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괜찮니?’라는 말 한마디가 필요할 때
[기고]‘괜찮니?’라는 말 한마디가 필요할 때
  • 김가영
  • 승인 2020.05.24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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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가영 [강원도아동자립지원시설 원장]
△김가영 [강원도아동자립지원시설 원장]

“삶의 기쁨도 없고, 열심히 살아야 할 이유도 없어요.”
“제가 없어도 이 세상에서 슬퍼할 사람이 있을까요?”
“제 마음을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이 없었어요. 그래서 지금은 제 마음이 무엇인지도 모르겠고, 제 마음을 어떻게 표현해야 하는지도 모르겠어요.”
“‘괜찮니?’ 라는 말 한마디면 되는데, 그렇게 물어보는 사람이 없었어요.”
나와 만나는 친구들의 하소연이다.

내가 만나는 친구들은 보호아동·청소년이다.

보호아동·청소년이라는 단어는 생소할 것이다.
아동복지법 제3조 4항 정의에 의하면 “보호대상아동”이란 보호자가 없거나 보호자로부터 이탈된 아동 또는 보호자가 아동을 학대하는 경우 등 그 보호자가 아동을 양육하기에 적당하지 아니하거나 양육할 능력이 없는 경우의 아동을 말한다.
보호대상아동을 보호할 수 있는 아동복지시설의 종류를 보면 아동양육시설, 아동일시보호시설, 아동보호치료시설, 공동생활가정, 자립지원시설, 아동상담소, 아동전용시설, 지역아동센터, 아동보호전문기관, 가정위탁지원센터, 아동권리보장원이 있다.

최근 방송된 ‘EBS 다큐시선 열여덟, 세상 밖으로(2019.9.19.), ‘SBS스페셜 막막한 축복, 열여덟 어른(2020.2.9. 방송)“ 내용에 따르면 만18세가 되면 아동복지시설에서 퇴소해야 하고, 그러한 이유로 힘든 보호종료아동들의 어려움이 그려졌다. 만18세가 되면 퇴소해야 하는 아동들도 있지만 아래의 법령에 의해 여전히 아동복지시설에 머물러 보호받을 수 있는 제도 또한 있다.

아동복지법 시행령 제21조의 2에 의하면 보호대상아동의 연령이 18세에 달하면 보호조치를 종료하거나 해당 시설에서 퇴소할 수 있으며, 동 법 시행령 제22조에 의하면 보호기간의 연장 또한 가능하다.
또한, 동 법 시행령 제38조 자립지원 2항 자립지원 대상 아동의 정의를 살펴보면 대리양육 또는 가정위탁보호 중인 아동, 아동복지시설에서 보호 중인 아동, 보호조치가 종료되거나 해당 시설에서 퇴소한 지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아동으로 정의하고 있다.

보호가 필요한 아동의 경우 아동복지시설 퇴소한 지 5년이 지나지 아니한 아동까지도 정의하고 있어 보호아동·청소년이라는 용어를 본 기고문에서는 사용하고자 한다.

2019년부터 보호아동·청소년을 위한 다양한 지원 제도들이 생겨났다.(아동권리보장원 설립, 자립수당 도입, 주거지원통합서비스 등)
다양한 지원 제도들이 생겨났으나 기본생활유지를 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이 주를 이루고 있다.
기존에는 기본생활유지를 위한 제도도 부족했기 때문에 지원 제도가 확대 되는 것에 있어서 고무적인 일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생활유지와 함께 보호아동·청소년의 심리·정서적 부분의 질적 향상을 도모할 수 있는 지원 제도들이 확충되어야 할 필요성이 있다.

아동복지시설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동들은 사회·경제적인 이유로 원가족이 해체되고 부모와 분리되는 과정에서 심리적으로 상처를 받은 채로 낯선 시설에서 집단 생활을 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일반가정에서 생활하고 있는 아동보다 불안감, 공격성 그리고 위축되는 경향이 높으며(성미영, 2006, “시설보호 여부에 따른 아동의 정서성 발달과 내면화 및 외현화 행동문제”, 한국생활과학회지), 학대 등의 경험과 부모와의 분리로 인해 정서적 고위험군에 속한 아동의 잠재된 불안감과 미충족된 욕구는 퇴소 이후 성인기의 삶에도 큰 영향을 미치는 요인으로 보고 되고 있다.(장혜림·이정애·강지연·정익중, 2017, “가정외보호 퇴소청소년의 무업자 생활 경험”, 『한국아동복지학』)

심리·정서적 고위험군에 속한 보호아동·청소년들이 아동복지 시설에 머물 때, 그리고 퇴소하고 사회인으로 나왔을 때 가장 필요한 것은 심리·정서적 지지를 해줄 사람이 없다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본다.

보호아동·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면,
“조언 말고 공감만 해주시면 안 되요?”
“제가 힘들 시기에 누군가 한 번이라도 나에게 ‘괜찮니?’라고 물어봐주었다면, 저는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예요.”라는 이야기들을 많이 한다.

보호아동·청소년들이 이야기 하는 따뜻한 공감을 나 역시도 하지 못하고 있었던 것 아닐까?
어른으로서, 친구로서 진심으로 상대방을 걱정하는 의미의 충고와 조언이 있었지만, 공감과 수용이 부족했던 것은 아닐까?

5월 가정의 달을 맞아,
보호아동·청소년 뿐 아니라, 나의 가족, 친지, 주변사람들에게 관심을 갖고, 공감하고 수용해주며, “괜찮니?”라고 물어봐줄 수 있는 5월이 되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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