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곽해룡 作
할머니 마실 다녀오시네
낙타처럼 등 내밀고
햇볕 한 짐 태우고 오시네
할머니 굽은 등 펴시네
와르르 햇볕 쏟아져
우리 집 마당 눈이 부시네
계간 ‘시인시대’ 2019년 여름호에서
사람이 살면서 가장 상식적이고 가장 평범한 이야기가 무엇인가를 생각해 본다. 흔하게 물과 바람, 햇살, 어둠, 밝음 같은 것이 우리들 삶 곁에 있다. 곽해룡 시인의 동시 ‘할머니’는 누가 읽어도 그렇다고 수긍하는 마음이 들 것이다. 할머니라는 이미지는 무척 다양하다. 그 가운데 등 굽은 할머니가 마실을 다녀오며 그 굽은 등에 햇볕을 한 짐 지고 오시고, 허리를 펴니 그 햇볕이 마당에 부려져 환하다는 것은 동심을 넘어 삶의 깨달음을 주는 경전처럼 들린다. 세상을 살아가는 것은 젊어서는 패기와 용기로 살아가지만 나이 들어서는 경험과 지혜로 살아간다고 한다. 곽해룡 시인의 할머니는 바로 그 경험이 주는 이미지, 굽은 허리에 무수한 삶의 이야기를 쌓아놓고 있는 이야기보따리 같은 마력의 힘을 갖고 있다. 바로 이렇게 비유되고 과장된 표현들이 따뜻한 마음을 더 아름답게 해주는 바람소리가 아닌가 생각된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저작권자 © 원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