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이육사 시문학상 심사과정 유감
[세상의 자막들]이육사 시문학상 심사과정 유감
  • 임영석
  • 승인 2020.07.12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얼마 전 제17회 이육사 시문학상 수상자가 결정이 되었다. 잘 알다시피 이육사는 독립운동가이자 ‘광야’로 잘 알려진 민족 시인이다. 그런데 문제는 엉뚱하게도 이육사 시문학상을 심사한 심사위원의 자격 시비다. 문제의 시발점은 심사를 맡은 심사위원이 친일문학인이었던 팔봉비평문학상을 수상한 사람이라는 것이다. 이육사 선생은 독립을 위해 목숨을 바쳤던 애국자이고, 그 상을 심사한 심사위원이 친일에 가담한 팔봉 김기진의 비평문학상을 수상한 사람이라면 이육사 선생의 영혼은 어디에 두어야 하는지 모르겠다. 

이육사 시문학상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자는 게 아니다. 적어도 독립운동가이자 애국지사이신 이육사 시문학상의 심사만큼은 친일을 찬양하거나 동조한 문학인이 아니라, 이 땅의 평화와 자유를 위해 헌신하신 문학인이 심사를 하여 육사 정신을 더 함양하고 고취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물론 친일에 가담한 친일문학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받았다고 친일을 찬양 고모 시켰다고 보기는 어렵다. 그러나 한쪽에서는 친일에 가담한 팔봉 김기진을 기리는 팔봉비평문학상을 폐지해야 한다고 하는데 그 상을 덥석 받았다는 것은 친일문학인 김기진 정신을 이어받겠다는 뜻과 무관하지 않다고 본다.

이육사 시문학상의 근본 취지는 육사 선생의 정신을 기리는 문학작품에 상을 수여한다는 명분으로 제정이 되었다고 본다. 친일파나 친일에 동조한 사람들을 기리는 단체에서 주는 상을 받았다면 친일과 무엇이 다른가 묻지 않을 수 없다. 그러려면 비유가 심하겠지만 일본 문학평론가를 심사위원으로 위촉해도 무방하다는 것이고, 굳이 이육사 시문학상이 다른 문학상처럼 애국지사 이육사 시문학상이란 수식어를 써야 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이육사 시인이란 이름은 수감번호가 64번이라는 데서 이육사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그만큼 이육사 시인은 일본의 만행을 죽어서도 잊지 않겠다는 뜻으로 이름까지 이육사로 바꾸었다고 본다. 이육사 선생의 대표작 ‘광야’를 읽어보기로 한다.

까마득한 날에 / 하늘이 처음 열리고 /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 모든 산맥들이 / 바다를 연모해 휘달릴 때도 / 차마 이 곳을 범하던 못 하였으리라. // 끊임없는 광음을 /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 지금 눈 내리고 /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시를 뿌려라. // 다시 천고의 뒤에 /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시문학상을 후원하는 이육사문학관이나 이를 주관하는 대구 TBC는 이육사 선생에게 흠에 되지 않도록 역사성이 올바른 심사위원을 위촉하여 역사성부터 재고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과거를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는 무역사성은 미래의 불행을 방조한다는 의미가 될 것이다. 팔봉비평문학상은 우리 문학사에 김기진을 찬양하고 그 뜻을 기리기 위한 문학상이다. 친일에 가담한 문학인을 기리는 문학상을 받았다는 것은 비평문학의 당위성을 떠나 민족성, 역사성을 가름하는 정신적 의식의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본다. 우리는 과거를 단절하고 포용하고 미래의 발전을 향해 힘을 모아야 한다고 외친다.

그러나 그 외침이 과거에 대한 처절한 자기반성을 통해 다시는 일본에 식민통치를 당하지 않고 살아야 하는 정신을 지켜내야 한다. 문학은 서정과 감성만으로 지켜내지 못한다. 이육사, 윤동주, 한용운 시인과 같이 정신의 무게를 어떤 가치보다도 앞세워 삶을 살아야 민족혼이 지켜지는 것이다. 때문에 이육사 시문학상 심사위원으로 친일에 가담한 문학인을 기리는 상을 수상한 사람이 맡아 수상자를 결정한다는 것은 난센스라고 본다. 아무리 비평을 잘하고 문학적 이상을 구현한다고 해도 민족과 나라를 등한시한다면 그 문학은 이 땅에 존재할 자격을 잃는다고 본다. 이육사 선생의 정신에 누가 가지 않도록 이육사 시문학상의 운영과 제도가 개선되어야 한다고 본다. 아직도 문학을 하는 문학인들이 친일을 단절하지 못하고 친일문학인을 기리는 문학상에 정신을 팔아버리는 것을 보면 낯부끄럽기만 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