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강민숙 作 / 이 또한 지나가리라
[시가 있는 아침]강민숙 作 / 이 또한 지나가리라
  • 임영석
  • 승인 2020.05.22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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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또한 지나가리라

-강민숙 作

 

물에도 상처가 있어요
돌부리에 넘어지고
긁힌 상처
물은 그냥 부둥켜안고 가고 있어요
그것이 살아가는 일이고
삶이라는 걸
걸어가 본 사람은
다 알고 있지요
어쩌다 여울을 만나면
소리치기도 하고
때론 안단테로 읊조리며
되돌아갈 수 있는
시간을 넘어
그렇게 가고 있어요
가는 길 묻지도 않고.

 

강민숙 시집 ‘둥지는 없다’, ‘실천문학사’에서

강민숙 시인의 시를 접하면서 참으로 오랜 시간 나도 그도 스스로를 잊고 살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서로의 삶이 처절했다고 본다. 시집을 받고 내 무심함의 속내를 확 뒤집을 만큼 그녀는 건강하게 세상을 걸었고 세상을 이곳저곳 보며 자신을 찾아다녔다고 느꼈다. 읽어보는 시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어떤 시련과 고통이 와도 그 시간과 그 마음의 고통은 지나간다는 것이다. 하늘에서 비가 내리고 그 빗방울이 땅에 스며들고, 풀과 나무, 그리고 수많은 생명의 목을 축여주고 나면 제 갈 길을 따라 흐른다. 그 과정의 시간은 이 지상의 가장 숭고한 삶의 역할을 해 준다. 이 지구에 물이 있다는 그 자체가 보석이다. 스스로가 보석이라 여지지는 않을 것이지만 보석 같은 생명의 아름다움을 가꾸어 주는 것이 물이다. 그 물의 흐름이 사람 삶의 흐름과 같다는 것이 시인의 생각이다. 어느덧 강민숙 시인도 살의 지평을 지나가는 세월을 견뎌냈다는 것이 눈에 들어온다. 물은 평등의 상징이다. 그리고 어떤 고통과 시련에도 그 평등의 길을 멈추지 않는다. 가는 길 묻지 않는 것은 이미 물은 제 몸속의 길을 가야 한다는 것을 알기 때문일 것이다. 무릇 물의 아름다움을 알기 위해 함께 그 시간을 걸었던 마음들이 흐르고 있음을 볼 수 있었다. 이 시를 읽으면서 지상의 모든 사람들이 하나하나 물방울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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