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송란교 作 / 장막을 걷어야 하늘이 보인다
[시가 있는 아침]송란교 作 / 장막을 걷어야 하늘이 보인다
  • 임영석
  • 승인 2020.07.19 19: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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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막을 걷어야 하늘이 보인다

-송란교 作

 

스스로
마음을 가두고
외로운 섬이라 한다

스스로
눈을 거두고
어두운 밤이라 한다

스스로
담장을 높이고
꽉 막힌 감옥이라 한다

스스로
말문을 잠그고
싸가지 밥맛이라 한다

스스로
감정을 깨부수고
너 때문에 망쳤다 한다

 

-송란교 시집 ‘난향, 그물에 걸리다’에 수록

김관식 문학평론집 ‘한국시 문학의 근본 문제와 방향’, ‘도서출판 고향’에서

문학의 근본은 사상이나 감정을 글로 표현하는 것이다. 그러니 살아가는 삶의 이야기가 대체적으로 많다. 송란교 시인의 시 ‘장막을 걷어야 하늘이 보인다’는 세상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마음에 일침을 가하는 말이다. 스스로 짙은 먹구름을 놓고 별빛을 바라본다는 게 가능하지 않다. 또한 서로 말하지 않았는데도 어떻게 상대방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가 생각한다. 불신이 많은 세상에 우리는 살아간다. 나의 뜻과 다른 사람은 적으로 생각하고 잘못된 사람으로 인식을 하고 있는 세상이다. 절충안이란 말이 무색할 정도다. 그 원인으로 주거 생활에 있다고 본다. 벌집처럼 자기 몸 하나 달랑 숨기고 사는 아파트 생활을 하다 보니 얼굴 한번 볼 수 없는 사람들이 이웃이다. 아이들 뛰는 발자국 소리만 나도 민원을 넣고, 부모는 모시지 않아도 강아지는 제 새끼처럼 이곳저곳 데리고 다닌다. 제 편한 삶만 고집하는 세상이다. 제 편리함만 주장하는 세상이다. 편견만 팽배한 세상이다. 그러니 마음, 눈, 벽, 대화, 편견의 칼날만 번뜩 거린다. 절과 교회의 수는 예전보다 많아졌다. 그러나 세상은 그 수가 증가한 만큼 황막해졌다. 제 역할을 하지 않거나 못하거나 함량 미달이거나 이웃 간의 애정을, 사랑을 방조한다. 하늘을 함께 바라보지 않겠다는 세상이다. 그래서 더 막막하다. 문학을 왜 해야 하는지?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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