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자연이라는 큰 경전(經典) 앞에서
[세상의 자막들]자연이라는 큰 경전(經典) 앞에서
  • 임영석
  • 승인 2020.07.26 21: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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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필자는 평생 업(業)이 생각하고 글을 쓰라는 운명으로 받아들이며 살고 있다. 돈 되는 일은 아니어도 돈 버는 일보다 행복하고 자유롭고 나(我)를 찾아간다는 삶의 걸음만큼은 언제나 가볍다. 세상일에 감 놔라 떡 놔라 않고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직장 생활 30년을 하면서 아침이면 출근 준비를 해야 하고 저녁이면 동료들과 친목을 유지한다며 술자리에 참석하여 얼굴을 비추어야 살아갈 수 있었다.

보통의 사람들이라면 대다수가 먹고사는 문제에 허덕이며 세상을 살아간다. 더구나 요즘처럼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이곳저곳에서 발생되어 맘대로 여행도 못 가고, 행동반경도 조심을 해야 하니 모든 사람이 목에 목줄을 하고 살아가는 형국일 것이다. 이 절체절명의 답답함을 풀어내야 하는 데 뾰족한 수가 무엇이 있을까 생각을 해 본다. 

나는 자연이라는 큰 경전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바윗돌이 어디 하루 이틀에 만들어진 바위이겠는가 싶다. 이 지구가 생성된 시기가 45억 5천만 년이라 하니 돌 하나, 흙 한 줌이 역사적 실체가 아닐 수 없다. 그럼에도 도자기 하나, 그림 하나 몇 천 년도 안 된 유물들만 역사성을 갖고 있다고 생각을 한다. 사람의 삶 속에서 이루어진 것이니 중요하지 않을 수는 없다. 그러나 흙이나 바위, 돌, 물 같은 것은 이 지구를 이루고 있는 큰 경전의 말들이 아닐 수 없다.

거창하게 전문적 지식을 가지지 않더라도 쉽게 자연의 경전을 읽는 방법들이 무궁하다. 첫째 벌과 나비가 찾아가는 꽃들을 조사하는 것도 대자연의 경전을 읽는 방법이다. 그리고 열매를 열리게 하는 것들이 무엇이 있는지 조사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물속에서 꽃을 피워내는 것, 허공을 날아다니는 것, 물속에 살아가는 것 등등 대 자연의 경전에 쓰여 있는 글들은 그 가치나 종류가 평생을 조사해도 시간이 모자랄 것이다. 할 일이 없어 심심하다고 말하는 사람들에게 자연의 아름다운 경전의 말을 읽어 보라고 권하고 싶다. 읽다 보면 곳곳에서 나를 미치도록 반겨주는 아름다운 것들이 무궁하다.

산에는 꽃 피네 / 꽃이 피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피네. // 산에 / 산에 / 피는 꽃은 / 저만치 혼자서 피어 있네. // 산에서 우는 작은 새여 / 꽃이 좋아 / 산에서 / 사노라네. // 산에는 꽃 지네 / 꽃이 지네 / 갈 봄 여름 없이 / 꽃이 지네.

- 김소월 시 ‘산유화山有花’ 전문

김소월 시 ‘산유화’를 읽어보면 그 자체가 대자연의 경전의 말을 옮겨 놓은 것이다. 시인들은 다른 말보다 대자연의 글을 읽어내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자연의 글은 복사가 되지 않는다. 그리고 꽃도 같은 꽃이 아니다. 사람의 삶이 중요한 이유가 바로 복사되지 않고 닮지 않고 누구도 흉내 내지 못하는 삶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대자연의 글 중에 사람의 삶도 한 부분으로 읽히는 이유가 사람도 대자연의 한 부분이기 때문이다. 탐험가들은 새로운 세상, 사람이 발견하지 못하는 대자연을 찾아가는 사람이 탐험가이다. 그러나 대자연의 경전은 새로운 곳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사람이 살아가는 모든 곳에는 대자연의 경전의 글이 쓰여 있고, 그 경전의 뜻으로 사람들이 지혜를 얻고, 경험을 얻고, 학문과 예술의 길을 걸어간다고 본다.

멀리 떠나가지 않아도 내 손에 쥐어진 돌 하나, 모래 한 줌, 흙 한 줌에서 새로운 삶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 살아있는 생물만이 생명을 가진 것이 아니다. 돌도 이 지구의 생명체이고, 흙도 이 지구의 생명체이다. 물도 이 지구의 생명체다. 물맛 하나만 제대로 분별할 능력이 있다면 세상 쉽게 살 것이다. 돌 하나만 쉽게 분별할 능력만 있어도 지질 전문가가 된다. 이 지구의 경전을 읽는다는 것은 모두가 그 전문성을 향해 배우는 과정들이다. 그러니 무엇을 할까 고민하는 사람은 연필 하나 메모지 하나 들고 내가 오늘 무엇을 바라보았는지 기록한다면 그것이 대자연을 읽어가는 첫걸음의 경전의 말씀이 아닐까 생각을 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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