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옻칠 공예의 진화를 기대하며
[기고]옻칠 공예의 진화를 기대하며
  • 이수현
  • 승인 2020.07.26 21: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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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현 [건축사]
△이수현 [건축사]

나는 요즘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건축 인테리어 현장에서 체득한 노하우를 토대로 실내 인테리어에 옻칠을 접목하려는 것이다. 내가 옻칠에 관심을 갖게된 것은 몇 년전이다. 실내 가구에 좀 더 특별한 디자인을 찾던 중 인연을 맺게 됐다. 특히 원주는 뛰어난 품질의 옻칠 생산지로 유명한 도시라는 것을 알게 되면서 옻칠에 더 금방, 더 쉽게 빠지게 됐다. 그러던 중 지난 5월 경기도 안성의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의 칠예가 전용복 칠예연구소를 방문했다. 전용복 선생은 몇 해전 원주 상지영서대 전통산업진흥센터에서 활동하실 때 잠시 뵌적이 있다. 그 인연으로 이번에 찾아간 것이다. 그런데 안성 칠예연구소에서 전 선생이 열고 있는 새로운 세상에 감동과 충격을 받았다. 전 선생이 만들고 있는 세상은 바로 한국 전통 나전칠기를 접목한 나전 옻칠 엘리베이터를 생산하는 신사업이었다. 

전 선생이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와 2017년 설립한 ‘칠예연구소’에선 이미 지난해 7월 건축 박람회에서 ‘나전 옻칠 엘리베이터 디자인’ 실물을 국내 최초로 내놨다. 세상 사람들이 엘리베이터에 디자인된 나전옻칠의 아름다움에 다시 한번 감동했다. 더욱이 올 초에 부산 협성마리, G7, 과천 푸르지오 써밋 아파트 등의 엘리베이터에 나전 옻칠 엘리베이터가 이미 시공됐다. 뜨거운 반응으로 나전 옻칠 엘리베이터 주문이 쇄도하고 있다고 한다. 옻나무 수액에서 채취되는 천연 도료이며 접착제인 옻의 항균, 항습, 항곰팡이 등 효능까지 뛰어나 더욱 선호되고 있다. 한국의 전통인 나전칠기 공예와 우리의 편리한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엘리베이터가 만나 아름답고 건강한 세상을 연 것이다. 옻칠의 대중화와 산업화의 현장을 멋지게 보여주고 있다. 

티센크루프엘리베이터코리아와 전 선생이 열어가고 있는 옻칠과 나전의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내가 사는 이곳이 바로 원주이기 때문이다. 원주는 세계 최고의 품질의 옻칠을 생산하는 곳이다. 원주 사람들만 잘 모르고 그 가치에 관심이 없다. 옻칠 종주국이라는 일본 사람들은 물론 한국에서도 옻칠이나 나전칠기에 관심 있는 사람들은 다 안다. 그래서 옻의 성지라고도 불린다. 거기에다 국가 무형문화재 제10호 일사 김봉룡 나전장이 원주에 정착하면서 씨를 뿌린 옻칠기공예의 후예들이 한 두명이 아니다. 전국에 이처럼 옻칠기공예문화의 인프라가 좋은 도시가 없다. 모두가 부러워한다. 문화 예술에 대한 가치가 갈수록 높아지면서 원주옻칠기공예문화에 대한 평가는 더 높아가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문화예술을 바탕으로 한 관광상품이 가장 강력한 관광자원이되기 때문이다.

전 선생에게서 옻칠 디자인에 대해 배운지는 얼마되지 않지만 옻칠의 아름다움과 신비, 그리고 고급 인테리어 자재로 활용할 수 있는 가능성을 보았다. 물론 화학 도료를 이용한 실내 인테리어보다는 가격이 높지만 미래를 보면 그 또한 극복 가능하다고 본다. 사람들이 건강에 대한 관심이 폭발적으로 높아지기 때문이다. 세상을 뒤바꾼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더 크게 느끼고 있다. 기존의 아름다움만 추구하는 인테리어나 가구에서 더 나아가 건강까지 접목된 것이 앞으로 주목받을 수 밖에 없다고 본다. 나전옻칠 엘리베이터의 상용화를 보면서 인테리어 가구 분야에서도 충분히 가능성이 있다. 원주는 최고 품질의 옻을 생산하는 도시이고 많은 장인들이 활동하고 있다. 어느 도시보다 뛰어난 인프라를 갖추고 있어 옻칠과 나전을 이용한 인테리어 가구 분야의 새로운 시장은 가능할 것이다. 이제 석달째 일주일에 한번씩 찾아가 옻칠을 배우는 초년생이다. 하지만 시간이 걸리더라도 그 분야로 새로운 길을 열어 보고 싶다. 옻의 성지 원주에서 새로운 세상을 꿈꾸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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