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가정의 이야기
다문화가정의 이야기
  • 김경자
  • 승인 2015.11.08 11: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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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김경자수녀.jpg▲ 김경자수녀<성바오로다문화가정센터장>
 
국제결혼으로 인한 원주시 결혼이민자수가 1,200명이 훌쩍 넘었다. 서로 다른 독특한 문화 속에서 성장한 결혼이민자, 이들은 더
나은 생활과 사랑을 위해 한국 남성과 결혼, 이주하여 다문화 가정을 이룬 사람들이다. 이들이 낯선 한국의 문화에 접하고 적응하는 과정에서 펼쳐지는 웃지 못 할 사연들이 참으로 많다. 다문화가정은 문자 그대로 한 집안에 서로 다른 둘 이상의 문화가 공존하는 가정이다. 따라서 서로 다른 언어와 사고, 문화와 전통으로 인해 상호 이해와 의사소통의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무엇보다도 언어의 장벽으로 인한 부부간의 갈등이 가장 큰 어려움이다. 이는 더 나아가 고부간의 갈등으로 확대되기도 하고 심지어 어떤 가정에서는 시부모가 결혼해서 온 며느리가 문밖에 나가는 것조차 꺼리기도 하며 더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다문화가정 안에서 성장하는 아이들 역시 두 문화를 함께 받아들이는 가운데 또래들과 다른 혼란을 겪게 된다. 이들의 가장 큰 과제 또한 ‘의사소통’이다. 특히 학교에서 준비물이나 숙제가 있어도 엄마에게 잘 전달할 수 없고,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속 깊은 대화가 되지 않으니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속으로 쌓여 갈등이 증폭되는 것이다.

우리 성바오로다문화가정센터에서는 입국한지 1-2주 혹은 한 달도 채 안되어 우리에게 한글을 배우러 오는 여성들을 밝은 미소로 맞이한다. 그리고 좀 더 편안한 마음으로 새로운 가족과 낯선 문화에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따뜻하게 돕는다. 항상 겪는 일이지만 처음 우리 센터에 들어서는 그들은 한 결 같이 불안과 긴장으로 잔뜩 주눅 든 모습을 하고 있다. 낯선 땅에서 어쩔 수없이 겪게 되는 그들의 불안정한 모습을 보게 되면 참으로 측은하고 안쓰럽다. 그래도 20대 초반의 젊은 그들이기에 활기찬 미래를 희망하며 일 대 일, 개인 교수로 ‘ㄱ, ㄴ’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가르친다. 비영어권에서 온 이들에게는 물건을 직접 보여주면서 바른 교육과 소통을 위해 선생님이나 이민자 모두 열성을 다한다.

 우리 센터에서는 한글을 처음 배우러 오는 여성과 남편에게 서로를 기다려 줄 것을 신신당부한다. 다문화가정이 겪는 어려움을 현장에서 보면서 무엇보다도 먼저 결혼 당사자와 그 집안이 내 아내, 내 며느리의 문화와 사고방식을 존중해주고 우리말의 습득만을 일방적으로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의 언어와 문화 전통에 관심을 갖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함께 노력하며 의사소통을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확신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글 및 문화 적응교육 6개월 정도를 지나서 가정방문을 해보면 대개는 시부모님, 남편 모두 할 말이 많지만 통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참는다고들 한다. 나는 다문화가정을 둘러싸고 있는 우리는 이들을 색다른 시선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주변의 평범한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따뜻하게 격려하며 함께 하려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오늘도 한글을 배우고 돌아서는 20대 새댁들에게 ‘행복하세요’라고 응원한다. “수녀님도 행복하세요”라고 더듬거리며 수줍게 웃는 그들이 참으로 사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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