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코로나19 보다 무서운 ‘편견과 무관심’
[기고] 코로나19 보다 무서운 ‘편견과 무관심’
  • 최철영
  • 승인 2020.07.19 19: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철영 [원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
△최철영 [원주외국인주민지원센터장]

20여 년 전의 이야기이긴 하지만 나도 영국에서 유학생이며 동시에 외국인 노동자였던 적이 있다. 당시 영국은 구제역으로 인한 동물 살처분과 농부들의 자살 소식으로 온통 뉴스가 도배되던 시절이었다. 외국인이었던 나는 서툰 영어 실력 덕분에 얼마나 심각한지 정확하게는 알지 못했지만, 포클레인으로 동물들을 묻는 장면과 어디에서 누가 또 목숨을 끊었다는 뉴스만으로도 불안하고 위협을 느꼈던 기억이다. 코로나19는 사람이 감염의 매개이고 대상이라는 측면에서 동물 전염병과는 그 심각성의 차원이 다르고 느끼는 불안감의 정도도 다르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나라에 있을 수밖에 없는 이들의 심정과 삶의 정황은 어떠할까? 코로나19 초기 중국과 가깝다는 이유로 그리고 정보의 한계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들이 느꼈을 불안감은 상상을 초월한다. 게다가 우리나라는 전국 규모의 봉쇄정책을 한 번도 사용하지 않았지만, 지역의 상당수의 외국인 노동자들은 방역의 이름으로 꽤 오랜 기간 공장과 기숙사 밖을 벗어나지 못하는 반 강제적인 감금상태를 경험했다. 그렇게 차별적인 방역에 적극적(?)으로 협조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작 재난지원금이 지급될 때에 외국인 노동자들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사회의 구성원으로 열심히 일하고 꼬박꼬박 세금을 내고 있지만 말이다. 근거 없는 혐오적인 표현과 노골적인 차별의 언사들이 어려운 시기에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집중되는 것을 감안하면 재난지원금을 주지 않은 정도는 애교로 넘겨야 할 것인가? 이 시기 어려움과 고통은 외국인 노동자라고 비껴가지는 않는데 말이다. 정부와 사회는 외국인도 우리 구성원의 일부라고 말은 하지만 정책과 지원에서 배제하는 것은 ‘너는 이방인이고 우리와는 차원이 다른 존재라고 선포’함에 다르지 않다.

거리두기의 전반적인 분위기는 그렇지 않아도 한국 사회에서 외국인으로 살아가기가 녹록지 않은 이들을 더욱 소외시키는 혹은 기회를 박탈하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기적인 모임과 한국어 공부 등이 매우 제한적으로 운영될 수밖에 없고, 최소한으로 제공되었던 사회적 활동도 거의 중단되었다. 주말 모임이 계속되었다면 매주 보았을 얼굴을 몇 개월 만에 강변 산책 중 우연히 만나고서는 얼마나 반가웠던지, 하지만 이번 주에 보자는 말은 하지 못했다. 전반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소득감소는 우리 사회 구성원 누구나 경험하는 현실이니 특별한 어려움이라고 할 수는 없다. 다만 일자리가 줄어들고 기회가 제한될 때에 가장 먼저 타격을 직접적으로 입을 대상이 외국인 노동자라는 사실에는 이의를 제기하기 어렵다.

코로나19 초기에는 자기나라로 귀국하는 것도 어려워하던 이들이 많았고, 한국으로 입국 시에 자가 격리를 위한 장소가 마련되지 않아 방도를 문의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이 많이 있다. 심각한 전염병의 매개체로만 외국인 노동자들을 바라보고 방역의 차원에서만 그들의 삶을 살핀다면 보이지 않는 담장은 높아만 갈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한국인이 인종차별을 당한다면 언론과 사회는 불평등의 해소와 인권 제고의 목소리를 높일 것이다. 중국인과 한국인을 구별하지 못하는 서구 사회를 탓하기 전에 우리는 그리고 우리 사회는 얼마나 다른 이들의 삶에 진정으로 다가갔는지 돌아볼 일이다. 최소한 대단한 관심을 갖지는 않더라도 근거 없는 비난과 차별은 하지 말자! 원하든 원하지 않든 외국인 노동자도 우리 사회의 구성원이다. 물이 낮은 곳으로 흘러가듯 재난의 시간에 고통은 낮은 곳에서부터 차오른다. 그런데 당장의 내 문제가 아니라고 방치하면 순식간에 우리 모두를 집어 삼키는 것이 자연의 이치이다.

코로나19로 인한 여파와 고통의 심각함은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당장 줄어든 일자리로 인해 외국인 노동자 수요가 감소하고 여럿이 할 일을 혼자 감당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모두가 힘든 시기 꼭 외국인 노동자가 아니더라도 더 힘든 시간을 보내는 이들에게 아주 작은 관심과 배려가 필요한 때이다. 재난 자체가 주는 고통보다 파생된 두려움과 이기심이 더 큰 상처를 만드는 것을 우리는 확인해왔다.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이 나누어져 외국인 노동자에게도 공동체 구성원의 의식을 나누어줄 좋은 기회라고 여겨진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