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세상에 공짜란 없다
[살며 사랑하며]세상에 공짜란 없다
  • 임길자
  • 승인 2020.06.14 07: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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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임길자 [문막노인복지시설 정토마을 원장]

나이에 비해 등이 휘어버린 한 남자가 있었습니다. 길에서 그를 만난 같은 또래의 사람이 물었습니다.
“아직 등이 그렇게 될 나이는 아닌데, 무슨 어려운 일이라도 있었나요?”
“어려운 일은요. 나는 큰 고생은 해 본적이 없어요. 워낙 운이 좋아서 스무살 때부터 넉넉하게 살았죠.”
“그렇군요. 대체 어떤 직업을 가졌길래......”
“직업이랄 게 뭐 있나요. 그저 소일삼아 땅바닥을 보면서 길을 걸어 다니는 게 전부죠.”
“무슨 말인지 이해가 안 되는군요.”
“그럴 수도 있죠. 사실 나는 20년 전에 길에서 큰 다이아몬드와 금덩이를 주웠거든요. 그것으로 힘들지 않게 살아왔지요. 그런데 그 반지를 주워 횡재(橫財)한 후로 길을 걸을 때마다 땅바닥을 보는 습관이 생겼지요.”
알고 보니 그는 수십 년 동안 땅바닥만 쳐다보고 다닌 탓에 등이 휘어버렸는데도 여전히 땅바닥을 쳐다보며 길을 걸어 다니고 있었던 것입니다.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허리가 심하게 휘어진 것도 모르면서 말입니다.

요행(僥倖) 심리는 특히 주식시장에 자주 볼 수 있습니다. 주식이 불황일 때 투자자들은 ‘내 주식은 하락하지 않을 거야.’라는 요행심리를 갖게 됩니다. 주식이 하락하면 주가가 반등할 거라 생각하고 반등하면 주가가 계속 오를 것이라는 기대를 품게 되어 엄청 많은 경우의 수가 자신을 위험에 빠뜨릴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무모한 전진을 합니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 모양과 크기는 좀 다르지만 한두 번쯤 전혀 예측하지 못한 행운을 만나기도 합니다. 어떤 모임에 가서 커다란 경품에 당첨되기도 하고, 평소 매출이 오르지 않던 식당에 우연찮게 단체손님들이 들어와 기대이상의 매출이 오르기도 합니다. 이 같은 행운은 우연의 일치일 뿐입니다. 노력을 기울이지 않았는데도 같은 행운이 다시 나타날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내 안에 공짜근성 즉, 요행심리가 작용하고 있는 겁니다. 세상에 공짜란 없습니다. 땀은 결코 자신을 속이지 않습니다.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반드시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지불해야 한다는 것은 진리입니다.

2020년 6월의 한 가운데 와 있습니다. 1987년 6월! 대한민국에 민주주의를 꽃 피우기 위해 뜨겁게 불을 지펴졌던 6월 항쟁이 떠 올려집니다. 많은 사람들의 피눈물로 세상은 ‘민주화’라는 향기를 더 했지만, 누군가 죽고 또 죽어야 했던 너무 아프고 슬픈 과거라서 포장이 잘 안 됩니다. 세찬 비바람 속에 몇 번이고 피었다 떨어지기를...  가지가 부러지고 새로 나기를 얼마던가? 오랜 세월 수많은 사람들의 땀과 눈물로 채워진 희생의 강에 씨앗을 뿌리며 걸어온 33년입니다. 독재에 맞섰던 87년의 청년은 아버지가 되어 광장을 지키고, 도시락을 건넸던 87년의 여고생이 이젠 아이들의 엄마가 돼 촛불을 든 것처럼, 사람에서 사람으로 이어지는 성숙한 과정을 경험했기에 ‘민주화’라는 꽃나무가 더 큰 의미로 다가옵니다. 우연한 성공을 꿈꾸지 않았고, 요행을 바라지 않았으며 옳음의 방향대로 서로의 신념을 믿었습니다, 그래서 이젠 흔들지 말아야 합니다. 

코로나19와의 전면전이 쉽사리 끝날 것 같지 않은 이때, 우리는 혼자 잘나서만은 결코 잘 살수 없음을 알아차리게 되었고, 나와 이웃, 그 이웃과 또 다른 이웃의 만남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깨닫게 되었습니다. 적당히 잘 어울리고, 적절히 관계하며, 무엇을 내어주고, 무엇을 경계해야 하는지도 설명이 가능해 진 것 같습니다. 세상엔 원래부터 공짜나 요행 따윈 없었습니다. 항상 노력한 만큼의 결과였고, 흘린 땀만큼의 보상이었습니다. 우리사회 곳곳 불편한 진실 앞에서도 기억과 다짐을 새롭게 해야 하는 6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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