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문순자 作 / 늦눈마저 보내고
[시가 있는 아침]문순자 作 / 늦눈마저 보내고
  • 임영석
  • 승인 2020.06.07 1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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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눈마저 보내고

-문순자 作

 

목질이 단단할수록 옹이도 깊이진다

그것이 사랑이란 걸,

못 이룬 사랑이란 걸

몸으로,

몸으로 말하는

갱년기 잣밤나무

 

문순자 시집 ‘어쩌다 맑음’, ‘황금알’에서

나무가 되었건 사람이 되었건 자기 화(火)를 키우는 건 강하게 살려는 몸부림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강한 돌은 몸 전체가 금이 가지만 약한 돌은 맞은 부분만 흠집이 난다. 그러니 사람의 삶도 짧게 굳게 사는 삶이 있고 아프면서도 오랜 시간을 살아가는 사람이 있다. 이것은 흔들리는 풀잎은 강한 바람에 눕혀져도 꺾어지지는 않는다. 나뭇가지는 강한 바람에 제 가지를 모두 내주어야 한다. 옹이는 부러진 가지를 스스로 감추려고 생긴 상처의 자국이다. 문순자 시인은 잣밤나무 같은 삶의 옹이가 깊게 파여 있다는 것이 지난날을 사랑했기 때문에 몸으로 말한 몸부림이라고 바라본다. 갱년기는 젊음이 끝나고 노년기로 접어들며 신체적으로 느끼고 아픔들이다. 마치 늦눈이 오면 오자마자 다 사라지는 모습을 몸속에서 느낀다는 것을 직시하게 해 준다. 젊음이란 언제나 나를 단단하고 용기 있게 하고 서 있게 만들어 놓는다고 생각하지만 그 젊음을 막아서서 갱년기가 되었다고 아픔을 던져주는 것이 있다. 그것이 세월의 말이다. 그 세월의 말을 늦눈처럼 바라보고 느끼는 마음이 누구에게나 옹이를 껴안고 지난 삶을 뒤돌아 보아야 한다는 말로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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