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황장목, 그리고 해충과의 전쟁
[기고]황장목, 그리고 해충과의 전쟁
  • 노윤경
  • 승인 2020.07.12 17: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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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윤경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장]
△노윤경 [치악산국립공원사무소장]

몇 해 전 한국갤럽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들이 가장 좋아하는 나무로 응답자의 절반 가까운 46%가 ‘소나무’ 라고 답했다고 한다. 그 다음으로는 은행나무인데 응답자가 8%밖에 안 된다고 하니 우리 국민들의 소나무에 대한 애정이 각별함을 알 수 있다. 소나무는 우리 금수강산에 널리 분포하여 건축재료, 연료, 약재 등으로 널리 사용되었으며, 애국가에 등장할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 임금 세조는 소나무에 ‘정이품’이라는 벼슬까지 내리는 등 장수와 절개의 상징이기도 한 소나무는 우리민족에게 물질적으로나 정서적으로 중요한 가치가 있는 수종이다.

치악산국립공원에 오면 이런 소나무 중에서도 줄기가 붉으면서 크고 곧게 자라는 종을 볼 수 있다. 나무의 속이 누런빛을 띠어 황장목이라 불리는데, 나뭇결이 곧고 단단하여 예로부터 궁궐이나 임금의 관 같은 중요한 건축·건조 자재로 사용되었다, 일제 강점기에 ‘황장목(黃腸木)’은 금강소나무로 불리게 되었는데, 개인적으로 황장목 이름을 찾아주고 그 가치를 제대로 알아가는 것 또한 애국이 아닌가 생각한다.

황장목에 대한 관심과 보호는 조선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보면 그 정도를 더 잘 알 수 있다. 소나무는 조선시대 국가가 관리하는 주요 물자였을 뿐 아니라 백성들의 생활에 있어서도 반드시 필요한 생필품 중 하나로 조선시대 경제를 유지하는 중요한 재화였다. 그중 목질이 단단하고 곧게 뻗은 황장목은 왕실의 허가 없이는 벌채를 금지했다. 이렇게 벌채를 금지시킨 황장목 군락지를 ‘황장봉산’이라 칭하고 바위나 비석에 금지 표지를 하였는데 그것이 ‘황장금표’이다. 18세기 후반 조선왕조의 재정현황을 살펴볼 수 있는 ‘만기요람’ 이라는 서적에는 정조 재위시절에 이러한 황장봉산이 전국에 60여 곳에 이른다고 나와 있다.

조선시대에 황장목을 보호했던 목적은 국가에서 필요한 목재를 확보하기 위해서였지만, 특정지역을 지정하여 벌채행위를 막고 황장목을 보호했던 것은 현재의 국립공원제도와 유사한 점이기도 하다. 치악산은 한강의 물길을 통해 뗏목을 활용하여 서울 도성까지 운반이 편리했기에 전국의 황장봉산 가운데 규모가 가장 큰 황장봉산 중 하나였다. 현재까지 치악산에서 3개의 황장금표가 발견되었는데, 전국에서 유일한 것으로 조선시대 황장봉산으로서 치악산의 우수한 산림자원을 확인시켜 주는 것이라 하겠다.

현재 치악산국립공원에서 황장목이 군락을 이루고 보호되고 있는 대표적인 장소는 구룡사 주변으로 일제강점기와 6·25전쟁을 겪으면서도 황장목이 보호될 수 있었던 것은 사찰림으로서 보호하려는 노력이 있었음을 유추할 수 있다. 최근 경북 봉화군, 울진군 등지에서 황장목 다수가 말라죽고 있다는 보도를 접한바 있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소나무에 해가 되는 가장 큰 원인은 솔잎혹파리, 송충이, 재선충 등 3가지 해충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것이 재선충이다. 재선충이 소나무에 침입하게 되면 수분과 양분의 이동통로를 막기 때문에 재선충병에 걸린 소나무는 100% 말라죽게 된다. 별다른 치료약도 없기 때문에 예방이 최우선이다.

매년 수십만 그루의 소나무를 죽이는 재선충병을 예방하기 위해 산림청, 지자체, 국립공원공단 등 관계기관은 정보공유와 합동예찰 등의 노력을 하고 있으나, 전국에서 발생되는 재선충병을 적극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서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감시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5월 치악산국립공원에서도 재선충 의심목이 발견되기도 했으나, 검사결과 다행히 음성으로 판정되어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기도 했다. 선조들이 황장목을 지키려했던 노력을 이어 온 국민의 관심과 사랑으로 기후변화로 심해지고 있는 해충으로부터 우리민족이 아끼고 좋아하는 소나무(황장목)가 후대에도 온전히 보전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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