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마니
-임채성 作
심마니 삼을 찾듯 꽃을 좇아 꽃마니라
아내 몰래 할부로 산 카메라 둘러메고
꽃 앞에 납작 엎드린 꽃마니가 있었네
야생의 꽃을 탐해 야생으로 사노라며
해돋이 해넘이를 마른 숲에 묶어 두고
뭇 꽃과 눈을 맞추는 꽃마니가 있었네
노루귀 처녀치마 앉은부채 얼레지까지
그 싹 행여 밟을세라 고승 같은 걸음발로
본 꽃도 보고 또 보는 꽃마니가 있었네
성에 낀 가슴속에 못다 일군 꽃밭뙈기
홀로 피는 봄꽃처럼 도시를 멀리한 채
꽃잎에 술을 따르는 꽃마니가 아직 있네
*제2회 정음시조문학상 수상작
‘정음시조’ 2020년 제 2호 에서
‘꽃마니’라는 말은 ‘심마니’라는 말을 변용하여 만들어 낸 말이라 한다. 그러니 ‘꽃마니’라는 이 말은 임채성 시인이 특허를 낸 말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시를 읽으면서 시인들의 창의성, 창작성을 유독 많이 살펴본다. 7~80%는 창작성보다는 감성적 호소에 불과할 정도로 창작성을 찾아보기가 어렵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임채성 시인은 그러한 단면을 그 스스로 새로운 방법을 찾아 깨트리고 있다. 꽃마니는 꽃의 사진을 찍으려 다니는 시인의 모습을 일거수일투족 다 그려 놓았다. 카메라를 아내 몰래 구입하고 야생화 앞에 납작 엎드려 꽃의 모습을 담는 열정을 보여준다. 마치 심마니들이 귀한 산삼을 찾아 제를 올리는 의식처럼 꽃을 보고 그 앞에 엎드려 꽃의 모습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는 것이다. 필자의 6촌 벌 되는 조카가 사진을 전공해 ‘카메라로 명상하기’라는 책을 보내와 읽어보니 카메라로 세상을 바라보는 방법이 무궁하다는 것을 느꼈다. 임채성 시인도 스스로 꽃마니라 칭하며 자연의 아름다움을 찾아 많은 날을 꽃마니로 떠돌았을 것이다. 그 시간은, 그 모습은, 꽃의 신비를 알아가며 아름다움을 선물로 받았을 것이다. 그 선물이 ‘꽃마니’라는 시조 작품으로도 탄생되었으니 앞으로도 더 큰 기쁨의 맛을 찾아내기를 바라고 바라는 마음이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