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황인원 作 / 노을에 갇히다
[시가 있는 아침]황인원 作 / 노을에 갇히다
  • 임영석
  • 승인 2020.09.06 09: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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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을에 갇히다

-황인원 作

 

임진강 저편 너머에 피 토하는 해를 보았네
붉은 피가 그렇게 아름다운 줄 처음 알았네
넋 놓고 쳐다보다가 그 몸부림에 갇혀 버리네

해오름의 희망보다 지는 넋의 깨달음이
참을 수 없이 아름답다고 갇힌 몸이 생각하네

이승에 갇혀 있음은
그래서 더욱 새롭네

저만치 여름 숲이 뻔히 보이는데
해를 따라 나, 지고 있네
헛된 것이 아니네
나뭇잎 고개 끄덕이며 나를, 해를 배웅하네

 

황인원 시집 ‘비밀이 비밀인 이유’, ‘넌 참 이뻐’에서

 

 

나는 시집을 읽을 때 몇 가지 습관을 가지고 읽는다. 가장 먼저 맨 뒤에 있는 시를 읽고 맨 첫 페이지 시를 읽는다. 이 두 편의 간극이 그 시인의 정신세계를 대표적으로 보여 줄 것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황인원 시인의 ‘노을에 갇히다’를 읽으면서 시인의 마음이 무엇인가를 헤아려 보았다. 맨 끝의 시에 노을을 그린 시를 담고, 노을의 아름다운 빛으로 가슴을 아름답게 물들이는 낭만의 소유자임을 느낀다. 해가 뜰 때보다 해가 질 때 더 고요하고 넉넉하고 편안한 마음을 갖는다. 하루를 잘 보냈다는 안도감도 있고 황홀한 노을이 담아주는 아늑함의 빛이 휴식을 담아주기 때문이다. 그 마음을 황인원 시인은 “해오름의 희망보다 지는 넋의 깨달음이 / 참을 수 없이 아름답다고 갇힌 몸이 생각하네”라고 말한다. 노을에 갇힌 몸이 읽어내고 받아내는 삶의 여운이 아닐 수 없다. 해를 따라서 세상의 모든 것들이 휴식의 시간에 몰입되는 그 자체가 헛된 것이 아니 새로운 희망과 꿈을 갖는 시간임을 인식하는 대목이 ‘나뭇잎 고개 끄덕이며 나를, 해를 배웅하네’라는 부분이다. 삶의 문양이 있다면 노을처럼 아름다움을 담아주는 빛으로 새겨야겠다는 마음이 들도록 노을의 아름다움을 포근하게 담아내고 있다. 삶의 매듭이 무엇인가를 잘 보여주는 시라 하겠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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