯤이야 하는 사사로운 생각 때문에 세상은 다시 일렁입니다. 참으로 안타깝고 속상한 일입니다.

우리 사회의 위대함은 거창한 그 무엇에 있지 않습니다. 
작지만 남을 배려하는 착한 마음이 다져놓은 주춧돌! 
부족하지만 남과 더불어 살아가려는 낮은 자세로 세운 기둥!
불투명하지만 서로를 믿고 의지하려는 침착한 행동들이 만든 지붕!
그러면 사회라는 친절한 집은 완성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루속히 코로나19가 종식되어 서로를 쓰다듬고, 눈을 맞추고, 손을 잡으며 지난시간들을 추억하고, 내일을 말로 설계할 수 있는 날이 오길 간절히 소망합니다.

정토마을의 아침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