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정대협의 도덕성
[세상의 자막들]정대협의 도덕성
  • 임영석
  • 승인 2020.05.31 1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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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도덕(道德)이라 함은 국어사전에 다음과 같이 나와 있다. ‘사회의 구성원들이 양심, 사회적 여론, 관습 따위에 비추어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행동 준칙이나 규범의 총체. 외적 강제력을 갖는 법률과 달리 각자의 내면적 원리로서 작용하며, 또 종교와 달리 초월자와의 관계가 아닌 인간 상호 관계를 규정한다’라고 말한다. 스스로 마땅히 지켜야 할 일, 상호 간 법의 규정을 적용하지 않아도 신뢰할 수 있는 생활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이 도덕이다.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 정의기억연대의 전신)에 대한 도덕성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세상에는 과하면 모자람만 못한다는 말이 있다. 오랜 시간 위안부와 정신대 피해자들을 위한 활동을 해 온 점은 누구나 인정을 한다. 그러나 투명하지 않은 많은 사안들에 대한 불신이 사법부의 수사를 받는 지경에 이르렀다.

물이 한곳에 오래 고여 있으면 썩는다고 한다. 왜 썩을까? 물이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흘러야 하고 움직여야 물이 썩지 않는데, 오랜 시간 그대로 멈춰 있으면 아무리 맑은 물이라 해도 썩을 수밖에 없다. 정대협의 사회적 문제도 그래서 촉발된 것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기자회견을 자청해 밝힌 이용수 어르신의 2차 기자회견 내용을 보면 “30년간 속을만큼 속고, 이용당할 만큼 이용당했다”라고 말한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라는 글은 존 던이라는 영국의 성직자가 전염병으로 사람이 죽으면 울리는 교회 종(弔鐘) 소리를 듣고 오늘도 누군가 죽어 가는구나? 생각하다가 자신이 전염병이 들어서야 바로 자신을 위해 울리는 종소리였다는 것을 깨달았다는 내용이다. 아무리 세상을 향해 종소리를 울리는 사람이라 해도 바로 자기 자신이 듣지 못하는 종소리는 아무 의미가 없다는 교훈적 이야기다.

지금 우리가 정대협의 불협화음을 전해 들으며 고사리 손부터 눈망울 반짝이는 많은 젊은이들이 위안부 피해 어르신들과 일본에 끌려가 노동착취를 당한 많은 어르신들의 마음을 위로하고 힘을 보태 일본의 진정성 있는 사과를 요구해 왔다. 그러나 정대협 의장을 맡은 분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위안부 어르신이 지난 과거의 정대협 활동이 잘못되었다고 세상을 향해 목소리를 높이면서 정대협의 도덕성이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흔들고 있다.

세상,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누구든 잘못을 하고 실수를 한다. 때문에 어떤 단체가 구성이 되면 그 단체를 이끌어 나갈 방향의 규칙을 만들고 규칙을 지켜야 할 의무를 지니도록 요구한다. 어떻게 보면 지난 30년간 사회적 활동을 한다는 빌미로 잘못된 관행이나 규칙대로 한 점 부끄러움이 없다면 이용수 어르신이 왜 기자회견까지 자처해 문제를 제기할까?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다수라고 본다. 그래서 다른 시민사회단체의 도덕성까지 색안경을 끼고 바라본다는 것이 현실이다.

도덕성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한다. 돌을 쪼아 부처를 만드는 일이 옳은 일인지. 나무가 자라 제 그늘을 만들어 그늘 밑에 다른 나무들이 살아갈 수 없는 게 과연 정당한 것인지 묻고 묻는다. 모든 것은 바로 하늘이 가르쳐 준다. 나무는 나무들끼리 나무의 그늘에서는 살아갈 수 없다는 것을 인식시켜 준다. 그리고 석공은 아무리 단단한 돌도 마음의 뜻을 세우면 그 뜻을 돌에 새긴다. 흔들리지 않는 마음이 바로 도덕성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바른 일을 했다면 꽃이 피는 게 세상 이치다. 그른 일을 했다면 비난을 받는 게 또한 세상의 일이다. 우리가 바라보는 꽃들이 모두 각기 제 나름의 세상의 이치를 따라 아름답게 피어난 것이다. 그리고 세상에 태어난 모든 사람이 누군가의 사랑을 품고 태어난 사람들이다. 서로가 서로를 불신한다는 것은 믿음이 부족한 탓이다. 정대협은 지금이라도 “중이 염불에는 관심 없고 젯밥에만 관심 있다”라는 속담을 되새기며 도덕성부터 회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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