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16) 바로크 당대의 대가 텔레만
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16) 바로크 당대의 대가 텔레만
  • 최왕국
  • 승인 2020.05.24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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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왕국 작곡가 [한양음대]
△최왕국 작곡가 [한양음대]

“혹시 바하가 현 시대에 무덤에서 깨어난다면 자신이 이렇게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작곡가가 되어 있다는 사실에 깜짝 놀랄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바꿔 말하면 바하는 생전에 그다지 유명한 작곡가가 아니었다는 뜻인데...

그렇다면 당대에 가장 잘나가던 작곡가는 누구였을까?

이러한 질문에 대하여 전문가들은 주저 없이 ‘텔레만(G. P. Telemann, 독일 1861-1767)’을 꼽는다. 오늘은 비발디, 헨델 등과 함께 바로크 시대를 주름잡던 작곡가 텔레만 이야기다.

텔레만은 음악과는 관련이 별로 없는 가정에서 태어났다. 목사였던 그의 아버지는 일찍 돌아가셨고, 어머니 혼자 텔레만을 키웠다. 텔레만은 어린 시절부터 음악에 남다른 재능을 보였다. 어린 나이에 독학으로 음악 공부를 하여 12세에 오페라를 작곡할 정도였으니, 그의 천재성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그러나 그의 어머니는 아들이 음악가가 되어 가난하게 사는 것을 달갑게 여기지 않았고, 텔레만도 어머니의 의중에 따라 라이프찌히의 법대에 진학하게 된다.

하지만 그 무엇도 텔레만의 음악적 재능과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전문 음악인의 길을 걸을 수 없게 된 아쉬움을 달래고자 텔레만은 자신이 작곡한 악보를 가지고 라이프찌히로 갔는데, 그 악보를 본 친구가 크게 감동하여 그의 작품을 소개했고, 드디어 성 토마스 교회에서 그 곡이 연주되었다.

그 일을 계기로 그는 훗날 성 토마스 교회의 음악감독이 되었다. 일이 이렇게 된 이상 그의 어머니도 음악가의 길을 반대만 하실 수는 없었고, 이후 텔레만은 음악가로서 평탄한 길을 걷게 된다.

텔레만은 바하와도 돈독한 친분이 있었는데, 그는 바하의 둘째 아들인 ‘Carl Philipp Emanuel Bach’의 대부(代父)로서도 잘 알려져 있다. 나중에 본 칼럼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칼 바하는 바로크 시대에서 고전파 시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며, 그의 middle name에 들어간 ‘Philipp’이란 이름도 바로 텔레만의 middle name에서 따 온 것이다.

“음악의 아버지 바하”
“음악의 어머니 헨델”
“교향곡의 아버지 하이든”
“가곡의 왕 슈베르트”
“악성(樂聖) 베토벤”
이와같이 위대한 음악가들에게는 별명이 하나씩 붙어 있다.

텔레만은 바로크 당대에 가장 유명한 작곡가였으니, 그에게도 이러한 별명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바로 “교회음악의 아버지”라는 별명이다. 텔레만은 일 년 동안의 모든 주일과 축일에 부를 수 있는 칸타타를 연작으로 작곡하였다.

오늘 감상할 곡은 그가 작곡한 칸타타 "Seele, lerne Dich erkennen," TWV1:1258 중 아리아이다. 간결한 악기 구성이지만 꽉 찬 사운드가 매력적인 곡이다.

https://youtu.be/5fHhpKQAKkU (클릭)

휴대폰으로 위의 QR코드를 스캔하시면 유튜브 동영상으로 바로 연결되며, QR scan 앱은 앱스토어에서 무료로 제공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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텔레만의 곡들은 현학적이거나 어렵지 않고, 쉽고 간결하여 이해하기 쉬운 멜로디들이 많다. 그래서 그런지 음악사를 연구하는 학자들 중에는 텔레만의 후기 작품들을 보면서, 그를 ‘고전파 양식의 선구자’라고 평가하는 이들이 많다.

클래식 음악 다작가로서 기네스북에 오른 텔레만의 작품은 현재 3000여곡이 발굴되었으며 지금도 계속 나오고 있다고 한다. 그의 작품번호 목록에는 ‘TWV’라는 기호가 붙어 있는데, ‘TWV’란 “Telemann Werke Verzeichnis(텔레만 작품 목록)”이라는 뜻이다. 

참고로, 바하의 작품은 ‘BWV’, 모차르트의 작품에는 ‘K’, 하이든의 작품에는 ‘Hob’, 슈베르트의 작품엔 ‘D’라는 작품번호가 쓰이고 있다.

텔레만은 음악에 대한 열정이 대단한 사람이었다. 그가 12개의 악기를 다룰 수 있었던 것만 봐도 그의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그만큼 열심히 노력도 했고, 어려서부터 천재성도 있었고, 대단한 실력의 소유자였지만 운도 많이 따른 사람이었다.

다방면에 걸쳐 뛰어난 재능을 보인 그는 문학적인 소질도 뛰어나서, 자신의 성악곡 가사를 대부분 직접 작사했으며, 2권의 자서전도 집필하였다. 그는 또한 조직력도 뛰어나서 대학 시절부터 여러 음악 단체를 만들고 관리하기도 했다.

바하와 헨델에 묻혀 거의 잊혀질 뻔한 당대 최고의 작곡가 텔레만...
그에 대한 새로운 시각이 조명되고 있는 것은 참으로 다행한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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