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로크 시대 당대 최고의 작곡가인 텔레만(G. P. Telemann, 독일 1861-1767)과 현시대 바로크 최고의 작곡가로 추앙 받는 바하(J.S.Bach)…
묘한 대조가 되는 조합이다.

본 칼럼 116회에서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이들 두 작곡가는 동시대 사람으로서 꽤나 친근했던 사이다.
그 단적인 예로 라이프찌히의 음악감독 자리가 공석이 됐을 때 텔레만은 득달같이 바하에게 연락을 했다.(우여곡절 끝에 바하가 그 자리를 차지하게 된 사연은 본 칼럼 117회 참조)

또한 텔레만은 바하의 둘째 아들 ‘Carl Philipp Emanuel Bach’의 대부(代父)로서도 유명한데, 칼 바하는 바로크 시대에서 고전파 시대로 넘어가는 길목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 인물이며, 그의 middle name에 들어간 ‘Philipp’이란 이름도 텔레만의 middle name에서 따 온 것이다.

‘바로크 시대에서 고전파 시대로 넘어가는 길목…’

우선 이 말에 어떤 의미가 담겨 있는지가 중요한데, 흔히 바로크와 고전파 사이의 시기는 ‘로코코’라는 명칭으로 설명된다.

로코코 시대의 건축 양식은 바로크의 화려한 색채와 섬세한 장식을 이어받긴 했지만, 약간 완화된 성향을 띈다. 루이 14세때 만든 화려한 베르사이유 궁전이 바로크 건축 양식의 상징이라 한다면, 루이15세때는 귀족들의 영향력이 강해지면서 사치스럽고 우아하며 부드러운 성격으로 지어진 건축 양식이 바로 ‘로코코’ 양식이라 할 수 있다.

무려 72년간 왕위에 있던 루이 14세가 죽고, 증손자 루이 15세가 왕위에 오를 땐 겨우 5세 밖에 안됐기 때문에, 작은 할아버지인 ‘필립 오를레앙’ 공이 섭정을 하던 때였으므로 자연히 귀족들의 세력이 강할 수 밖에…

다른 시대와 마찬가지로 ‘로코코’도 건축이나 미술이 앞서고 음악이 그 뒤를 따랐으므로, 로코코 시대의 음악도 바로크 시대의 화려한 화성진행과 꾸밈음(장식음)이 다소 완화된 모습을 보이게 되는데, 이러한 경향은 자연스럽게 고전파 음악으로 가는 통로가 되었다.

18세기는 격변의 시기로서, 바로크와 로코코는 물론 고전주의까지 병존하던 시기였다. 때문에 엄밀하게 말하자면 ‘로코코’라는 단어는 한 시대를 오롯이 표현해 주는 말이라고는 할 수는 없다. 조금 박하게 말하자면 ‘후기 바로크’ 정도로 이해하면 될 것 같다.

‘J.S.Bach’의 차남인 ‘Carl Philipp Emanuel Bach(1714 – 1788)’는 탁월한 클라비어(건반) 연주가였으며, 고전 소나타 형식의 기초를 확립한 인물로서 평가받고 있다.

‘칼 바하’는 그의 대부였던 ‘텔레만’의 뒤를 이어 함부르크의 음악감독으로 취임하였고, ‘대바하’라는 애칭으로 불릴 만큼 함부르크 시민들의 많은 사랑을 받았다. 요즘은 아버지 바하와 구별하기 위해 ‘함부르크의 바하’라는 별명으로 불리기도 한다. (그러면 아버지 바하는 ‘라이프찌히의 바하’?)

바로크 최고의 작곡가인 ‘요한 세바스챤 바하’를 아버지로, 바로크 당대 음악계의 일인자였던 ‘텔레만’을 대부로 둔 ‘칼 바하’는 뛰어난 재능과 노력으로 수많은 명곡들을 남겼지만, 요즘 인구에 회자되고 있는 단어인 ‘아빠찬스’는 커녕 아버지 바하의 그늘에 가려 그가 이룬 업적만큼 잘 알려지지 않았기에 클래식을 사랑하는 분이라면 흥미 있게 관찰해 보는 것도 큰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늘 감상하실 곡은 C.P.E. Bach의 ‘Symphony No. 1 in D - Allegro di molto’로서 바로크 시대의 악풍(樂風)이 거의 빠지고, 고전파의 냄새가 짙게 풍겨 나오는 곡이다. 마치 하이든의 교향곡을 듣는 듯한 느낌이랄까?

곡의 첫 부분에서 으뜸 3화음의 윤곽이 또렷하게 드러나는 것을 주목하기 바란다. 이 곡에서 우리는 칼 바하가 기초를 닦고 하이든이 완성한 소나타형식의 전형을 볼 수 있다.

https://youtu.be/wAzqR9BKhwM (클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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