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구 칼럼]가정폭력에서 벗어나는 길
[이재구 칼럼]가정폭력에서 벗어나는 길
  • 이재구
  • 승인 2020.10.11 1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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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구 [변호사]
△이재구 [변호사]

레슬리 모간 스타이너는 미국 뉴욕의 하버드 대학을 나온 후 좋은 직장에 취직하였다. 22세가 되었을 때 남자를 만났다. 남자는 아이비리그 명문대를 졸업한 후 은행에 취직한 유능한 인재였다. 똑똑하고 유머 감각이 뛰어난 남자였다. 둘은 사랑에 빠졌다. 그런데 그 남자는 어려서부터 가정폭력을 경험했던 사람이었고 폭력성을 감추고 있었다. 결국 직장도 그만두고 조그만 도시로 이사를 간 그녀는 남편의 견딜 수 없는 폭력에 시달리게 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어떻게 이러한 악몽에서 벗어났는지에 대한 경험담을 TED를 통해 공개하고 있다.

미국에서는 매년 500명 이상이 가정폭력으로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그 중 70%는 관계가 끝난 후에 발생하는데 그 이유는 가해자는 더 잃을 것이 없으므로 극단적 선택을 하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편이 칼을 들고 죽여버린다고 협박하는 것에 못 이겨 가출을 한 후 숨어지내던 피해자가 이혼 소송 중 자살하는 사건도 직접 경험하였다. 동거남의 학대에 못 이겨 경찰에 신고를 한 여성이 있었다. 헤어질 것을 결심하고 구속된 남편의 면회도 가지 않았다. 그러나 남자의 계속되는 사과와 주변 사람들의 설득으로 결국 구치소를 찾아가서 용서를 해주고 말았다. 출소한 후 다시 동거를 했지만 폭력을 다시 시작되었고 여자는 도망을 쳤다. 그러나 끝까지 찾아간 남자는 여자를 살해하고 말았다. 이 사건은 실제 언론에도 보도된 사건이다. 얼마 전 원주의 모 아파트에서도 헤어진 남자가 여자 집을 찾아가 아들을 죽이고 가스통을 터트린 후 같이 뛰어내려 자살한 사건도 있었다. 이들은 보호해주기 위한 법이 시행되고 있지만 가정폭력을 폭로하고 가해자를 격리시키는 것은 엄청난 고통과 피해가 따르기 때문에 용기를 낸다는 것이 쉽지 않다.

통계에 의하면 가해자의 80%는 남자들이다. 남자들은 어려서 학대를 받았던 폭력성 등이 감춰져 있기 때문에 처음에는 상대방이 전혀 눈치를 채지 못한다. 가해자는 폭력을 행사하는 대신 물건을 집어던지거나 소리를 지르는 것부터 시작한다. 상대방은 처음에는 우발적인 사건이라고 믿고 자신도 잘못도 원인이라고 믿는 경우가 많다. 가해자는 점차 폭력성을 드러내기 위한 단계로 나아간다. 이러한 폭력이나 학대는 이유와 상관없이 정당화될 수 없음에도 피해자들은 우발적 1회성 사건으로 치부하다 보면 점차 폭력의 늪에 빠지게 된다.

가해자는 대부분 폭력 후 사랑을 표시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고, 다시는 안그러겠다고 맹세한다. 가해자는 최선을 다한 행동을 보여주면서 상대방을 안심시키고 일시적으로 좋은 관계를 회복시키기도 한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폭력을 벗어나지 못하도록 가해 정도를 조절한다. 가해자는 피해자가 자신을 피해 도망갈 수 없도록 경제적 의존도를 높여가기도 한다. 또 아이들의 장래와 주변의 시선 때문에 가정을 깨고 싶지않은 피해자의 감정을 이용하기도 한다. 피해자는 가해자가 진짜 학대 성향이 있는 사람이라는 것을 부정하기도 하고, 술에 취해 그렇다거나 자신이 상대를 화를 내도록 한 것이 원인라고 자책하기도 한다. 또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고 믿기도 한다. 가정폭력이 지속되는 가정이나 연인들은 대부분 자신이 폭행을 당했다는 것을 숨기고 있다. 침묵은 폭행을 정당화하고 반복되도록 만든다.

어떻게 하면 이러한 가정폭력과 학대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레슬리는 가해자의 폭력성은 감춰져 있고, 피해자들은 처음에는 이를 알아채지 못한다는 것, 문제를 자신의 책임으로 돌리고 상대의 행동이 나아질 것이라고 잘못 생각하는 것, 주변으로서 격리되어 가해자가 원하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문제라고 한다. 레슬리는 가해자의 폭력성을 확실하게 인정한 순간 모든 사람들에게 이를 알리고 헤어졌다. 주변의 친구, 가족, 지인, 경찰, 심지어 모르는 사람들에게 가해 내용을 공개하는 것이 벗어나는 방법임은 분명하다. 레슬리는 경제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었지만 경제적 의존도가 높거나 가족, 자녀에 대한 보호본능이 강한 사람은 아직도 폭력과 괴롭힘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다. 한부모 가정의 경제적 독립과 자녀들에게 대한 사회적 지원과 배려가 더욱 필요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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