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원창묵 시장의 ‘억울 프레임’ 시기와 방법이 틀렸다
[비로봉에서] 원창묵 시장의 ‘억울 프레임’ 시기와 방법이 틀렸다
  • 심규정
  • 승인 2020.08.23 20:0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원창묵 원주시장이 언론에 단단히 화가 난 것 같다. 지난 18일 오전 브리핑을 갖고 진입로 개설을 둘러싸고 특혜 논란이 수그러들지 않은 한옥마을에 대해 TV토론을 갖자고 제안했다. 이를 집중 보도해온 원주MBC를 콕 집어 직접 토론회를 주최하면 더욱 좋겠다고 덧붙였다. 기자회견문은 분격한 그의 속내를 엿볼 수 있다. “일부 언론 보도에 의해 측근과 특혜라는 이름으로 폄훼되고 시민들의 눈과 귀를 현혹하고 있다. 참으로 비통한 심정이다”, 심지어 ‘세 사람이면 없던 호랑이도 만든다’라는 뜻의 사자성어 삼인성호(三人成虎)를 언급했다. 자신의 진정성을 몰라주는 언론에 섭섭함을 내비치며 ‘억울 프레임’을 짠 것이다.

원 시장을 시의원 시절부터 지켜봐 온 필자는 그가 이번 처럼 언론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낸 것을 보지 못했다. 문막SRF열병합발전소 찬반논란 당시 반대 측으로부터 고발당해 무혐의 처분을 받았어도, 발전소 비방전단지에서 “이거 사기 아닙니까”라고 공격해도, 시청에 몰려와 심하게 항의해도, 꿋꿋하게 버텨온 모습과 비교할 때 상당히 이례적이다. 악의가 없는데도 언론에서 나쁘게 해석하는 ‘적대적 귀인편향’을 드러낸 것으로 해석하는 것 같다.

한옥마을 특혜논란은 사실 원주시가 자초한 측면이 강하다. 시의회에서 여러 지적이 나왔지만, 시민의 혈세가 투입되는데, 갑작스레 협약부터 체결하고 나중에 시의회에 설명할 정도로 화급한 사안이었는지 궁금하다. 그리고 진입로 개설비용은 전형적인 고무줄 잣대다. 최초 30여억 원에서 20여억 원으로, 다시 5억 원으로 점점 축소돼 여전히 의문으로 남는다. 원 시장은 결국 관련 부서에서 실수했다고 인정했다. 졸속추진이란 말이 당연히 나올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어디 이뿐인가. 논란이 확산되자, 원주시는 사업의 공정성,투명성 확보를 위해 제안공모에 나섰다. 놀라운 것은 공모 기간중인데도 불구하고 관설동 한옥마을 부지 인근 주민들을 상대로 보란 듯이 설명회까지 개최했다. 특정사업자 편들기란 오해를 사기에 충분했다. 더욱 대담무쌍한 것은 이날 KBS 저녁 뉴스에 출연해 “관설동 한옥마을을 추진하고 있다”라고 언급해 TV를 본 시민들을 어리둥절케했다. 이 때문인지 현재 제안 공모에 나선 업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두고 두고 뒷말을 남길 수밖에 없다. 원 시장은 공모결과가 나올 때까지 자중했어야 했다.

원창묵 시장이 방송토론을 제안한 것도 시기적으로 아주 적절치 않았다. 기자회견 하루,이틀 전으로 돌아가 보자. 전국적으로 광화문 집회 참가자와 사랑제일교회 교인들의 무더기 확진, 이 교회를 다녀온 지정면 거주 확진자가 발생해 재확산의 우려가 커지는 양상이었다. 더욱이 다이내믹댄싱카니발 마저 전격 취소됐다. 그런데 원 시장은 방송토론을 제안했다. 정무적 판단이 잘못되도 한참 잘못됐다. 불행하게도 이후 상황은 최악으로 급변했다. 엿새동안 무려 24의 확진자가 발생하는 등 코로나19의 창궐세가 심상치 않은 기류다. 이런 난국에 만약 토론회 일정이 잡힌다면 원 시장은 토론회에 응할 생각인지 묻지 않을수 없다. 

요즘 원 시장을 보면 무언가에 쫓기는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차기 지방선거에서 도지사 출마설이 꾸준히 나도는 것과 무관치 않아 보인다. 남은 임기 21개월 동안 자신이 약속한 공약을 잘 마무리 해야겠다는 조급증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 큰 정치를 하겠다는 그에게 왜곡된 평판이 확산되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고 논란거리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 머릿속에 여러 가지 생각이 회오리치다보니 결국 평정심을 잃고 언론에 노골적인 반감을 드러냈다는 게 원 시장을 잘 아는 인사의 진단이다.

언론을 대하는 원 시장의 방식에도 동의할 수 없다. 언론에서 여러 퍼즐 조각을 맞추다 보니 특혜 의혹으로 비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었다. 언론의 합리적인 의심이자, 정당한 문제 제기다. 원 시장의 주장처럼 언론 보도로 피해를 입었다면 언론중재위원회 제소라든지, 민형사상 소송을 제기하면 되지, 기자회견까지 자처해 방송토론을 제안한 것은 고도의 정치적 수사에 불과하다. 결론도 날수 없는 지엽적인 화두를 중계해줄 방송사가 과연 어디 있겠나. 3선 시장이란 무게감에 걸맞게 처신해야 하는데, 작금의 상황은 그런 모습이 전혀 아니어서 심히 유감스럽다. “뱁새가 황새의 마음을 어찌알랴”라고 원 시장이 치부하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지만.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