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박종대 作 / 추석이 오는 길목
[시가 있는 아침]박종대 作 / 추석이 오는 길목
  • 임영석
  • 승인 2020.09.27 18: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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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이 오는 길목

-박종대 作

 

아득했던 얼굴들이
봉창문 밖 들판길에

벼 이삭
수수 이삭
감이며
대추로

떠들썩
어제같이 와 있다

그놈
내일모레지

 

박종대 시조선집 ‘老母’, ‘책만드는 집’에서

 

 

요즘 추석이란 의미는 그리움의 대상이기 설레임의 대상은 아닌 것 같다. 그만큼 마음이 무너져 내렸고 세상이 변해가고 있다는 증거다. 박종대 시인에게 추석이 주었던 의미들은 벼 이삭 수수 이삭, 감 대추 붉게 익어가는 풍경이 있고, 온 동네가 떠들썩한 모습을 기억하고 계시다. 그러나 2020년 시대적으로 보면 추석은 그런 풍경을 가슴에서만 간직해야 하는 풍경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과 사람의 대면을 허용하지 않는 코로나19라는 질병도 질병이지만, 추석이라는 전통의 정신도 이미 사람 삶의 질병으로부터 멀어졌다고 본다. 조상에게 제를 올리고 절을 하는 그 자체를 미신으로만 받아들이는 종교적 배타심도 있고, 다른 믿음의 깊이를 인정하지 않는 사람들에 의해 추석은 더 더욱 전통의 맥이 끊겨 간다. 그럼에도 추석은 오랜 시간 우리들 핏불에 흐르는 삶의 기둥이고 달빛의 여운을 갖고 있기에 사라질 수 없는 명절이라고 본다. 해와 달이 각각 낮과 밤의 시간을 밝게 비추어 주는 이유는 따로 있을 것이다. 내일 모레가 추석이어도 추석의 의미는 올해엔 좀 밀어두어야 할 상황이 아닌가 싶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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