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두 얼굴의 LH...‘허구의 가면’ 아니길
[비로봉에서] 두 얼굴의 LH...‘허구의 가면’ 아니길
  • 심규정
  • 승인 2020.05.17 2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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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지난 14일 오전 LH 변창흠 사장이 원주시를 방문해 지역 현안에 각별한 관심을 보였다. 답보상태를 거듭하고 있는 지역현안, 국내 대표적인 공기업 사장의 이례적인 방문, 더욱이 민주당 이광재, 송기헌 당선자와 함께 일정 내내 함께 해 시민들은 “역시 클라스가 다르군”, “뭔가 성과가 나올 것”이라며 한껏 기대감을 드러냈다. 토지공사와 주택공사가 통합되기 전 당시 원주출신 김영진 토지공사 사장 방문이후 두 번째지만, 아무런 연고가 없는 LH사장의 방문은 처음이다.

이날 변 사장은 중앙시장 번영회 사무실을 방문했다. 지난해 1월 화재가 발생해 이곳 80여개 점포가 불에 탔지만, 재건축 해법은 공회전만 거듭하고 있다. 변 사장은 2명의 당선자, 원창묵 원주시장, 백귀현 시장번회장과 머리를 맞대고 중앙시장 재건축 방안을 논의했다. 백 회장은 “‘나’동 활성화를 부탁드린다. 공기업에서 알려주시면 저희가 할 것은 하고, 길을 잡아주신다면 따라 가겠다”고 말했다. 이광재(원주갑) 당선자는 “LH가 주체가 되어서 구체적 안을 가지고 설명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원창묵 시장은 “세입자들을 위해 시에서 임시시설을 마련할 수 있다. 여유가 생기면 광장, 편의시설을 늘린다거나 수익성 부담을 줄여주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변창흠 LH사장은 깊은 관심표명과 함께 구체적인 방법론까지 제시하는 친절을 베풀었다. “재난 비슷하게 전략적으로 해서 지원이 되어야 가능하지 않을까 한다”며 “상인회에서도 의견을 모아 주셔야 한다. 사업모델을 만들어 중앙정부의 지원을 받을 수 있으면 좋다. 저희의 역할을 다하겠다”고 설명했다.

이날 오후 변 사장은 원주시청 백운아트홀에서 공직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1시간 10분 동안 ‘지자체 주도형 주거복지와 도시재생을 위한 LH의 역할과 협력과제’를 주제로 특강을 진행했다. 원주시는 변 사장 방문을 계기로 중앙시장 재건축 뿐만 아니라 부론산업단지, 군부대 이전부지 활용방안 등 막대한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에 대해 LH의 참여를 기대하고 있다. 변 사장도 시종일관 “협조하겠다”고 했다. 심지어 “사업의 원활한 추진을 위해 LH직원을 원주시에 파견해 달라”는 이광재 당선자의 말에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언급했다. 이날 시민들은 “LH 사장이 지역현안에 관심을 보인다는데, 누가 뭐라하겠는가. 반길 일이다”라고 했다. 아무튼 그의 위상, 말의 무게감으로 볼 때 희망을 가져도 될 것 같다.

그러나 LH는 지역에서 과연 신뢰를 얻었을까. 그렇지 않다. 무실동 일대 33㎡에 중앙근린공원(2구역)조성사업 사업자로 선정된 LH는 지난 2월 돌연 사업포기를 선언해 원주시 공직사회를 심리적 공황상태에 빠뜨렸다. ‘닭 쫓던 개 지붕쳐다 본 격’이 된 원창묵 시장도 당시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는 후문이다. “예비타당성 조사결과 기준점수(0.50점)에 미달하는 0.48점에 그쳤다”는게 이유지만, LH의 이런 결정에 공직사회는 납득할 수 없다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전략환경영향평가 공람과 설명회 개최까지 마치는 등 사업이 깊숙이 진행된데다 오는 7월1일부터 일몰제 시행되는데, 당시 불과 5개월을 앞둔 시점이어서 관련 부서 직원들의 속을 부글부글 끓게 했다. “상 도의도 없는 사람들”이란 거친 언사까지 나왔다. 원주시는 부랴부랴 공모를 거쳐 주식회사 제일건설을 사업자로 선정해 다시 사업 추진을 위한 행정절차를 밟고 있다.

변 사장이 원주시를 전격 방문한 이후 LH의 이런 이해할 수 없는 처사가 입방아에 오르자, LH의 한 직원은 “본사에서는 적극 검토했지만, 강원본부에서 반대해서 어쩔 수 없었다“는 말이 흘러 나왔다. 때에 따라, 상황에 따라 말의 곡예가 이렇게 바뀔 수 있다니 실소를 금할 수 없다. 원주시는 변 사장 방문 후 어떠한 결과를 내놓지 않고 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업 타당성 검토, 중앙 정부와의 협조 등 검토할 게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LH는 그동안 지역에서 혁신도시 조성사업, 남원주역세권 개발사업, 소일택지개발 사업 등 숱한 사업을 추진했거나 추진하고 있다. 앞으로도 천문학적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추진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번 잃은 신뢰는 다시 회복하기 힘들다고 하는데, LH는 시민에게 신뢰를 잃었다해도 과언이 아니다. LH의 급관심이 언제든지 흐지부지 될 수 있다는 점을 시민들은 몸으로 겪었다.

물론 앞으로 이광재, 송기헌 당선자가 슬기롭게 잘 풀겠지만. LH의 갑작스런 애정 표현에 심한 거부감이 드는 것은 왜일까. 권력에 춤추는 것은 아닌지, 진정 원주시를 위한 애정표현인지 궁금하다. 아무튼 LH의 이례적인 립 서비스가 ‘허구의 언어’, ‘두 얼굴의 가면’이 아니길 기대해 본다.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큰 만큼’ 시민들도 앞으로 사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냉정하고 침착하게 지켜봐야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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