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지의 고장’ 원주, 한지 산업화 아직 멀었다
‘한지의 고장’ 원주, 한지 산업화 아직 멀었다
  • 신강현 기자
  • 승인 2020.10.11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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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마스크 제조업체 “롤 한지 없어 전주한지 쓴다”
원주산 연간 닥나무 생산량, 필요량의 3분의 1 수준
“집단재배지 내년부터 조성, 수요량의 70%로 올린다”

△행구동 에스지인터내셔널에서 전주산 롤한지를 이용해 한지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행구동 에스지인터내셔널에서 전주산 롤한지를 이용해 한지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지역의 한 업체가 친환경 소재인 한지로 마스크를 제작해 수출에 나서고 있지만, 정작 원주에서 한지원료를 구하지 못하고 전주한지를 사용해 제작하고 있어 한지산업화가 요원하다는 지적이다. 20년 이상 한지의 고장 명맥 유지에만 힘써온 원주시의 소극행정이 코로나19 대유행으로 K-방역이 새삼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재조명(?)받고 있다. 원주지역 농가와 업체에 따르면 행구동에 위치한 에스지인터내셔널은 지난 5월부터 한지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항균기능과 함께 통기성이 뛰어나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주문량이 늘어 현재 미국, 홍콩에까지 수출하고 있다.  

문제는 한지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전주한지처럼 롤 한지가 필요하지만 원주한지는 장인이 직접 수작업으로 만드는 ‘뜨는 한지’를 통해 생산한 한지란 점이다. 때문에 울며겨자먹기로 전주한지를 구입해 한지마스크를 생산하고 있다. 매출증가와 지역 닥나무 재배농가 소득증대라는 일석이조의 효과는 기대할 수 없게 됐다.

설사 생산공정을 갖추더라도 한지 원료인 닥나무 생산량은 턱없이 부족하다. 이 업체가 한지마스크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연간 30톤(10억 원)이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원주에서는 호저면, 신림면, 소초면 지역 16ha 면적에서 20톤의 닥나무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지역 수요량 75톤에 턱없이 모자란 상황에서 에스지인터내셔널에 물량을 공급하기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조형도 대표는 “원주산 한지를 쓰고 싶어도 쓸 수가 없기 때문에 타 지역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 산업화를 위해서는 설비며 인건비 등 투자비용이 상당한데 누가 선뜻 나설 수 있는 여건이 안 된다”고 말했다. 

△생산된 제품
△생산된 제품

원주시는 한지의 고장에 걸맞게 그동안 전통한지 육성 발전에 집중해 왔다. 지난 2006년 정부로부터 옻·한지 산업특구로 지정된 것을 비롯해 상지대에 전통산업진흥센터를 지었고, 무실동에는 한지테마파크를 건립했다. 원주한지 주산지인 호저면에는 한지전용산업단지를 조성했다. 이와 함께 재배면적 확대를 위해 지난 2012년부터 재배농가와 단체를 대상으로 생산장려금을 지원해 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경쟁도시인 전주한지를 구입해 한지마스크를 제작하는 현실에서 한지산업화는 먼 훗날의 이야기처럼 들린다는 지적이다. 

이 같은 지적이 이어지자, 시는 한지 생산기반인 닥나무의 안정적인 공급기반을 마련하기 위해 내년에 흥업면 매지리 시유지 1만 1,317㎡에 닥나무 집단재배지를 조성할 계획이다. 시는 이 곳에서 최대 25톤의 닥나무를 생산할 계획이다. 닥나무를 식재해 3년 후에는 일반농가에서 재배하는 닥나무를 포함, 현 수요량 70% 수준인 56톤까지 늘려나갈 방침이다. 시는 공모절차를 거쳐 내년 초까지 닥나무 집단재배지 위탁운영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아울러 닥나무 생존율이 낮다는 지적에 따라 민간 전문인력을 통해 닥나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해 닥나무 생존율을 90%이상 끌어올린다는 계획이다. 시 관계자는 “닥나무 생산기반을 늘려 전통한지 육성 발전에 도움이 되고자 하는 취지다”며 “앞으로 K-방역 등 한지 산업화를 위한 시책이나 정부지원도 필요하지만 그 단계까지 이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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