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왕국의 클래식 이야기 (117) 바로크 시대 작곡가 열전

‘바로크’시대는 1600-1750년까지를 말하며, ‘pérola barroca’라는 포르투갈 말에서 유래됐다고 한다. 이 단어는 ‘일그러진 진주’라는 뜻으로, ‘덩치만 크고 형편없는’, ‘겉모습만 화려하고 퇴폐적인’ 대충 이런 뜻이다.

이렇듯 ‘바로크’라는 단어는 그 시대의 예술에 대한 멸칭이었지만, 시대가 흐르면서 점차적으로 안 좋은 의미가 퇴색되었다.

바로크 시대는 철학과 과학이 급격하게 발달한 시기였다. 코페르니쿠스와 갈릴레이가 지동설을 주장했고, 뉴튼은 만유인력의 법칙을 발표했다. 나침반과 조선술의 발달로 이른바 ‘대항해 시대’로 불리던 때였으며, 로마 가톨릭교회의 부패로 인하여 종교개혁이 일어났다.

이렇게 사회가 급격하게 변화했고, 산업 혁명으로 중산층이 늘어나면서 음악의 향유 형태도 귀족이나 궁정, 교회 중심에서 대중적인 공연이 늘어나게 되었다. 이러한 변화로 인하여 음악도 대중의 눈높이에 맞추어 ‘이해하기 쉽고, 듣기 편안한’ 형태로 변모하게 되었다.

바로크 시대의 문을 연 작곡가는 이탈리아의 ‘몬테베르디(1567-1643)’였으며, 바로크 당대 최고의 작곡가는 직전 칼럼에서 다뤘던 ‘텔레만’이 단연 선두주자였고, 그 외에도 비발디, 헨델, 라모, 바하 등의 걸출한 작곡가들이 활동하던 시기였다.

이쯤에서 바하와 텔레만에 얽힌 일화 하나를 소개한다.

바하가 활동하던 도시인 ‘라이프찌히’의 음악감독이 공석이 되자, 텔레만을 음악감독으로 초빙한다. 그런데 텔레만은 함부르크의 음악감독이었기 때문에, 바하에게 급히 연락하여 라이프찌히 음악감독으로 지원을 해 보라고 권유한다.

그런데, 정작 라이프찌히에서는 다른 사람(그나우프너)을 원했다. 그러나 그나우프의 현 직장인 다름슈타트에서 그를 놔주지를 않자, 그제서야 바하의 순서까지 온 것이다.

결국 텔레만은 1번, 그나우프너가 2번, 바하는 3번인가?
현대인들에게 ‘음악의 아버지’라 추앙받는 바하도 당시에는 일인자가 아니었다고 하니 당시에 얼마나 많은 훌륭한 작곡가들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렇게 수많은 바로크시대 작곡가들 중 의미 있는 업적을 남긴 분들을 소개하자면 몬테베르디와 비발디, 라모 정도를 들 수 있겠다.
(이미 소개한 바 있는 바하, 헨델, 텔레만 등은 제외)

르네상스와 바로크를 잇는 작곡가이며 ‘오페라의 아버지’라 불리우는 몬테베르디는 (악보가 남아 있는) ‘최초의 오페라’인 ‘오르페오’를 작곡하였으며, 그 외에도 ‘율리시스의 귀환’과 ‘포페아의 대관식’을 작곡하였다.

“빨간 머리 사제”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비발디(1678-1741)는 모든 조사에서 한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클래식 베스트 3에 꼽히는 ‘사계’를 작곡하였으며, 지하철 안내방송 배경음악으로도 유명한 ‘화성의 영감’ 6번으로도 유명하다. (본 칼럼 11회 참조)

마지막으로 프랑스 작곡가인 쟝 필립 라모(1683-1764)는 근대 화성학 이론을 집대성한 인물로, 바로크 음악 핵심 축의 하나인 ‘호모포니’의 발전에 지대한 공을 세운 작곡가이다.

바하의 음악이 신고전주의 음악에 큰 영향을 끼쳤다는 사실에 음악 학자들은 바하에 큰 관심을 갖게 되었고, 텔레만은 거의 잊혀진 존재가 될 뻔했다.

그러나 20세기 들어서면서 텔레만에 대한 재조명이 시작되었고, 텔레만의 후기 작품들도 고전파의 싹을 틔우는 데 큰 영향을 주었다는 사실이 인정되면서 텔레만에 대한 연구도 활발해졌고, 그의 작품들이 계속 발굴되고 있다.

오늘 들으실 음악은 라모의 ‘Les Cyclopes’라는 곡이다. 바로크시대의 작품답게 화려한 꾸밈음이 많이 등장하며, 화성적으로 선율적으로 매우 세련되고, 감성이 풍부한 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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