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소 부상 드라마 촬영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의문 증폭
명소 부상 드라마 촬영지 흔적도 없이 사라져 의문 증폭
  • 심규정 기자
  • 승인 2020.09.06 21: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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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저면 주산리 사니다카페 인근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지
도·원주시, 주요 관광지 명소화 이유 제작사에 2억 지원
최근 서둘러 철거...시민들 “혈세까지 투입해 놓고”
“가설건축물 신고 안 해” VS “가설건축물 아냐”
카페 측 “종영 후 철거하기로 제작사와 계약”
[사진=사니다카페 유튜브]
[사진=사니다카페 유튜브]

tvN 주말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 촬영지인 원주시 호저면 주산리 사니다카페에 드라마 세트장이 드라마 종영과 함께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 그 배경에 의구심이 커지고 있다. 드라마 제작사에는 주요관광지 홍보를 이유로 강원도와 원주시에서 제작비가 지원돼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원주시와 시민들에 따르면 원주시 호저면 주산리 산 120의 10번지에 tvN 토일드라마 ‘사이코지만 괜찮아’(16부작)드라마세트장이 위치해 있다. 이 드라마는 버거운 삶의 무게로 사랑을 거부하는 정신병동 보호사인 문강태(김수현 분)와 태생적으로 사랑을 모르는 인기아동 동화 작가인 고문영(서예지 분)이 서로 상처를 보듬고 치유해가는 한 편의 판타지 동화 같은 이야기다. 이 카페 촬영지는 고문영이 머물던 저주받은 성이다. 카페 측은 카페와 SNS에 배우 사진과 함께 드라마 촬영지란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다.

그러나 지난 9일 종영 이후 며칠 뒤 드라마 세트장은 돌연 철거됐다. 이곳에 자주 와봤다는 최모씨(53·원주시 단계동)는 “드라마세트장 대부분 방송이 종영돼도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광지로 활용하는데, 갑자기 철거된 이유가 궁금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사니다카페 K대표는 “드라마가 종영되면 철거하기로 계약이 돼있었다”라며 “이미 철거했고, 문제가 된다면 나중에 원주시의 행정처분을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이 드라마는 강원도와 원주시가 제작사에 각각 1억 원씩 2억 원을 지원했다.

앞서 지난 5월 8일 원주시의회 제217회 임시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는 제작비 지원의 적절성 여부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다. 원주시는 출렁다리라든지, 반곡역이라든지, 치악산 황장목이라든지, 사니다카페라든지 이런 곳에서 촬영을 한다면 관광명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작품이 유명해져 해외 판매가 이뤄지면 글로벌하게 원주를 홍보할 수 있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이에 대해 미래통합당 유선자 의원은 “무슨 글로벌인가요. 강원도 사람도 알지도 못하는데. 이게 과연 세계적으로 갈 수 있고, 강원도 전체가 이것을 알 수 있을까요? 항상 애드벌룬이야”라고 지적했다.

[사진=사니다카페 유튜브]
[사진=사니다카페 유튜브]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고 드라마세트장 입지를 둘러싸고 뒷말이 요란하다. 이 시설은 입구가 마치 고대 로마시대 건축물을 연상케 하는 웅장한 건물로 돼있다. 굵은 기둥, 계단. 현관문, 천장까지 갖췄다. 그러나 건물 안쪽은 없고, 나머지는 패널로 막아 버렸다. 입구만 가설건축물의 형태를 갖춘 셈이다. 이에 대해 한 건축사는 “지상의 시설이 땅에 고정되어 있고 기둥, 천장이 있으면 가설건축물로 봐야 한다”라며 “가설건축물 축조신고를 했어야 마땅하다”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원주시 관계자는 “온전한 건축물로 보기 어려워 신고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더 큰 의문은 2017~2018년 사이에 촬영지 인근에 이미 정체불명의 축조물이 들어서 있다는 사실. 원주시 생활지리정보 항공사진을 비교해본 결과 이 같은 사실이 확인됐다. 준보전산지에다 절대농지인 이곳이 사전 불법 전용됐다는 의심을 사기에 충분하다. 원주시도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카페 측 관계자는 “2017년~2018년 사이에 시설을 축조한 사실이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그러나 토지대장을 확인한 결과 당시(2017년 7월부터) 토지소유주는 사니다카페 K대표가 이사로 재직하던 부동산 투자회사인 것으로 확인됐다. 드라마 세트장이 위치한 자치단체나 업소의 경우 홍보에 혈안이고 이 같은 현상은 장기간 지속된다. 제작사와 사니다카페가 어떻게 드라마세트장을 설치하게 됐고, 갑작스레 철거한 이유는 또 무엇인지, 속시원히 진상이 규명돼야 한다. 원주시 주요 관광지와 함께 강원도민의 혈세, 원주시민의 혈세가 투입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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