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칼럼]원주의 잊혀진 공간 이야기
[문화칼럼]원주의 잊혀진 공간 이야기
  • 전영철
  • 승인 2020.05.24 22: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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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철 [한국지역창생연구소 소장]
△전영철 [한국지역창생연구소 소장]

치악산 골짜기 계곡물이 금대계곡을 빠져나와 원주천으로 향하는 즈음, 치악산과 중앙선 백척철교를 앞에 두고 있는 그림 같은 풍경의 금대3리가 있다. 금대3리 마을회관 앞에는 작은 무덤같이 생긴 봉분들이 무려 200여 기 자리 잡고 있다.

중앙선 금대리 똬리 굴은 우리나라 철도에 있어 가장 난코스로 루프 방식이라고도 하며 환상선이라고도 한다. 루프 모양으로 해발고도 차가 큰 구간에 선로를 건설할 때, 고리 모양으로 선로를 부설하여 완만한 경사로 일주하는 동안에 지형이 가파른 산지를 올라간다. 루프선 중에는 터널을 설치하는 경우가 많으며, 이것을 루프 터널이라고 한다. 이러한 방식은 1937년에 삼척에서 태백을 오르는 백두대간에도 있으며 치악산이 1940년으로 두 번째이다. 중앙선 철로인 죽령의 희방사에도 있다.

이 철도를 건설하기 위해 일제는 우리나라의 수많은 젊은이를 강제노역으로 이곳으로 끌고 왔고 빈약한 안전장치 하에 작업을 시키다 수많은 사람이 죽어갔다. 그리고 이곳에 무덤을 마련해 주었다. 다시는 고향으로 돌아가지 못했다.

2009년 반곡역사에는 역사갤러리를 조성해 미술적으로 중앙선 철로를 건설하다 희생된 분들을 기억하는 작업을 하는 마을미술프로젝트를 조성하였고, 벚나무 아래에는 조형물과 역사 대기실은 훌륭한 갤러리로서 임무를 수행하도록 조성되었다.

일제 치하에 탄생했고 한국전쟁을 지켜보았던 중앙선 철도는 이제 원주-제천 간 선로변경으로 이제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게 될 것이다. 하지만 이 철도가 만들어졌을 때 누군가의 소중한 손자였고, 아들이었고, 누군가의 연인이었던 젊은이들은 타향 땅에 와서 강제노역하다 아까운 생을 달리 했다. 마을에서는 이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알기에 어찌하지 못하고 지금까지 같이 해왔다. 일본 나가사키항 앞 영화 군함도에서 다루어졌던 내용을 우리 국민은 너무 잘 알기에 지금까지 혐오 시설이라기보다는 안타까운 심정으로 백 년 가까운 시간을 같이 지냈을 것이다.

우리의 긴 역사를 따라 서사적인 공간을 찾아 나서다 보면 개인의 삶, 가족의 삶, 마을의 역사, 도시의 역사, 국가의 역사가 고스란히 들어온다. 그런데 멀리 일본 군함도와 사할린에만 있을 줄 알았던 비극의 역사가 우리 주변에 있었다는 것을 우리는 모르고 있었다.

이제라도 제대로 쉬지 못했던 영혼들을 달래고 또 그들을 기억하는 작업을 하고 그 공간은 마을의 정원으로 살리고 자그마한 비석이라도 세워주어야 할 것이다. 또한, 좀 더 편안한 곳으로 이분들을 모셔야 할 것이다. 물론 이 프로젝트는 원주시만의 일이 아닌 국가보훈처와 강원도에서도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마을의 숙원사업이었지만 어디에 하소연도 못 하고 마을주민들도 백 년 가까운 세월을 보내왔을 것이다. 이제 마을주민도 이러한 공간이 아픔의 공간이 아니고 미래를 이야기할 수 있는 공간으로 변화하기를 바랄 것이다.

3.1운동 100주기, 한국전쟁 70주년, 5.18 40주기 등등 고달팠던 근현대사의 강물 줄기가 우리를 감싸고 흐르고 있다. 그리고 수많은 화물과 사람들이 오갔을 철도도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고 쉼과 재충전의 목적으로 재활용될 것이다. 하지만 이 공간이 엄청난 슬픔을 안고 있다는 것도 많은 사람이 알 수 있도록 하는 일도 중요한 일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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