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문모근 作 / 월요일에는 우체국을 간다
[시가 있는 아침]문모근 作 / 월요일에는 우체국을 간다
  • 임영석
  • 승인 2020.09.13 2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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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요일에는 우체국을 간다

-문모근 作

 

월요일에는 우체국을 간다
주소를 적고
이름을 적은 뒤 우편번호를 적으면
받는 사람 얼굴이 떠오른다
편지지 가득 넣은 마음 한 장
받아보고 웃을지 슬퍼할지
조마조마하면서 부치는 편지
안부라는 게 그러그러하고
사는 게 다 그렇다고 해서
그리움이 멈추는 건 아니다
하늘이 맑으면 맑은 대로
비가 오면 오는 대로
한 움큼 쥐어지는 보고픔
그마저 조금씩 흘리며 산다
그렇게 뒤를 보면서 산다
월요일에는 우체국을 간다

 

문모근 시집 ‘월요일에는 우체국을 간다’, ‘문학공원’에서

 

 

월요일에 우체국을 가서 편지를 부치는 일은 그래도 우체국이 가까이 있는 도시에서나 가능한 일이다. 요즘 우체통에 일정 시간 편지를 부치지 않으면 그 우체통이 소멸된다. 적정 거리에 기본적으로 설치한 우체통만 남아있고 나머지는 다 사라지고 없다. 문모근 시인은 월요일에 우체국에 편지를 부치러 갈 만큼 아직도 많은 사람이 마음에 남아 있다는 것이 부럽다. 나는 이메일을 사용하고, 가능한 우표를 사서 집 앞 우체통에 넣기 때문에 우체국에는 시집이나 보내러 갈 때 들린다. 그렇다, 예식을 알리는 청첩장이나 안내장, 세금 고지서가 대부분을 꽂혀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러한 세상에 편지를 써 보낸다는 그 자체는 마음이 너그럽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내게도 우체부에 대한 추억이 깊다. 빨간 자전거를 타고 비포장도로를 따라 여러 동네를 돌던 집배원 아저씨를 기억한다. 오토바이를 타고 다니면서 집배원들이 타고 다닌 자전거도 사라졌다. 그리운 안부를 묻는 편지가 비가 오면 비 오는 대로 가슴을 따뜻이 적시였을 것이다. 편지는 어떤 이에게 받아도 마음이 서글퍼진다. 문모근 시인께서도 일생을 월요일마다 편지를 들고 우체국에 가서 건강한 삶의 소식을 영원히 보냈으면 좋겠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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