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의심받는 원창묵 원주시장의 지문(指紋)
[비로봉에서] 의심받는 원창묵 원주시장의 지문(指紋)
  • 심규정
  • 승인 2020.07.02 1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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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간 추진해온 사업, 성공적 마무리 급선무”
“수수께끼 같은 지문, 더 이상 점철되지 않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원창묵 원주시장의 불쾌지수가 치악산 비로봉 만큼 치솟은 것 같다. 민간에서 추진하는 한옥마을의 진입로를 시 예산으로 개설해 주기로 하면서 번지기 시작한 특혜논란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 1일 오전 시청 백운아트홀에서 열린 직원 조회에서 특유의 다다익선 어법으로 일단의 심경을 쏟아냈다. 민선7기 4년의 임기 중 반환점을 도는 날, 3선 시장으로서 10년째 시장직을 유지해온 바로 그 의미 있는 날. 그동안 추진해 왔던 시정을 되돌아보고 남은 2년을 어떻게 마무리할 것인지, 직원들과 함께 다짐하는 자리였지만, 시간의 대부분을 한옥마을 특혜의혹 해명에 할애했다. 원 시장은 “속이 상하다”, “부글부글…”, “(특혜가 사실이라면)혀를 깨물겠다”고 까지 했다. 한 측근은 “원 시장이 쓰레기처럼 취급받는 것 같아 답답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선거 때만 되면 정치인들의 재계약 여부를 판단해야 하는 시민들의 의식 속에는 정치인에 대한 지문이 나이테처럼 존재한다. 누구는 이런 사업을 아주 잘했어, 누구는 양파 같아, 누구의 이러 저러한 성과는 후세에 영원히 남을 거야라는 호평과 혹평이 비석의 돋을새김 글씨처럼 시민들의 뇌리에 깊이 아로새겨져 있다. 이 같은 지문은 훗날 선택의 가늠자가 된다. 그래서 정치인들이 여론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원 시장에 대한 평가는 롤러코스터급이다. 그는 2번의 낙선 끝에 절치부심, 역대 시장 가운데 처음으로 3선 시장에 올랐다. 시민들로부터 무려 12년 동안 시장직을 명 받았다. 혹자들은 이것을 관운이라고 하고, 심지어는 천운이라고 치부하며 ‘운칠기삼’(運七技三)을 들먹이지만, 운도 능력이다. 쉬지 않고 꾸준히 일을 열심히 하면 반드시 이룬다는 우공이산(愚公移山)의 면모를 발휘했다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이다.

실제로 한국매니페스토실천본부의 자치단체장 공약평가에서 3년 연속 최우수 등급(SA)을 받은게 상징적이다. 단, 한 번도 차지하기 힘든 영예란 점에서, 각계 전문가가 참여하는 평가단이 내린 결론이라서, 평가의 공정성, 객관성이 담보됐으므로 이 평가의 위상은 도드라져 보인다. 이런 평가의 근거가 되는 사업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더라도 원주는 지금 상전벽해(桑田碧海)의 기운이 짙게 감돌고 있다. 한 인사는 이렇게 진단한다. “아마 다른 시·군처럼 시장이 자주 바뀌면 사업이 번복되거나 소신 있게 사업을 추진하기 힘들었을 텐데 그래도 (원 시장이)일에 대한 열정은 있으니 한번 맡겨봐도 되겠다는 시민들이 판단이 옳았다”고 진단했다. 단단한 기초 위에 튼튼한 골조를 세우고 그 안에 희망의 꽃씨를 심고 있으니 미래가 창창해 보인다.

그러나 원 시장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시장직을 오래 수행해서 그런지, 항상 주변 인사들의 잡음이 꼬리를 문다. 비근한 예가 한옥마을 진입로 특혜의혹이다. “털끝만큼의 의혹도 없다”라고 원 시장은 밝혔지만, 시민들의 뇌리엔 의구심이 뭉게구름처럼 피어오르고 있다. 일부 개발사업 인근에는 항상 원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의 땅이 보란 듯 버티고 있었다. 남원주나들목 인근에 도시계획시설(도로)결정 전 땅을 대거 매입해 투기 의혹을 샀는가 하면 이번에는 한옥마을과 이웃한 곳에 무려 5만㎡에 가까운 땅을 소유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자는 우연의 일치라고 하기엔 아주 기묘하고 신묘하고 절묘하다. 후자는 공교롭게도 임기 2년을 남겨두고 원 시장과 가까운 인사들이 서둘러 개발사업 관련, 인허가를 받으려 한다는 말이 나도는 시점에서 불거졌다는 점에 더욱 주목받고 있다. 또 하나 걱정스러운 대목은 원 시장 취임 이후 이들 인사가 관여하고 있는 주요 현안 사업마다 사실상 좌초되거나 기약 없이 터덕대고 있다는 점이다. 잡음 또한 도돌이표처럼 끊이지 않고 있다.

사람들에게 가장 흥미를 유발하는 소재는 부정, 비리, 갈등, 의혹이란 키워드다. 따라서 긍정의 뉴스보다는 부정의 뉴스에 눈을 번득이거나 귀가 솔깃해질 수 밖에 없다. “아무리 잘해도 한번 잘못하면 모두를 까먹을 수 있다”라는 말은 그래서 나왔다. 결국 원 시장은 공모를 통해 사업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지만, 시민들은 ‘아니땐 굴뚝에 연기날까’라며 의혹의 시선을 여전히 거두지 않고 있다. 원 시장은 월례조회에서 직원들에게 “그동안 파란만장했다. 우여곡절이 많았다”라고 회고했다. 그런 모습은 지금까지 보여준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앞으로 3선 시장답게 남은 임기를 잘 마무리하고 주변 관리를 철저히 하는 시장의 모습을 봤으면 한다. 지역 곳곳에 수수께끼 같은 지문이 더 이상 점철되지 않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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