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봉에서] 코로나19...그리고 공동체 연대의 미덕
[비로봉에서] 코로나19...그리고 공동체 연대의 미덕
  • 심규정
  • 승인 2020.09.06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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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심규정 [원주신문 발행인·편집인]

코로나19의 위세가 하늘로 치솟던 얼마 전. 한 지인의 말이 지금도 귓전에 맴돈다. 말인즉슨 “외지인의 접근을 막기 위해 도로를 차단하든지 해야지. 이래서야. 원”. 보건당국이 확진자들의 감염경로를 추적한 결과, 원주 확진자가 다른 지역으로, 외지확진자가 원주로 와서 부지불식간에 접촉자에게 불행의 씨앗을 퍼뜨리는 것을 염두에 둔 말이다. 당국의 코로나19 발생 현황을 보면 지금도 ○○시 △번, ○○군 △번을 자주 접하게 된다. 전혀 반갑지 않은 불청객이다.

코로나19는 날씨처럼 갑자기 소나기를 퍼붓기도 하고 잠시 소강상태를 보인다. 심한 변덕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리 튀고 저리 튀는 럭비공 같기도 하고, 변화무쌍한 모습에 이젠 모두 지칠 대로 지친 모습이다. 잘 굴러가던 일상이 조각조각 해체된 지 이미 오래다. 그 고통으로부터 나오는 파열음에 우리는 진저리를 쳤다. 속수무책의 위기상황에서 한없이 무기력하고, 인간이 가진 한계를 깨닫게 된다. 좌절감, 허탈감이 가슴을 마구 헤집는다.

이미 우리 일상에 깊숙이 똬리를 튼 코로나19는 불행의 전주곡이다. 갈수록 경색되어 가는 고용시장, 장사가 안돼 휴폐업이 속출하는 자영업자들, 비대면 수업 장기화에 따른 대입제도 변화 가능성, 더 이상 면대면으로 접할 수 없는 문화예술행사, 사람과 사람 간 거리감이 깊어지는 현실은 파편화된 환경에 우리를 벼랑 끝까지 내몰고 있다.

알베르 카뮈의 소설 ‘페스트’를 보면 지금의 코로나19와 많은 상황이 겹친다. 스토리는 70년 전 알제리 해안에 있는 오랑시에서 죽은 쥐의 세균에 의해 페스트가 삽시간에 도시로 번지는 상황으로 시작된다. 피해 상황, 오락가락하는 당국의 대처, 만신창이가 된 일상, 이를 극복해 가는 모습이 마치 동영상 보듯 묘사되고 있다. 결국 페스트의 광풍을 막기 위해 오랑시로 들어오는 모든 길목이 폐쇄된다. 시민들은 독 안에 든 쥐 신세다. 힘겨운 사투 끝에 당국이 페스트를 퇴치했다고 발표한 가운데 소설은 이렇게 끝을 맺는다. “페스트균은 결코 죽지도 사라지지도 않았으며 수십 년의 세월을(중략)...여전히 집요하게 기다리고 있다”라고.

전염병의 역사를 통해 우리는 여러 역병의 명멸을 지켜봤다. 훗날 갖은 노력 끝에 백신과 치료 약이 개발되어 박멸됐지만, 정체불명의 역병은 쉼 없이 우리 일상에 마각을 드러내고 있다. 여러 행성의 생명체를 죽이는 악당 타노스를 물리치기 위해 히어로들이 의기투합해 세상을 구하는 내용의 영화 ‘어벤져스’ 같은 해피엔딩은 기대하지 않더라도 기세등등한 코로나19에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

우리 삶의 터전인 원주시는 전염병이 창궐할 수 있는 최악의 조건을 갖췄다. 인구 최다 밀집 지역, 철도가 열십자(十)로 뚫려 있고, 여기에 영동고속도로, 중앙고속도로, 광주~원주고속도로가 교차하고 있다. 원주·문막·신림·남원주·북원주·서원주 등 6개 나들목을 통해 수많은 사람이 쉴새 없이 오간다. 지리적으로도 충청북도 제천, 경기도 여주와 맞닿아 있어 바이러스 전파에 아주 취약하다고 볼 수 있다. 동전의 양면 같은 얄궂은 운명이다.

방역 당국의 고군분투만 가지고는 코로나19와의 사투에서 우리는 100전 100패 할 수밖에 없다. 개개인의 마음속에 튼튼한 방벽을 쌓는 절제된 일상이 필요하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축적된 노하우를 토대로 매뉴얼을 마련해 시행착오를 되풀이하지 말자. 코로나19와의 전투에서 밀리면 온전한 우리의 미래는 결코 기약할 수 없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다. 생활치료센터 지정에서 보듯 공익적 가치, 공동선 추구를 위해 잠시 주의, 주장을 보류하는 것도 간과해서는 안 될 대목이다. 이게 바로 공동체 연대의 미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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