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석연 의원을 모셔라”…선거 하루 앞두고 007작전 ‘방불’
“유석연 의원을 모셔라”…선거 하루 앞두고 007작전 ‘방불’
  • 심규정 기자
  • 승인 2020.06.21 21: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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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인출·곽희운 의원 반대 측
중립 성향 유석연 후보 카드 적중
7대 7 표심에서 1표의 존재감 과시
“승부사 기질” VS “우정보다 동맹”

원주시의회 후반기 민주당 의장 후보 선거는 한편의 반전 드라마로 끝났다. 애초 ‘주연을 위한 조연’에 불과할 것으로 예상했던 유석연 의원이 주연으로 우뚝 섰기 때문이다. 유력 후보들이 자신을 지지하는 의원들을 2~3명씩 포진시키고 있는 상황에서 홀로 협상력을 발휘해 몸값을 높이며 의장 자리를 꿰찼기 때문이다.  

원주시의회와 의원들에 따르면 원주시의회 민주당 의장, 부의장 후보 선거(17일)를 하루 앞두고 판세는 안갯속이었다. 류인출(3선)·곽희운(3선)의원이 일찌감치 의장,부의장 단일화를 예고한 가운데 반대 측에서는 이성규(재선), 곽문근(초선)의원의 이름이 오르내렸지만, 선수 우선이란 도당의 방침에 어긋나 뿌연 베일에 가려졌다. 주판알을 튕기던 양 측의 표심분석결과 1,2표 차이의 박빙의 승부가 펼쳐질 것으로 예상했다. 이 과정에서 확실한 중립으로 분류되던 유석연 의원의 몸값이 껑충 뛰기 시작했다.

운명의 장난이 시작된 것은 선거를 하루 앞둔 16일 저녁. 류·곽 의원 측은 시내 모처에서 의장,부의장 단일화를 위한 모임을 가질 예정이었다. 당연히 참석할 것으로 예상했던 유 의원이 돌연 불참했다. 모두들 애가 탔고, 유 의원에 대한 수배령이 내려졌지만, 유 의원은 전화도 받지 않았다고 한다. 이 시각 유 의원은 시의회 건설도시위원회 회식에서 아무 일 없다는 듯 식사 중이었다.

유 의원이 자리를 뜬 것은 1시간여 뒤. 유 의원은 류·곽 의원 측 의원들이 모여있는 식당으로 향했다. 그런데 식당 앞에 다다르자, 류·곽 의원 측과 반대 입장에 서있는 의원이 차량을 대기시켜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그쪽에서 ‘의원님 저랑 함께 가시죠’라고 해서 난감해 하다 탔더니 무실동 식당으로 저를 데려갔다”라고 유 의원은 밝혔다. 유 의원은 “그들이 저를 감금해서…”라고 농을 건넸다. 이 자리에서 그들로부터 의장 후보 제안을 받았다고 했다.

당초 유 의원의 지지를 끌어내면 8대 7로 승부가 갈릴 것으로 예상했던 류·곽 의원 측의 기대가 물거품이 된 순간이었다. 앞서 유 의원은 류·곽 의원 측에 부의장을 요구했지만, 건설도시위원장 제안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류·곽 의원 측은 유 의원이 건설도시위원장을 수락한 것으로 확신하고 유 의원을 자신의 지지표로 확신했다. 결국 투표(5시)당일 한 시간여 앞둔 오후 3시 52분 언론사에는 ‘신재섭 의장, 후반기 의장 불출마’란 제목의 보도자료가 뿌려졌다. 유석연 의장후보 카드가 확정됐다는 메시지였다. 결국 유석연 의장후보는 양 측이 한치앞도 내다볼 수 없는 살얼음판 승부에서 혈혈단신 존재감을 드러내며 시의회 의사봉의 주인이 됐다.

선거결과를 두고 지역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유 의장 후보에 호의적인 의원들은 “말수가 적고 무뚝뚝해 이번 선거에서 그다지 존재감이 드러나지 않았다. 그의 승부사적 기질이 먹혀든 것 같아 놀랐다”라는 반응을 보였다. 하지만 반대 측에서는 “명분보다는 실리를, 우정보다는 동맹을 택하는 정치판의 그릇된 모습을 여실히 보여줬다”라고 혹평했다. 시의원들과 가까운 한 시민은 “일부 진영 의원들의 경우 소신과 철학보다는 끼리끼리, 줄서기 정치의 극치를 보여줬다”라며 “특히 민주당 소속 시의원 가운데 초선의원이 절반이 넘는 사실(9명)에 비춰 볼 때 실망감이 더욱 크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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