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곽해룡 作 / 할머니
[시가 있는 아침]곽해룡 作 / 할머니
  • 임영석
  • 승인 2020.09.20 21: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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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

-곽해룡 作

 

할머니 마실 다녀오시네

낙타처럼 등 내밀고
햇볕 한 짐 태우고 오시네

할머니 굽은 등 펴시네

와르르 햇볕 쏟아져
우리 집 마당 눈이 부시네

 

계간 ‘시인시대’ 2019년 여름호에서

사람이 살면서 가장 상식적이고 가장 평범한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흔하게 물과 바람, 햇살, 어둠, 밝음 같은 것이 우리들 삶 곁에 있다. 곽해룡 시인의 동시 ‘할머니’는 누가 읽어도 그렇다고 수긍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할머니라는 이미지는 무척 다양하다. 그 가운데 등 굽은 할머니가 마실을 다녀오며 그 굽은 등에 햇볕을 한 짐 지고 오시고, 허리를 펴니 그 햇볕이 마당에 부려져 환하다는 것은 동심을 넘어 삶의 깨달음을 주는 경전처럼 들린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젊어서는 패기와 용기로 살아가지만 나이 들어서는 경험과 지혜로 살아간다고 한다. 곽해룡 시인의 할머니는 바로 그 경험이 주는 이미지, 굽은 허리에 무수한 삶의 이야기를 쌓아놓고 있는 이야기보따리 같은 마력의 힘을 갖고 있다. 바로 이렇게 비유되고 과장된 표현들이 따뜻한 마음을 더 아름답게 해주는 바람소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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