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민병도 作 / 은행나무 숟가락
[시가 있는 아침]민병도 作 / 은행나무 숟가락
  • 임영석
  • 승인 2020.10.11 19: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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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나무 숟가락

-민병도 作

 

은행나무 잎사귀는
은행나무 숟가락이네

햇살을 떠먹다가
바람을 떠먹다가

황금빛 마차를 타네
가을 하늘 부신 날

 

민병도 동시조집 ‘은행나무 숟가락’, ‘목원예원’에서

 

 

동시나 동화의 가장 큰 장점은 상상의 세계를 글로 그려낼 수 있다는 것이다. 가능한 자연의 이치에 맞는 말을 찾아내고 자연의 품에서 따뜻한 사랑을 만들어가는 이야기이면 더 좋을 것이다. 그런 면에서 시조를 어린이 입장에서 바라보고 글로 표현해 내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 민병도 시인의 동시조집 ‘은행나무 숟가락’에는 자연의 숨결과 하나 된 마음들이 가득 담겨 있다. 읽어보는 동시조 ‘은행나무 숟가락’도 은행나무 잎사귀가 햇살을 떠먹고, 바람을 떠먹으니 가을 날 황금 마차를 타고 떠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나무도 입이 있고 귀가 있고 손이 있고 다리가 있음을 상상해 보면 그 마음이 이해가 쉬울 것이다. 자유롭게 움직이는 사람의 몸이 나무의 몸이 되어 나무가 어떤 일을 하는지 생각해 보면 많은 생각들을 찾아낼 것이다. 햇살을 떠먹고 바람을 떠먹으며 산소 방귀를 뿡뿡 뀌어 댄다는 이야기도 나올 수 있다. 그러니 은행나무 숟가락은 황금마차를 타기 이전에 이 지구에 맑고 깨끗한 산소를 만들어 자신이 갈 길을 깨끗이 닦아 놓았는지도 모른다. 상상만큼 즐겁고 행복한 시간은 없는 것 같다. 은행나무 숟가락은 그런 상상의 아름다움을 가득 담은 동시조집이다.

임영석 <시인·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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