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강영환 作 / 박하사탕
[시가 있는 아침]강영환 作 / 박하사탕
  • 임영석
  • 승인 2020.05.16 19: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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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사탕

-강영환 作

 

오래 피워 온 담배를 끊은 어머니가
담배 생각이 날 때마다 한 알씩 입에 넣고
깨물어 자시던 박하사탕
아산만 방조제 공사로 떠난 큰 아들이 생각날 때마다
한 알씩 입에 넣고 녹였을 그 사탕
손수 키우던 장손녀가 제 아비를 따라
서울로 떠나서 그리울 때마다 한 알씩
입에 넣고 깨물어 잡숫던 박하사탕
나는 어머니가 그리울 때마다
박하사탕 한 알씩 입에 넣고
오래도록 녹여 먹었다

 

강영환 시집 ‘숲속의 어부’, ‘책펴냄열린시’에서

 

친구도 젊어서 친구고 벗도 젊어서 벗이다. 늙어 병들어 누워 있으면 친구도 없고 벗도 없다. 육신의 사지가 멀쩡해야 친구와 어울려 다니는 것이고, 벗과 지낼 수 있다고 어르신들은 말한다. 세상을 살아오며 한치의 거짓이 없음을 말해주는 것이다. 좋은 친구, 좋은 벗은 내 몸 안에 있어야 한다는 것을 가르쳐 준다. 강영환 시인의 시 ‘박하사탕’을 읽으면서 좋은 벗이라는 게 아픔을 삭히고 그리움을 삭히고 세월을 삭혀주는 것이어야 한다는 것을 또 느낀다. 박하사탕이 시인의 어머니에게는 그런 삶의 벗이 아니었는가 생각된다. 입이 쓰다고 말한다. 그리고 입맛이 없다고들 말한다. 허구한 날 적적함과 무료함을 이겨낸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젊어서야 일하고 자식들 뒷바라지하며 살았기에 모르지만 나이 들어 뒷방 맷돌 신세가 되면 오라는 곳도 가라는 곳도 내 몸 움직이는 게 겁이 나 꿈쩍하기가 싫다고들 말한다. 박하사탕은 그러한 삶의 무료함을 달래고, 방파제 공사로 떠난 자식의 그리움을 달래며 기나긴 시간 뜨거운 피처럼 몸을 휘저었을 것이다. 따뜻하고 뜨거운 삶의 이야기를 한 알의 박하사탕에 꼭 쥐여주는 맛깔스러운 시다. 이제 나도 어린 날 떠나가신 부모님이 보고 싶으면 박하사탕 한 알 입에 넣고 그리움을 숨겨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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