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게임, 그 멈출 수 없는 즐거움
[기고]게임, 그 멈출 수 없는 즐거움
  • 이진희
  • 승인 2020.09.20 21: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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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 교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이진희 교수 [원주세브란스기독병원 정신건강의학과]

오늘날 게임은 컴퓨터나 스마트폰을 넘어서 우리 삶의 많은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스트리밍 서비스로 유명한 ‘넷플릭스’는 2018년 E3(Electronic Entertainment Expo)라는 게임 전시회에 게임을 출품하면서 전격적인 게임 서비스의 제공을 예고했고, 구글의 ‘스테디아’는 게임 동영상을 시청하다가 바로 게임을 즐길 수 있는 새로운 형태의 통합 서비스를 발표했다. 나아가 게임의 확산은 더 이상 전자통신 관련 업종에만 머물러있지 않는데, 2019년 명품브랜드 루이비통은 새시즌 상품 출시에 맞추어 미국 뉴욕의 뒷골목을 배경으로 캐릭터가 달리고 점프하며 루이비통의 로고(LV)를 얻는 방식으로 진행되는 아케이드 게임 ‘앤드리스 러너’를 공개했다. 게임이 확장되어 산업적, 문화적으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은 더 이상 누구도 부인할 수 없게 되었다.

역사상 최초의 비디오 게임으로 알려진 ‘테니스 포 투(Tennis for Two)’는 1958년 미국 원자력 연구소의 방문객에게 첨단 기술을 이용해 즐거움을 주기 위해 개발되었다. 신호 계측에 사용되던 5인치 아날로그 오실로스코프에 간단한 회로와 간이 조종기를 연결하여 만든 게임기는 큰 인기를 끌었고, 공포의 대상이던 원자력 폭탄을 만들던 컴퓨터가 게임을 통해 사람들에게 친숙한 기기로 전환되는 획기적인 일이 일어났다. 윈도우 게임인 지뢰찾기나 카드놀이도 사실은 마우스를 익숙하게 다루는 훈련용 게임이었다고 한다. 키보드를 입력해서 조작했던 방식에서 마우스로 그래픽을 클릭하는 방식으로 전환되면서 컴퓨터 사용자들에게 마우스 조작법을 가르쳐줄 필요성이 게임으로 이어진 것이다. 이 방식은 과거의 책으로 설명을 적은 것이 아니라 게임을 통해 가르쳤다는 점에서 혁신적인 시도였다. 조금 더 빠르게 지뢰를 찾으려는 동안 마우스의 좌우클릭, 더블클릭은 물론 동시클릭까지 마스터하게 됨으로써 사용자가 게임을 즐기는 동안 배워야 할 많은 것들을 자연스럽게 터득하도록 한 것이다.

아이들은 놀이로 성장한다고 한다. 디지털 세대인 요즘 아이들은 부모 세대와는 달리 온라인에서 하는 놀이를 하며 자라는 기회가 훨씬 많아졌다. 아이들에게 온라인 게임은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계의 의미와 가치를 알게 되는 놀이문화가 되었다. 하지만 디지털 세대들에게 갖는 의미와는 달리 게임에 대한 담론이나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호의적이지 않다. 게임에 대한 과몰입을 넘어 중독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제기되고 있으며, 디지털 기술이 가져온 문화적 위기의식이 지배적으로 자리하고 있다.

게임이 중요한 미디어로 자리 잡으면서 기존의 단순히 문자를 읽고 쓸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하던 ‘리터러시(literacy)’를 넘어선 새로운 개념의 ‘게임 리터러시(game literacy)’의 등장은 새로운 차원의 논의를 요구하고 있다. 게임 리터러시는 게임을 향유하고 활용하는 일차적인 사용방식이 아니라 비판적으로 접근하고 활용할 수 있는 능력과 함께 타인과 연대하는 능력, 그리고 더 나아가서는 게임 컨텐츠의 개발이나 프로그래밍과 같은 생산적 개념까지 적극적으로 포함하게 되었다. 게임 리터러시에 대한 논의의 활성화와 관련 문화의 확장은 디지털 시대에 게임이라는 문화물에 대한 보다 다각적이고 진지한 고찰의 필요성을 시사한다. 게임이 지닌 문화적, 사회적, 경제적 의미들을 포착함으로써 이제 우리 사회 속에서 더이상 멈출 수 없는 게임의 즐거움에 대한 새로운 담론이 이어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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