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단밀집지역 문막읍...갈수록 쪼그라드는 인구 ‘굴욕’
공단밀집지역 문막읍...갈수록 쪼그라드는 인구 ‘굴욕’
  • 심규정 기자
  • 승인 2020.08.09 22:1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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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시 유일한 읍
시 10개 공단 가운데 8개 위치
아파트 대부분 20년 이상 노후
주민들 “정주여건 열악”불만
전문가 “원주시 체계적인 투자 미흡”
△하늘에서 본 문막 동화농공단지. 지난 2006년(사진 좌) 휑한 모습과는 달리 2020년(사진 우)공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발전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인구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원주시 생활지리정보 캡쳐]
△하늘에서 본 문막 동화농공단지. 지난 2006년(사진 좌) 휑한 모습과는 달리 2020년(사진 우)공장이 빼곡히 들어차 있어 발전상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인구는 오히려 뒷걸음질 치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사진=원주시 생활지리정보 캡쳐]

강원도 내 산업경제의 중요한 축인 문막읍의 위상이 갈수록 쪼그라들고 있다. 지난 7월 말 현재 인구 1만 8,000명이 무너졌다. 원주시 인구 현황에 따르면 지난 7월 말 문막읍 인구는 1만 7,910명으로 나타나 전달(1만 8,032명) 1만 8,000명을 턱걸이해오던 것이 붕괴됐다.  문막읍은 관내 25개 읍면동 가운데 유일하게 읍이다. 읍(邑)이란 도시적 형태를 갖춘 인구 2만~5만 명 규모를 말한다. 문막읍 인구는 그간 1만 8,000명~1만 9,000명대를 고만고만하게 유지해 왔다. 지난 2012년 8월 1만 9,556명으로 정점을 찍으면서 2만 명대 진입이 예상됐다. 하지만 이후 하향곡선을 그리다 이번에 1만 7,000명대로 곤두박질친 것이다.

이 같은 문막읍의 인구하락세는 다른 읍의 위상과 비교해 초라하기 그지없다. 행정안전부 인구통계를 분석한 결과 홍천읍 3만 4,924명, 횡성읍 2만 791명, 영월읍 2만 1,224명보다 못하고 춘천시 동내면 1만 7,391명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비교 단위를 전국적으로 넓혀 보면 충북 음성군 음성읍(1만 7,152명), 경남 창녕군 창녕읍(1만 7,171명)과 엇비슷하다. 이런 인구 하락세는 원주시 인구가 매년 많게는 5,000명에서 적게는 2,000명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문막읍의 경제적 위상과 견줘 볼 때 심각한 엇박자다. 문막읍은 전국에서 유일무이한 공단 밀집 지역이다. 현재 원주시내 10개 산업단지 가운데 8개 단지가 위치해 있다. 원주시 통계연보에 따르면 총 면적 352만 5,565㎡ 가운데 64%인 226만 3,517㎡가, 업체 수는 401개 가운데 46%인 186개가, 종업원은 9,319명 가운데 70%인 6,505명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의료기기전용공단인 동화농공단지에 56개 업체 909명이 근무하고 있다.

이런 호재에도 인구 감소가 지속되는 것은 정주 여건이 열악하기 때문이다. 공단 근로자 대부분 시내 중심가에서 출퇴근하고 있다. 결국 직주(직장과 주거지)이격이 문제다. 따라서 직장과 주거공간이 가장 바람직하게 배치되는 직주동일 또는 직주근접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해 보이지만, 정주여건 개선은 전도요원해 보인다. 원주시는 지난 2010년 문막읍 문막리와 건등리 일원 114만㎡규모의 도시개발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타당성 용역조사를 완료했지만, 이후 아무런 진척이 없다.

문막출신인 김홍열의원은 지난 2013년 9월 9일 제 164회 제1차 본회의에서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원주시의회 곽희운의원은 지난 2017년 6월 19일 열린 제5차 건설도시위원회 행정사무감사에서 집행부를 상대로 도시개발사업이 지지부진한 이유를 따져 물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자체적으로 개발하려고 했지만, B/C가 안 나와서 주춤하고 있다”라고 답변했다. 그러나 정주여건 개선을 요구하는 주민들의 요구는 현재 진행형이다.

현재 문막읍 44개 아파트 단지 가운데 40개가 지은지 20년이 지나 노후된 것으로 파악됐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젊은층들이 시내 중심가나 신규아파트가 대거 들어선 기업도시를 선호하고 있다. 문막이 고향인 한 인사는 “공단이 들어서면 기업이 유치되어 인구증가는 물론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보였다”며 “하지만 엄청난 면적을 공단이 차지하고 있을 뿐 지역에 가시적인 성과를 주지 못하는 것 같아 아쉽다”고 말했다. 택지가 포화상태인 시내 중심가보다는 문막읍처럼 성장 잠재력이 큰 지역에 택지조성에 나서야 한다는게 이 관계자의 첨언이다.

미래 먹거리 창출 차원에서 지난 2013년부터 야심차게 추진해오다 무산된 화훼단지조성사업은 주민들에게 허망함과 함께 실망감을 안겨줬다. 연간 관광객 500만 명 유치, 고용창출 10만 명, 연간 경제적 효과 1,000억 원이란 통계 수치는 결국 공허하고 조악한 말장난에 그쳤다. 장대한 비전과 초라한 현실의 부조화만 보여준 셈이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그동안 문막읍 활성화를 위해 다양한 대책을 추진했다”며 “여주~원주 복선전철대비, 중앙선 서원주역 개통에 맞춰 정주여건 개선대책을 마련중에 있다”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원주갑)은 지난 총선에서 여주~원주 복선전철 구간 가운데 서원주역~문막시내 구간을 연결하겠다고 약속해 시민들이 큰 기대를 걸고 있다. 이에 발맞춰 지난달 31일 광물자원공사에서 열린 ‘철도 강원의 미래’를 주제로 열린 포럼에서 기업도시 활성화 차원에서 서원주역~문막시내 구간 철도연결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그러나 사업 타당성 조사와 함께 1,000억 원대의 막대한 사업비 부담이 사업성사의 변수가 될 전망이다.

김주원 한국생활자치연구원 본부장은 “도·농 통합이후 수십년 간 문막읍에 대한 원주시의 체계적인 투자가 미흡했던 것이 지금과 같은 결과를 가져온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최근 정부 농촌협약 공모사업에 시가 선정돼 문막읍 발전에 기대를 걸어볼만한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만큼 주민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한 전반적인 발전계획이 필요한 시점이다”라고 말했다. 아무튼 근무시간에 밀물처럼 밀려들어왔던 공단 근로자들이 퇴근시간에 썰물처럼 빠져 나가는 지금과 같은 상황이 계속된다면 아마 문막읍은 빠르게 기형적인 도시로 전락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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