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공정한 세상
[세상의 자막들]공정한 세상
  • 임영석
  • 승인 2020.09.20 21: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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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공정(公正)한 세상이라 함은 누구나가 동등한 기회를 갖고 누구나가 공정한 기회의 방식을 따르는 세상을 말하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이미 그러한 세상이 되어 있지 않다. 태어나면서부터 금수저가 있고, 은수저가 있고, 흙수저가 존재하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세상이 균등하다는 것을 보여 주어야 하는 것이 나라의 법이고, 누구에게나 균등하게 기회가 주어지게 만들어 가야 하는 것이 민주주의의 목적이다. 우리 사회에는 고위 관료의 자녀나 정치인, 경제인의 자녀들이 특혜의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한 일이 비일비재하게 있어 왔다.

내 자식만 학교 성적이 좋으면 되겠지?라며 시험지를 빼돌려 자기 자녀에게 알려준 사건이며, 돈 있는 부모를 만나는 것도 실력이라는 말이 시초가 되어 나라가 뒤집힌 일이며, 많은 젊은이가 부정하게 군대를 가지 않는 일, 대학을 편법으로 입학하는 일, 부모의 알력으로 취업을 하는 일 등등 수없이 많은 일들이 공정한 기회가 아닌 편법, 탈법, 불법을 만들어 왔다.

이 세상의 예술이 삶의 아름다움을 만들기 위해 존재한 면도 있으나, 한편으로는 세상의 모순을 고발하고 풍자하고 비판의 목적이 더 강하다는 것은 바로 공정(公正)한 세상을 이루기 위한 방법이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나치 시대의 삶을 고발한 ‘안네의 일기’, 어지러운 세상을 올바르게 기록한 이순신의 ‘난중일기’, 그리고 세상의 각종 비사(秘事)가 바로 세상의 혼란스러운 이야기들을 바로 만들고자 했던 글들이다.

글은 마음의 거울 같은 것이다. 한쪽에서만 보고 느끼고 바라보는 마음의 거울을 통해 쓰이는 것이다. 그러니 양면의 모습을 다 입체적으로 보여주는 글이 존재하기가 어렵다. 돌의 모습을 보여주는 글을 쓴다고 돌이 날아가 사람의 뒤통수를 때린다고 암시할 수는 없는 일이다. 독재자에게는 독재를 비판하는 글이 눈에 가시일 것이고, 임금님 귀는 임금님이 못생겼다고 말하는 것이 귀에 거슬릴 것이다. 있는 사실을 인정하지 않으면 그 인정하지 않는 만큼 세상은 말의 후폭풍 속으로 빠져들게 되어 있다. 이 말의 후폭풍이 공정의 기준을 무너트리는 것이다.

젊은이가 평생 일을 해도 집 한 채 갖기 힘들고, 부모가 가난하면 평생 가난을 대물림 받아야 하는 세상이다. 땀 흘려도 땀 흘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기 때문에 인구 절벽의 세상이 된 것이다. 세상이 공정하다면 왜 미래를 걱정하고 미래의 걱정 때문에 인생을 포기해야 하는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정말 공정한 세상이라면 세상의 부정한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고위직 자녀가 병역을 기피하는 일, 대학 입학을 편법으로 들어가는 일, 돈 많은 집 자녀가 돈을 무기 삼아 폭력을 정당화시키는 갑질, 관료가 되면 국민을 업신여기는 일 등등, 모순이 많은 사회다. 인권이 존중받고, 남녀의 차별이 없는 세상, 사회적 약자가 보호받는 세상을 만들어 가는 것이 공정한 사회의 기틀을 만들어 가는 출발점이다.

자본주의 세상이 되다 보니 급격하게 세상의 도덕성이 땅에 떨어졌다. 위, 아래 세대의 존경심이 사라졌다. 무슨 말을 하면 ‘너나 잘해!’라고 답이 온다. 요즘 회전 교차로가 수없이 많이 만들어졌다. 편리성을 추구하기 위해서다. 그러나 이 교차로 진입을 하며 깜빡이 신호를 넣고 진입하는 차량이 얼마나 될까? 이 사소한 교통 신호 하나 지키지 않는 세상이다. 내 양심은 공정하지 않으면서 세상이 공정하기만 바란다. 타인을 손가락질하기 위해서는 나를 뒤돌아보는 마음이 먼저여야 한다. 공정한 사회는 세상의 거울이 되어야 할 사람들이 너무 혼탁하게 세상을 살아가기 때문이다. 작은 약속 하나를 소중하게 지키는 사람이 세상을 이끌어 가야 공정한 세상이 이루어지는 것이다. 학업 성적을 과외로 채우고, 부모의 돈으로 양심을 채우고, 경쟁에서 이기기만 하는 세상에서 승자독식만 살아남는 세상이다. 그러니 올바른 가치관의 정치인이 나올 수 없고, 관료가 나올 수 없고, 시험만 잘 보면 되는 세상이니 공정함이 보이지 않을 것이다. 작은 약속 하나가 세상을 아름답게 만든다. 봄은 어떤 이유를 대지 않고 아름다운 꽃을 피워낸다. 공정한 세상은 어떤 이유를 대지 않는다. 이 세상이 공정한 길로 가기 위해서는 작은 꽃 하나 무시하지 않고 꽃을 피우겠다는 봄바람 같은 실천이 필요하다. 공정한 세상은 봄바람 같은 삶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들이 많을 때 만들어 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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