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환청(幻聽)을 부른 초교생들의 30초 외침
[비로봉에서]환청(幻聽)을 부른 초교생들의 30초 외침
  • 심규정
  • 승인 2020.07.26 21:1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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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드론으로 촬영한 옛 캠프롱 부지 전경이 눈에 들어왔다. 수목원처럼 울창한 숲이 보존된 곳이란 설명과 함께. 그리고 이런 자막이 떴다. ‘우리 아이들의 꿈을 이곳에서 키워가고 싶습니다’ 해맑은 모습의 한 초등학생이 또박또박 나지막하게 말했다. “충남 천안에 있는 홍대용과학관에 가봤는데, 거기 발명품이 멋졌습니다. 그런 과학관이 원주에 생긴다면 멋있을 것 같습니다. 과학관이 생기도록 도와주세요” 이어 국립과학관 유치 염원을 담은 각계 대표의 간곡한 호소 이후 동영상 말미에 남녀 초등학생 19명이 등장했다. “원주에 과학관이 오게해 주세요” 일부는 기린처럼 목을 빼고 절실하게, 일부는 천진난만한 표정으로 호소했다. 늘 옆에서 재롱떨던 우리 아들, 딸, 손주, 손녀의 모습이다. 그리고 두 손을 번쩍 들고 흔드는 아이들의 앙증맞은 모습과 함께 이런 자막이 대미를 장식했다. ‘아이들의 꿈에 날개를 달아주세요’ 아이들이 흔드는 손이 하늘하늘 허공으로 날아오르는 새의 날갯짓처럼 보였다.

지난 16일 대전 국립중앙과학관에서 열린 국립과학관 설명회에서 원주시가 선보인 동영상이 지역사회에 잔잔한 여운을 남기고 있다. 전체 2분 분량의 동영상 가운데 초등학생들이 등장하는 분량은 30초에 불과하다. 하지만 메시지는 깊고 굵고 임팩트 있게 다가왔다고 한 참석자는 말했다. 필자는 동영상을 확보해서 몇 차례 돌려봤다. 갑자기 눈가가 촉촉이 젖어 들었다. 아이들의 말이 귓속에서 긴 메아리로 환청(幻聽)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필자는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군 제대 후 대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인 아들은 소재공학을 전공하고 있고, 고교 2학년에 재학 중인 딸은 미대진학을 꿈꾸고 있다. 동영상에 등장했던 아이들의 모습과 아들, 딸의 어린 시절 모습이 오버랩 되면서 아쉬움이 가슴을 두방망이질 쳤다.

기억을 소환해 봤지만 아이들과 함께 과학관에 가본 황금같은 추억은 없었다. 옛 직장 근무지였던 경기도에 국립과천과학관이 있지만, 오가고 관람하는데 반나절 이상 걸려 관람을 감히 엄두도 못냈다. 20년 전부터 늘 품었던 생각이었고, 아마도 강원도민 모두 공감백배일 것이다. 지적 호기심이 날개를 단 시기에 이를 해소해주지 못한 아빠로서의 비애감이 가슴속에 여전히 웅크리고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했건만, 과학의 발달은 현기증을 일으킬 만큼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건만, 과학도 맷집이 필요하건만, 과학지식의 이해와 과학적 사고력을 길러주는 과학관이 없는 강원도는 여전히 ‘비탈’수준에 머물고 있다. 

이런 열악한 현실은 건강의료생명도시를 꿈꾸는 원주시의 현실과 너무 거리가 멀다. 과학도(科學徒) 양성의 요람인 강원과학고가, 의료기기산업에 맞춤형 인재를 공급하는 특성화고교인 원주의료고교가 각각 위치해 있다. 어디 이뿐인가. 바야흐로 디지털 시대의 원유라고 불리는 데이터를 통한 산업은 블루오션으로 평가받고 있다. 기업체마다 눈에 불을 켜고 활용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그 방대한 ‘데이터 창고’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청정 치악산 아래에 버티고 있다. 우리나라 과학수사의 메카인 국립과학수사연구원도 있다. 이런 콘텐츠를 과학관에 제대로 착상하면 경쟁력이 뛰어날 것은 너무나 자명하다.

일본의 대표적 사상가로 알려진 도쿄도립대학의 우치다 다쓰루 교수는 이렇게 설파했다. “미래에 한 나라의 GDP(국내총생산)를 결정짓는 것은 노동인구나 노동시간보다 과학 기술력을 비롯한 사람들의 지력(知力)이다”라고. ‘과학 인프라의 변방’ 강원도에, 냉전시대의 산물이자 금단의 땅인 옛 캠프롱에, 그리고 아이들의 가슴에 과학이란 희망의 씨앗이 뿌려지길 300만 강원 도민과 함께 기대해 본다. 미래형 품앗이에 나선다는 심정으로 접근해 주길 바란다. 꿈은 아이들에게 성장의 자극제이자 밑거름이 될 수 있다. 우리 아이들의 달뜬 모습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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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인 2020-07-27 11:06:04
유치를 염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