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비대면 사회...더 절실한 소외계층 보듬기
[기고] 비대면 사회...더 절실한 소외계층 보듬기
  • 박지영
  • 승인 2020.06.27 15: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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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영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박지영 [원주시노인종합복지관 관장]

코로나19 확산이 우리 모두를 긴장시키는 이유 중 하나는 이 질병의 전염성이 의료시스템만으로 통제되는 것이 아니라 손을 씻고, 마스크를 쓰고, 사람 접촉자제 등 모든 사회구성원 개개인의 행동결정에 의해 영향을 받기 때문이다. 그래서 코로나19는 인간과 바이러스와의 싸움인 동시에 인간과 인간 사이에 협력적인 견제를 요구하는 사회문제이기도 하다.

영국의 의학자이자 역학자인 마이클 마멋(Michael Marmot)은 질병의 원인을 규명함에 있어 질병에 영향을 미치는 사회적 요인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원인의 원인(the causes of the causes)’이라는 개념을 소개했다. 그는 자신의 저서 ‘건강격차(The Health Gap)’에서 한 지역의 의료접근성 부족이 모성사망의 ‘원인’이라면 모성사망을 초래하는 질병에 대한 의료적 원인규명뿐 아니라 그 지역에는 왜 의료적 접근성이 취약한지 그 ‘원인의 원인’을 파악해야함을 강조하였다. 코로나19의 감염력을 결정하는 매개가 사람의 관계방식, 즉 서로 얼굴을 마주하고, 소통하고, 접촉하는, 지극히 일상화된 상호작용방식이라는 점에서 코로나19의 ‘원인의 원인’이 되는 이 접촉방식들을 ‘거리두기’로 통제하는 것은 당연한 대처이지만 동시에 우리에게 적잖은 위기감을 안겨준다. 이는 일상의 통제요, 이 일상의 통제로 인해 우리는 익숙한 방식으로 해결해왔던 생계, 관계, 즐거움 등의 욕구 충족 방식을 변화시켜야하는 숙제를 안게 되었기 때문이다. 결국 코로나19 이후 인간 생존과 삶의 질은 이 숙제에 해답을 갖고 있는가의 여부에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런 측면에서 코로나19는 우리 사회에 새로운 계층화 현상을 낳고 있다. 마치 산업혁명이후 자본가와 노동자 계층이 생성된 것처럼 오늘에는 대면적 생활수단을 통제한 상황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비대면 자원의 확보여부에 따라 사회적 힘과 삶의 수준이 결정되는 계층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즉 확보한 비대면적 자원으로 인간의 욕구를 시ㆍ공간 제약없이 공급할 수 있는 새로운 생산주체와 이를 소비하는 계층이 형성된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이러한 시스템의 접근성과 이용가능성이 모든 사회구성원에게 형평적으로 작동하지 않는 것이다.

그렇다면 누가 이 형평성에서 소외, 혹은 배제될 사람인가?

굳이 이 지면에서 그 불형평의 대상으로 비대면 시스템의 취약계층이 누구라 진단하고 싶진 않다. 그러나 굳이 예를 들어보자면 그들은 대체로 온라인매체 이용에 요구되는 인터넷, 컴퓨터나 핸드폰과 같은 장치 확보가 어렵거나, 필요한 사이트, 정보의 검색, 가입, 주문, 결제 등 온라인 행위에 대한 학습과 수행이 용이하지 않으며, 개인금융정보나 보안인증, 그리고 소비예산 확보가 어려운 사람에게서 그 가능성은 높을 것이다. 마이클 마멋의 ‘원인의 원인’ 원리를 적용하면, 결과적으로 비대면 시스템에서의 불형평성은 이들 비대면 취약계층의 기본소비와 비대면 세계에서의 상호작용을 어렵게 함으로써, 결과적으로 영양 불균형, 적절한 사회적 소통과 관계로부터의 고립, 심리적 위축감과 우울, 불안 등 다시 이들 건강과 삶의 질을 위협하는 이차적인 문제를 초래할 것이다.

이런 새로운 양상의 사회적 소외문제는 이제 ‘빈곤은 복지’, ‘질병은 의료’와 같은 기존의 단일 전문성 중심의 분업적인 접근의 한계를 벗어나 의료, 복지, IT, 문화 등 비대면 자원을 생산, 공급할 수 있는 다양한 분야의 협력을 통해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 비대면 사회에 소외된 사람들이 활용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개발하고 시스템 활용능력 수준에 상관없이 누구라도 자신의 욕구를 지역사회에 전달하면서 건강한 소비자이자 생활의 주체로서 역할 할 수 있는 방안들이 심도있게 논의되고 모색되어야한다. 필자에게도 아직 비대면 사회는 낯설고 어렵다. 그러나 분명 코로나19이후 우린 소통과 관계의 방식에서부터 생활소비와 여러 문제해결방식에 이르기까지 많은 변화를 경험하게 될 것이며, 이는 지금부터 준비해야할 과제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더 빠른 속도로 발전하게 될 이 세상의 변화에 나이와 장애, 언어와 경제 능력 등이 장애로 작용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이 사회와 구성원을 위협하는 그 어떤 질병이나 위기에도 ‘원인의 원인’을 논하지 않아도 되는 때가 오기를 기대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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