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자막들]‘의심병 제조기’ 코로나19
[세상의 자막들]‘의심병 제조기’ 코로나19
  • 임영석
  • 승인 2020.10.11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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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영석 [시인]
△임영석 [시인]

우리 사회 전반에 코로나19라는 질병이 퍼지면서 사람과 사람 사이가 마치 절벽처럼 높아졌다는 생각을 한다. 내 나이 60살인데 초등학교 때 간첩신고는 119라는 말을 뇌리에 박히게 학습한 이후 코로나19라는 말이 가장 많이 듣게 된 말 같다. 마치 코로나19 계엄령이 내린 것처럼 세상이 차갑고 무섭고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낯설어 한다. 이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우리 사회에서 퇴치되더라도 서로가 서로를 믿는 믿음을 복구하려면 얼마나 커다란 비용이 또 들어갈까 걱정이 앞선다.

왜 필자가 “‘의심병 제조기’ 코로나19”라는 말을 하는지 다음의 예를 들으면 이해가 갈 것이다. 코로나19가 발생되고 나서 방송이나 신문마다 외출을 자제하라, 외식을 자제하라, 여행을 자제하라… 말 그대로 하지 말라는 것뿐이다. 그럼에도 일생 생활을 극도로 자제하면서 나는 생활을 하고 있다. 치악산 황톳길도 가능한 사람이 많지 않은 이른 아침 시간을 이용해 산책을 하고, 공원을 갈 때도 마스크를 쓴다.

산길을 걷다 보면 사람이 많지 않아 마스크를 반쯤 내리고 아침 공기를 마시며 걸을 때가 있다. 그렇게 걷다 보면 맞은편에서 걷던 사람을 만나게 되는데 꼭 내가 무슨 코로나19에 걸린 사람이나 되는 것처럼 손을 입으로 막고(본인도 마스크를 안 하고 있으면서) 지나간다. 의심을 받고 있다는 모멸감이 머릿속 가득 차올랐다. 아마 이런 경험은 나뿐만 아니라 공원이나 산책을 하며 많은 분들이 경험을 했을 것이다.

마스크만 하면 만사가 다 통용되는 것처럼 믿는 것도 문제가 아닐 수 없지만, 마스크를 쓴 사람이나 쓰지 않은 사람이나 서로가 서로를 믿는 마음이 멀어지고 있다는 것이 더 걱정이다. 이런 이분법적인 세상이 되어가는 것이 사람이 사는 세상인가라는 의구심이 들 정도다. 나 스스로 초등학교 입학식 때처럼 손수건을 가슴에 차고 다닌 것처럼, 나 코로나19에 걸리지 않았다는 표시를 할 수도 없고, ‘내 체온은 정상이다’라고 표시되는 옷이라도 개발되어 의심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다.

코로나19가 발생되는 확률은 매우 낮다. 5000만 명 인구 중에 하루 100명 정도다. 물론 예방적으로 많은 사람이 모이는 곳을 자제하고 함께 노력을 해야 하는 것은 맞다. 그러나 서로가 서로를 의심하고 의심을 갖고 살아가는 것은 마음의 상처를 더 깊게 만드는 우리 사회의 코로나19보다 무서운 불신을 낳고 있다고 본다. 코로나19 질병의 문제가 국민과 국민을 의심하게 만드는 코로나 계엄령이 되어서는 안 된다.

지금 세상이 통행금지가 없을 뿐이지, 통행금지가 있던 시대보다 더 참혹한 세상으로 변해 가고 있다. 친구와 친구 사이에 술자리가 끊기고, 가족과 가족 간에 만남이 두절되어 가고 모든 만남이 없다 보니 감옥이 되어가는 세상이다. 거기에 공원이나 산책로에서 낯선 사람을 서로 만나면 서로 멀리 피해서 돌아가는 실정에 이르고 있다. 우리는 지금 코로나19보다 더 무서운 사람과 사람 사이에 삶의 절벽을 만들고 있지는 않는지 걱정이 앞선다. 정치적 해석은 하지 않겠다.

코로나19라는 질병보다 더 무서운 믿음이 붕괴되지 않을까 가장 큰 걱정이다. 눈에 보이지 않는 적을 앞에 두고 살아가는 세상처럼 암울하고, 마스크를 쓰지 않고 걷는 사람을 죄인처럼 대하는 세상이 무섭기만 하다. 그렇다면 세상 모든 질병에 걸린 사람이 죄인이라는 것인데, 그간 온전치 않은 사람들이 세상을 어떻게 살아왔을까 생각을 하니 그들 삶이 참 고되었다는 것이 내 온몸으로 느꼈다. 건강한 사람도 이런 무시와 질시의 세상이 되어가는데, 코로나19라는 질병이 사람과 사람 사이에 편견과 편견을 깊이 뿌리내려 살아가게 하는 세상에서 행복이라는 말은 우리 사회의 또 다른 화두로 등장하는 것 같다. 행복하세요? 행복하십니까? 코로나19 이후에 필자가 가장 먼저 묻는 인사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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