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한성기 作 / 교외에서
[시가 있는 아침]한성기 作 / 교외에서
  • 임영석
  • 승인 2020.07.12 17: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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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郊外에서

-한성기 作

 

도시가 한 폭 그림처럼 보이는 것은
이러한 위치位置에서였다.

사람들 마자 온통
꽃밭처럼 피어져 있다.

봄이며 가을이며
계절季節이 오고 가는 문이 여기서
열리고 닫히는가 보다

이제 들꽃이
마지막 피었다

나는 들꽃 하나 따들고
도시都市위에다 꽂아 본다.

 

한성기 시집 ‘落鄕以後’, ‘活文社’에서

 

 

한성기 시인의 시를 읽을 때마다 순수함이 어디까지 닿아 있는가를 생각하게 된다. 50여 년이 지난 시집이지만 지금 읽어도 자연을 바라보는 시각이나 느낌, 마음의 깊이가 결코 흐트러짐이 없이 읽는 이의 마음을 조용하고 한적한 곳에 머물게 한다. 읽어보는 시 ‘교외에서’도 도심을 벗어나 들꽃이 피는 곳을 향해 발길을 내걷는 모습을 그대로 보여준다. 그러나 시인은 계절이 오고 가는 문이 꽃이 피고 지는 곳에 있다고 바라본다. 사람이 건, 자연이 건, 세상을 버티어 살아가고 있다는 것은 그만큼 시련의 시간을 이겨내고 있다는 것이다. 때문에 꽃이 핀 교외의 모습이나, 사람이 살아가는 도시의 사람 모습 모두 꽃이 핀 꽃밭의 모습이라고 바라본다. 어느 한마을을 바라보려면 그 마을이 다 바라보는 산을 오르거나 동구 밖으로 나가 마을을 바라보아야 다 보인다. 무엇보다 꽃 한 송이 따서 가을이 지나가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지만 바라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도시 사람들에게 가을이 가고 있다고 도시위에다 그 꽃을 꽂아 본다는 것이 이치롭다. 꽃을 꺾어 바라보지 않으면 세월이 오고 가는지 알 수 없는 곳이 도심이다. 교외는 그리움만큼 멀리 떨어져 그 그리움을 지우는 듯 보이나 그 그리움에 더 밝아오는 별빛 같은 마음을 바라보게 하는 시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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