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이광재 국회의원의 실언(失言)을 지켜보며…
[비로봉에서]이광재 국회의원의 실언(失言)을 지켜보며…
  • 심규정
  • 승인 2020.08.09 2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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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적절하고 값싼 표현…그러나 장애인 비하 의도는 아니다”
“각양각색의 언어 홍수속에 사유의 정제, 적절한 어휘의 구사가 필요하다”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국회의원이 설화(舌禍)로 곤욕을 치렀다. 지난달 28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홍남기 부총리를 상대로 최근 논란이 뜨거운 1주택 보호 방안 질의도중 나왔다. “경제부총리가 금융 부분을 확실하게 알지 못하면 정책수단이 절름발이가 될 수밖에 없는데, 확실하게 챙겨주시길 바란다”라고 언급한 게 화근덩어리였다. 정부 정책의 한계를 빗대 절름발이로 표현한 것이다. 야당에서 비난의 화살이 쏠렸고, 급기야 장애인 단체에서 공개사과를 요구했다.

결국 아흐레만인 지난 6일 이 의원은 고개를 숙였다.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소수자를 살펴야 하는 정치인으로서 지적을 받기 전에 오류를 발견하지 못한 점을 깊이 반성하고 있다”라며 “앞으로 소수자의 인권문제와 정책에 좀 더 세심한 관심을 쏟겠다”라고 말했다. 돌이켜 보면 말실수로 입방아에 오른 정치인들은 으레 변명과 함께 사과에 인색하고 마지못해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그쳤던 모습을 우리는 자주 접했다. 그러나 이 의원은 구차한 변명 없이 쿨하게 진심 어린 사과를 했다.

아무튼 이 의원이 국회 상임위원회라는 공적인 자리에서, 그것도 TV로 생중계 중인데 절름발이 발언을 한 것은 누가 봐도 부적절한 표현이다. 양복입고 짚신 신은 모습이랄까. 장애인들과 그 가족으로서는 분명 귀에 거슬렸고 투박했다고 느꼈을 것이다. 이 의원을 잘 아는 지인조차 “정부 정책을 질타하면서 왜 절름발이라는 말을 사용했을까?”라며 생뚱맞다는 반응을 보였다. 다독을 통해 지적으로 무장된 데다 평소 사려 깊고 진중한 이 의원의 모습과 너무 다른 페르소나를 보는 것 같다. 강원도지사까지 지낸 3선 국회의원으로서 묵직한 무게감, 존재감과는 거리가 먼, 값싸고 거친 표현이었다. 허나 이 의원에 대한 비난은 딱 여기까지다.

이 의원의 절름발이 발언이 장애인을 비하했다고 보는 건 무리가 있다. 절름발이 표현이 나오게 된 키워드는 1주택 보호 방안이었고, 정부 정책이 이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을 절름발이에 비유한 것이다. 장애인 정책이라든지, 어떤 사회현상을 언급할 때 절름발이 표현이 나왔다면 비난받아 마땅하지만, 행간을 보면 장애인과 인과관계가 성립할 수 없다. 단지, 이 의원의 조악하고 어슷한 비유법이 문제였다. 학생 운동권 출신인 이 의원은 도지사 재임 시절, 그간 의정활동에서 노동자, 사회적 약자를 대변하는 데 힘써왔다. 그의 인성으로 봐도 그렇고, 정치 행보를 돌이켜 보건데 직선적 어휘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것을 보지 못했다.

중국 전한시대 역사가 사마천은 ‘사기’ 상군열전에서 말을 네 가지로 분류했다. 모언(貌言)은 모양만 화려할 뿐 실속이 없는 말, 지언(至言)은 매우 유익한 말, 고언(苦言)은 비록 듣기에는 거북하지만, 약이 되는 말, 감언(甘言)은 다른 사람의 비위에 맞게 듣기 좋게 꾸며서 하는 말을 거론했다. 모언과 감언을 경계하고 지언과 고언을 지향해야 한다고 사마천은 나침판처럼 우리에게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이 의원이 비록 실언(失言)했지만, 이번 비판을 애정어린 충고로 받아들이면 큰 정치인으로 거듭날 것이다. 각양각색의 언어 홍수 속에 사유의 정제, 언어의 조탁, 그리고 적절한 어휘의 구사력이 더없이 중요하게 다가오는 요즘이다. 선출직 정치인은 더더욱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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